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 기획탐사(5)

다소 흐린 날씨속에 하늬바람이 약하게 불던 지난 10일(금) 오전 10시. 형산강 물과 영일만 바닷물이 만나는 포항시 남구 송도동 형산강 최하구 둔치에서는 '형산강 살리기 도보 탐사' 발대식이 열렸다. 경북일보가 창간 18주년 특집으로 '형산강환경지킴이'와 공동 기획한 '형산강' 탐사 시리즈의 첫 도보 출발을 알리는 행사였다.

경북일보 정정화사장,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 회장을 비롯한 회원 20여명, 포항시청 권대일 주민생활국장, 권순남 포항시자원봉사자센터소장, 경주 서라벌대 환경공학연구소장인 최석규교수, 대구지방환경청 포항출장소 윤용규팀장, 부산 소재 환경보호단체인 '낙동강 네트워크' 이준경 사무처장 등 50여명이 모여 조촐하지만, 뜻깊은 출발을 축하했다.

형산강 탐사 발대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이 '형산강' 기획 시리즈의 성공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동영상 kbilbo.com

형산강환경지킴이 남귀열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발대식은 내빈 축사, 고사지내기, 탐사 지원금 전달, 도보 탐사(발대식 행사장~연일읍 자명리 구간)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발대식에서 경북일보 정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방 언론 처음으로 포항·경주의 젖줄인 형산강을 되살리기 위한 탐사 보도 시리즈를 형산강환경지킴이와 공동으로 하게된 것을 무엇보다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탐사 보도를 통해 지역민들이 형산강을 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형산강환경지킴이 오 회장도 "지난해 1차로 형산강 하구에서 걸어서 발원지까지 132km를 도보 탐사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2차 탐사는 더욱 의미있고 효과적인 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탐사를 경북일보와 함께 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산강' 탐사 발대식에서 본보 정정화 사장이 형산강환경 지킴이 오주택 회장에서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서라벌대 최 교수는 "일본의 경우 강(江) 수계(水系) 및 지역마다 40~50년씩 된 각종 환경단체들이 엄청나게 많다"며 "이들 환경단체들은 수질, 야생화, 조류, 물고기, 문화 등 전문분야별로 나누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의 국가하천 관리 등 정부나 민간단체들의 환경 운동은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임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포항시청 권 국장도 "특히 형산강 탐사에 경북의 대표 언론인 경북일보가 앞장서고, 경비까지 지원해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포항시도 내년도에 예산을 확보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형산강환경지킴이 등 관계자들은 포항시와 경주시가 형산강 오염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오히려 자치단체들이 앞장서 이같은 탐사활동을 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형산강 하구 축항과 둔치 등에는 각종 생활쓰레기들이 뒤엉켜 방치되고 있어 형산강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낙동강 네트워크' 이 처장은 "인구 50만 도시인 포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형산강 하구가 아름다워야 함에도 불구, 포항제철소 반대편인 이곳 둔치는 방치되어 있다"며 "포항시도 친환경 하천으로 다시 태어난 울산 태화강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이 처장은 포항이라는 도시를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형산강 활용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형산강 개발을 위한 마스터 플랜 수립을 강조했다. 이를위한 방안으로 △포항·경주시민들로 구성된 형산강살리기 민·관협의회 발족 △형산강 둔치 활용방안 △형산강변 공원화 방안 △형산강 생태계 보존 방안 등을 신속히 수립해야 된다고 말했다.

발대식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고사 음식을 놓고 1시간 동안 성공적인 탐사를 위한 각오를 다짐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포항시자원봉사자센터 권 소장은 " '포항 생명의 숲' 대표로 활동하던 지난 1987년 형산강을 따라 안강까지 도보 답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경주(특히 안강)쪽 축산폐수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탐사를 통해 경주시민들에게 형산강 하구 물을 포항시민들이 먹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산강 살리기 도보 탐사팀이 지난 10일 오전 포항시 남구 송도동 형산강 하구 둔치에서 기원제를 올리고 있다.

