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협 변호사

정비사업 진행에 있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소위 정비업체의 역할은 매우 크다. 전체적인 정비사업의 대행 등을 위임받아 처리하므로 조합원들의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법률행위를 조언 및 자문 등을 행하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과 소규모주택정비법 등이 정비업체 선정에 있어 매우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고, 법원 역시 이를 강행규정으로 보아 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당해 용역계약을 무효로 하되 실제 정비업체가 행한 업무에 대하여 약정된 용역비의 2~30%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는 판단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도시정비법 등에서 정한 정비업체 선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결과 정비업체에게 기 지급된 용역비의 반환을 구하면서, 이와는 별도로 정비업체의 대표 및 (전)조합장 개인에 대해 채무불이행 혹은 업무상 배임 등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 있었다. 필자는 정비업체 대표 및 (전)조합장을 대리하여 비록 법에서 정한 선정절차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용역계약에서 정한 업무를 모두 이행하여 별도 조합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는 점, 특히 당해 정비업체가 업무를 이행하는 기간 동안 조합이 별도의 다른 정비업체를 선정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중의 용역비가 지출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당시 조합의 이사회 및 대의원회 등 의결기구를 거쳐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일부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조합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2023. 11. 선고 2022가합206*** 판결은 정비업체 대표에 대해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거래상대방인 정비업체 대표이사로서 피고 곽봉근에게 원고나 원고의 조합장의 업무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고, 전 조합장에 대해 “이 사건 계약의 용역비가 과도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계약 이후 정비업체의 용역업무 수행을 통해 이 사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점, 이 사건 계약을 위해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거쳐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점…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의 용역대금을 850,000,000원으로 산정한 데에 피고 정택호가 원고의 조합장으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하여 조합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도시정비법 규정이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그에 위반된 용역계약은 무효여서, 용역계약에서 정한 용역비 역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조합 역시 무효인 용역계약에 기초하여 업무를 제공받았다면 제공받은 업무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는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그 반환범위에 대해 입증이 곤란한 경우로 보아 약정된 용역비의 20~30% 범위에서 인정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하고, 이를 초과하여 수령하였다면 초과된 비용에 대해 업체가 반환하되, 초과하지 않았다면 조합이 그 범위 내에서 반환책임을 부담하게 되며, 이는 도시정비법과 부당이득반환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한 입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넘어 무효인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당해 업체 및 조합장 개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이는 조합 역시 무효인 계약에 근거하여 업무를 제공받았으므로 더욱 그러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위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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