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20여 년간 대한민국 정치를 좌우지해온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오는 4·10 총선에서도 살아남아 권력의 향유를 계속 누릴 것인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86운동권 정치인들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신생 정당이던 열린우리당에 대거 입당해 당선된 세대들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을 넘는 152석(50.83%)을 차지해 한나라당(121석)을 제치고 다수당이 됐다. 이때부터 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야권을 중심으로 ‘운동권’이라는 카르텔을 형성해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국회·청와대·정부에서 다시 국회로 자리를 바꿔가며 권력을 유지해왔다. 21대 현역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62%인 104명이 86세대이며 이 중 3선 이상이 24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 의원들이 민주당 전당대회 때 돈 봉투 사건 등에 연루되고 내로남불식 이중적 태도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민주당은 현재까지 86용퇴론과는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도 86세대가 전체의원의 41%에 이르고 기존의 보수이념의 울타리 안에서 소극적인 정치 활동을 보이며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해왔다는 평이다. 지지층으로부터도 ‘개인영달’ ‘보신주의’ ‘팬덤정치에 줄서기’ 등 ‘꼰대’의 이미지를 벗어나지를 못하고 지역정치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본산지인 TK와 PK에서조차 세대 물갈이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사가 최근 실시한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퇴진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에서 ‘퇴진에 공감한다’가 58%에 이르렀다. 퇴진에 공감한다는 지지층 가운데 연령별로는 20대 46%를 비롯해 30대(56%), 40대(57%), 50대(60%), 60대(68%), 70대 이상 62%로 전 연령대에서 공감한다는 응답이 우세하게 나왔다. 중앙일보에서도 ‘권력 특권층이 된 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 청산해야 한다’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2%로 나타났다. 공감한다는 지지층 중 민주당 강세인 40대가 53%, 50대도 55%로 나타나 국민들의 운동권 특권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86 운동권 정치인 퇴진’ 바람은 1973년생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386이 486·586·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서 본격화됐다. 한 위원장 비대위엔 789세대(70·80·90년대생)가 주축으로 짜여 졌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운동권 정치는 이제 그 기능과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며 그들은 오랫동안 특권에 심취했고 유아독존에 중독돼 젊은층으로부터 ‘꼰대’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번 총선은 세대교체 바람이 여권을 시작으로 야당 쪽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의힘 쪽에선 벌써부터 중진들부터 초선의원까지 공천에 목을 매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고 줄 서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전당대회 때 집단으로 ‘나경원 규탄 연판장’을 돌렸던 50여 명의 초선들이 김기현 대표 결사옹위에 올인했다가 자진사퇴 하자 숨도 쉬지 않고 돌아서 한동훈 옹립으로 옮겨와 광적인 추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요즘 한 위원장 주변의 풍경이다. 야권의 86운동권 퇴진과 맞물려 여당의 레밍류 정치인들을 한 위원장이 어떻게 솎아내느냐도 22대 총선의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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