담소 후 오 회장이 회원들에게 탐사기록지를 일일이 나눠줬다. 탐사 기록지에는 유역문화재, 민담, 조류, 수중보, 식물, 유역상태, 교량, 축산농가, 구역내 텃밭, 호수, 포인트 지정 수질 조사, 쓰레기 등을 기록하게 되어 있었다. 낮 12시40분, 드디어 형산강 하구에서 발원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첫 도보가 시작됐다.

■ 두 얼굴의 형산강 하구

형산강 하구에는 선박을 둔치로 끌어올린 후 탈색과 도색 작업을 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발대식 행사장에서 본 형산강 하구는 한폭의 풍경화였다. 강물과 바닷물이 뒤섞인 채 넘실대는 형산강 하구 물은 육안으로 깨끗해 보였다. 큰 바윗돌을 강 안쪽으로 놓아 만든 축항에는 갈매기 떼가 날고 그 사이로 고기잡이를 위해 영일만으로 오가는 소형 어선들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송도해수욕장 끝 축항을 제외한 형산강 둔치에서 강 안쪽으로 올망졸망 난 5군데(형산강 북쪽만) 축항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축항에서 친구들과 꼬시래기, 빵게, 새우 등을 잡던 유년의 추억이 떠올랐다.(기자는 어릴 때 지금의 포항제철소 자리인 포항시 송내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다 1968년 포스코 건설과 함께 철거됐던 철거민)

비록 강 건너 포항제철소의 쇠 만드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굉음이 귀에 거슬렸지만 그 굉금과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수증기에서 포항의 현재, 곧 활력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갑자기 '포스코와 형산강은 어떤 관계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왜냐하면 포스코로 대변되는 포항철강공단 건설은 포항을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변모시켰지만 그에따른 환경오염이란 반대급부 또한 분명하기 파생시켰기 때문이다. 개발과 환경파괴는 동전의 앞뒤처럼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하루동안 도보 탐사를 한 뒤 보고 느낀 형산강 하구 역시 두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겉모습은 평화롭고 아름다웠지만 속은 각종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육안으로 보는 수질 또한 윗쪽으로 올라갈수록 탁도가 심했다.

운동 시설(또는 해도동 둔치 공원) 아래쪽 형산강 둔치는 잡풀과 그물 등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또 축항 인근 물가와 둔치에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빈병, 폐목, 비닐 등 각종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고, 큰 드럼통으로 만든 쓰레기통에서 각종 쓰레기를 그대로 태우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다름아닌 강물가에 늘어서 있는 어구 창고들이었다. 그물 등 각종 어구 장비를 보관하기 위해 쇠파이프를 물속에 박아 천막으로 만들어 놓은 창고는 30여개 이상 되었다. 문제는 이곳에서 각종 취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분을 감췄지만) 기자가 보는 앞에서 잡아온 고기를 장만한 후 내장을 그대로 형산강으로 버리고 있었다.

심지어 배를 둔치로 올려놓고 그라인드로 페인트를 걷어내고 새로 페인트 칠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인근에는 포항해양경찰서 초소가 보였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처럼 보였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옆에 '해양환경감시 순찰대 포항지부 형산지회' '사단법인 바다살리기 국민운동본부 포항시지부 해양환경 감시국'이란 두개의 간판이 걸린 컨테이너 건물이 보였다.

이와함께 인근에는 폐선, 폐그물, 폐목, 폐 타이어 등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형산강 하구는 평화로운 모습과 함께 낚시꾼과 술판, 무질서한 어구시설물, 각종 쓰레기, 잡초 등이 한데 뒹굴고 있는 또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탐사 도중 포항수협 해송어촌계, 포항낚시어선협회 등 어민 관련 단체들의 간판이 보였다. 형산강 하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 어민 단체들이 앞장서서 형산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사진/김우수기자 woosoo@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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