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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본 강은 구불구불하다. 구불구불 흐르는 강을 따라 흘러간 모래 알갱이들은 유속이 느린 곳에 쌓이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구불구불한 혈관은 전이암 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 통합과정 박원빈 씨,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김병수 교수 · 통합과정 이재성 씨, 중국 베이징이공대 가오그(Ge Gao) 교수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체외에서 복잡한 뇌혈관 구조를 재현하고, 혈관의 굽은 정도가 뇌 내 순환 종양 세포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으며, 학술지 내 생물공학 및 방법론(Biotechnology and methods) 부문에서 편집자 하이라이트(Editors’ Highlight) 논문으로 선정됐다.

뇌전이암은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가 까다로워 말기 암으로 간주한다. 이 암은 보통 다른 조직에서 분리된 암세포가 뇌의 깊숙한 곳까지 뻗어 있는 복잡하게 얽힌 혈관을 타고 이동해 발병한다. 발병 기전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체외 모델이 개발되고 있지만, 뇌혈관 내 생리학적 인자와 해부학적 구조에 따른 혈류역학적 특성이 전이암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팀은 뇌혈관 제작에 특화된 바이오 잉크를 개발했다. 기존 잉크는 3D 프린팅된 모델이 완전히 굳기 전까지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 복잡한 뇌혈관 모사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뇌에서 유래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이하 BdECM, Brain-derived 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과 해조류에서 추출한 알긴산(alginate)을 혼합해 하이브리드(hybrid) BdECM을 만들었다. 하이브리드 BdECM은 콜라젠을 포함한 단백질 약 2,000여 종을 함유하고 있으며, 프린팅된 직후 빠르게 안정화되어 기존보다 복잡한 뇌혈관 구조를 정교하게 인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뇌혈관 내피세포층, 주위 세포층, 별아교세포/신경세포층을 포함한 다중 세포층으로 구성된 기능성 뇌혈관을 다양한 곡률로 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뇌혈관 구조에 따른 순환 종양 세포의 거동 변화를 분석한 결과, 혈관이 굽어진 각도가 클수록 더 많은 암세포가 혈관 내벽에 부착됨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암세포와 뇌혈관 조직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른 전이암 발달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도 관찰했다.

이어, 연구팀은 뇌혈관 모델을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도 진행했다. 혈관이 굽은 각도가 혈류 유속, 혈관 전단 응력 변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 뇌혈관 곡률과 암전이 간 관계를 생체역학적으로도 확인한 것이다.

포스텍 조동우 교수

이번 연구를 이끈 조동우 교수는 “바이오 프린팅된 뇌혈관 모델에서 뇌혈관 곡률에 따른 암전이 양상을 분자적 · 역학적 수준에서 관찰함으로써 질병 발생 기전을 연구할 수 있었다”며, “뇌전이암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연구에도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기술알키미스트프로젝트,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기초의과학연구센터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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