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지난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한동훈 위원장의 취임사에는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해법은 없었다. 여권의 정치 상황이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의 백척간두에 놓였다고 밝힌바 있는 한 위원장이 연말 여야 최대 이슈로 부각된 ‘김건희 특검법’처리 대책을 “원내 대응을 보고받고 논의하겠다”고 즉답을 피함으로써 해법을 기대했던 많은 보수층 지지자들은 오는 4월 총선은 ‘기대무망’이라고들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앞세워 ‘789(70·80·90년대생)비대위’ 구성 등 당내 인사혁신뿐만 아니라 ‘586정치’에 갇혀있는 민주당을 향한 강도 높은 대야 투쟁을 밝혔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 위원장이 자신의 불출마와 민주당을 향한 정치투쟁 대책은 눈앞에 떨어진 소위 ‘김건희 리스크’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는 국민들의 관심사에서도 먼 문제다. 특히 대야 투쟁 계획은 지금까지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주당을 향해 벌인 정치 공세와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국민들에겐 식상한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이 한 위원장으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가는 길가는 행인에게 물어봐도 금방 알 수가 있는 ‘대통령 부인 리스크’라는 답을 들을 것이다. 저잣거리에서 채소를 팔며 하루해를 보내는 노인네까지도 익히 알고 있는 작금의 핵심 화두다. 한 위원장은 발등에 떨어진 ‘김건희 특검’부터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총선 기간 내내 야당으로부터 ‘김건희 리스크’에 끌려다닐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4월 선거는 무망(無望)해진다. 한 위원장이 대중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나 ‘김건희 리스크’를 넘고 갈 수 있을 만큼의 정치적 큰 인물은 아니다. 이 문제는 총선 공천보다 더 앞서는 중차대한 과제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특검법 찬성과 거부권 행사 반대가 60%를 웃돌고 있다. 이 여론이 4월 총선 투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이 이 여론을 어떻게 되돌릴 지에 정치적 성패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부인 특검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된 것 자체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 문제가 특검으로까지 오게 된 경위와 전후의 사실 관계를 대통령실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더욱 답답할 뿐이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국회 상정한 ‘김건희 특검’을 “야당이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한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사극에 나올법한 암투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며 “우리는 우리일,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과연 한 위원장의 말대로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 한동훈 비대위원회의 성패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사 시절의 상하 관계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역린을 건드리는 민심도 직언할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장인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그 첫번째 시험대가 ‘김건희 특검’ 문제다. 한 위원장이 이 난제를 알랙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우스 매듭을 단칼에 끊어버린 담대성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으면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도 살고, 총선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한 위원장이 특검법에 대한 입장표명을 계속 유보하거나 대통령실과 같은 대책을 내어놓으면 민심은 역시나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할 것이며 이럴 경우 한 위원장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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