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이 정국을 회오리로 몰아넣은 지 이틀 만에 총론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김건희여사 리스크’ ‘공천 파워게임’ ‘김경율 비대위 거취’ 등을 둘러싼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는 미해결 상태로 남았다. 불씨가 살아날지 사그라들지는 두 사람 간의 지혜와 정치력이 요구되는 문제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은 문제가 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사천(私薦)’과 ‘김여사 명품백 수수논란‘등과 관련해 총선의 총대를 멘 한 위원장에게 퇴진을 요구했고 이에 맞서 한 위원장이 사퇴에 불응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러나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두 사람이 극적으로 만나면서 갈등을 일단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건희 여사의 개인적 처신 문제가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현안이 된 셈이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국정 운영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총선 판도에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다. 사달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였으나 그 처리를 두고 대통령 부부의 공적 책임과 사적 책임의 한계를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히지 못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김 여사의 사적 행동이 촉발한 사건에 공적 역량이 얼마나 헛되이 소진되느냐의 문제도 제기됐다. 총선을 앞두고 가다듬을 정책, 국민이 요구하는 국가적 의제가 얼마나 많은가. 이제 윤 대통령은 국민적 관심이 된 부인 김 여사의 리스크에 대한 뻔한 정답을 피하지 말고 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린다. 김여사 리스크에 대한 전말을 국민에게 알리고 사과를 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국정 동력을 받게 되고 따라서 한동훈도 살고 국민의힘도 총선을 무난하게 치를 수 있게 된다. 오늘의 순간적 불미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바른길을 두고 샛길로 가면 헤쳐나갈 수 없는 덤풀길로 접어 들 수가 있다. 이런 비극은 없어야 한다.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입장 표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9%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이 사건에 대해 윤 대통령 또는 김여사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대통령실은 2개월 동안 미적대다가 최근에 와서 ‘문제의 목사가 김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한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는 해명을 내어놓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왜 받았는지 듣고 싶어 한다. 어설픈 해명은 의혹만 키울 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김 여사가 결자해지 책으로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방안이 최선책일 수 있다. 이 사건이 여기까지 오게 한 대통령 보좌관들의 처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하라고 말할 때 그 말을 그대로 쪼르르 전한 비서실장은 무엇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대통령에게 “그건 아니 된다”는 정도의 말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 대한민국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적으로는 여야가 극한을 치닫는 정쟁에 몰입돼 있고 김정은은 핵을 앞세워 전방위 공격을 일삼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중동과 유럽에서 벌인 두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마당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국민에겐 백해무익하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려주고 제 할 일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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