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사퇴압력 충돌사건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직무 지지율이 52%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3-2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직무 지지율 여론 조사 결과다. 이 수치는 윤·한 두 사람의 충돌 직후에 실시한 자료로 국민들의 한 위원장에 대한 생생한 지지 의사 표시다. 여론은 한 위원장에게 무엇을 바라고 절반이 넘는 이런 높은 지지율을 보냈을까. 두 사람의 충돌 사달은 ‘한 위원장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에 따른 리스크 발언’과 ‘김 여사를 앙뚜아네트에 비유한 김경률 비상대책위원의 사천(私薦)문제’를 두고 벌어졌던 것. 여론은 한 위원장의 팔을 들어 준 셈이다. 또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달 21-22일 이틀간 ‘김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입장 표명’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6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의 과반이 넘는 사람이 이 사건에 대해 ‘김 여사’나 ‘윤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사를 보인 셈이다.

두 여론 조사를 보더라도 국민은 침묵하고 있으나 이 문제에 대한 사건의 전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전격 초청해 2시간의 오찬과 37분간의 차담까지 나누는 당정 최고 수뇌부 간의 긴밀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간 윤 대통령은 ‘김여사의 명품백 수수’관련 발언 등에 격노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보도된 뒤 이틀 만에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찬은 6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국민들은 두 사람 간에 있었던 껄끄러운 핵심 문제를 모두 해결한 자리로 생각을 했으나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윤 원내대표의 발표다. 모처럼 당정 수뇌부가 만나 민생이 어려운 시점에 체감도 높은 국정을 논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국민적 관심사인 핵심 현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면 대단히 실망스럽다. 핵심은 그대로 둔 채 외곽에만 울타리를 친 모습은 냉랭한 민심의 본질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론의 기류는 국민을 앞세워야 할 대통령이 가족을 앞세우는 바람에 국민의 의중(意中)을 무시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이 문제를 끌고 나간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4·10 총선의 총대를 멘 한 위원장으로선 ‘김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워 윤 대통령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아바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한 위원장 개인에 대한 높은 지지율도 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고 여권의 총선도 물 건너가는 꼴이 된다. 총선 실패면 윤 대통령으로선 남은 임기가 ‘식물정권’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누구보다 이 문제를 조기 청산해야 될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언론에선 대통령실에서 설 전에 공영방송에서 대담 형식으로 ‘김여사 문제’를 갈음하려는 분위기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대담 형식도 대통령이 ‘김여사 리스크’를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어설픈 변명은 ‘아니함만 못한’ 사태로 키울 수 있다. 애초에 설명이면 지나갔을 사안을 2개월 넘게 꾸물되는 바람에 이제는 사과를 해야 될 상황으로 커졌고 자칫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한 사태로까지 일이 커졌다. 이 모든 것이 윤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결정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법과 원칙·공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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