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지도부의 협량한 정치력, 강고한 기득권, 철저한 무책임이 민심 이반을 부르고 있다. 이런 지도부가 민주당을 이끄는 것은 비극이자 수치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5년 12월 한 일간지에 문재인 민주당을 호되게 질책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이후 민주당 탈당이 이어진다. 다음 해 2월 안철수 국민의당이 탈당파를 품고 출범한다. 그리고 곧바로 치러진 20대 총선. 호남 맹주 민주당이 호남에서 참패한다. 28석 중 3석만 건지고 국민의당이 23석을 쓸어 담았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분열을 다시 시작했다. 당 대표 사퇴를 요구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결국 탈당했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 가치,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위기는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 왔다”며 양당 독점 구도를 깨야만 한다고 천명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의원 129명이 탈당 반대 성명을 냈지만 그를 잡지 못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달 초 “민주당은 내로남불과 위선, 후안무치, 방패 정당 등 흠이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도미노 탈당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서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도 탈당 대열에 섰다. 이들은 “방탄·패권·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현 체제로는 정권의 독선과 무책임을 심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언제나 지도부 성토와 양당 구도 타파 등 정치쇄신을 내세워 분화를 거듭해 왔다. 이번 탈당 파장은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이 자신을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루소는 “정당은 숨어있는 자멸 요인에 의해 소멸된다”고 진단했다.
- 기자명 임한순 경일대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 승인 2024.01.11 15:44
- 지면게재일 2024년 01월 12일 금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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