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산수화 보는 듯 사계절 내내 아름다워 걷고 싶은 웰빙 산책로

눈내린 천수누림길데크
대한민국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익히 알려진 영천시 화북면에 있는 보현산. 별을 관측하기 위해 전국에서 보현산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산은 인심 좋게도 걷기 좋은 산책길을 기꺼이 내어준다.

영천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천수누림길을 포함한 보현산 일원에 데크로드, 전망대, 숲 가꾸기 등 산림 경영 모델 숲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금의 ‘보현산 웰빙숲’이 조성됐다. 웰빙숲 준공 이후, 2012년 지역의 대표적 숲길 명소화를 위해 보현산 하늘길을 조성했다. 그중 단연 으뜸인 산책로는 별다른 장비 없이도 편안함과 안정감 속에, 한 폭의 산수화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 천수누림길이다. 최근 주변 환경을 정비해 더욱 안전하고 깨끗한 탐방로를 걸으며 아름다운 보현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보현산 가는길-백성범 작가
△5리에 걸쳐 뻗어있는 화북 자천리 오리장림.

보현산 정상에 있는 탐방로인 천수누림길에 가기 전, 영천 시내에서 보현산을 향해 가는 길목에 자그마한 산책로가 있는 숲길이 있다. 짧은 길이에도 눈길과 마음을 빼앗는 이곳은 자천숲으로도 잘 알려진 오리장림이다. 화북면 자천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300여 그루의 줄지어 선 노거목(老巨木)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굴참나무와 은행나무, 왕버들, 느티나무, 회화나무, 팽나무, 소나무를 비롯한 10여 종이 넘는 나무들이 좌우로 우거진 이 숲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층 혼유림이다.

보현산가는길_봄,여름-이재명 작가
1999년 4월 천연기념물 제404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마을 수호림이기도 한 오리장림은 숲의 길이가 5리(2㎞)에 걸쳐 뻗어있어 붙은 이름이다. 마을 주민들이 제방 보호와 홍수 방지를 위해 1500년대에 만든 것이라 전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도로 확장공사, 태풍 등의 날씨에 영향을 받아 일부 소실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울창한 가로수길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리장림의 고목이 만들어낸 푸릇푸릇 한 경관과 시원한 그늘이, 산책하러 오는 이들과 카메라를 들고 출사 나온 사진작가들을 묵묵히 반기며 더위를 쫓아내기 때문이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보현산 녹색체험터가 나온다. 2021년 준공된 보현산 녹색체험터는 폐교된 자천중학교를 활용한 자연친화적 교육·체험·놀이·휴식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1만851.22㎡ 규모의 넓은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야외 놀이터가 조성돼 각종 놀이시설이 설치돼 있다. 실내에는 카페, 전시장, 도서관 등이 있어 더위를 피해 쉬면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도 있어, 주말이면 이곳을 찾은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퍼진다.

주변에 봉림사, 고려시대 석탑인 정각리 삼층석탑, 옥간정, 모고헌 등의 관광지와 보현산 천문과학관, 보현산댐 짚와이어, 보현산 자연휴양림, 산림복합체험관 등 다양한 체험, 힐링 시설이 조성돼 있어 오리장림 산책과 연계해 방문하기 좋다.

영천 천수누림길
△영천9경 도보여행 5코스, 천수누림길.

천수누림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천수를 누릴 수 있는 하늘길이란 뜻으로 언제나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청정한 화북면의 보현산 꼭대기에 있다. 천수누림길에 가기 위해서는 오리장림을 지나 노귀재와 보현산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우회전한 뒤 횡계교를 지나 산길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야 한다.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보현산 천문대길 역시도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사진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보현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기를 추천한다. 8부 능선의 산등성이를 따라 천천히 오르면 어느새 대한민국 3대 천문관측소 가운데 하나인 보현산 천문대에 도착한다.

천수누림길 별빛전망대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천수누림길은 영천 9경 도보여행 5코스에 속한다. 해발 1000m 고지를 따라 주차장에서 보현산 정상인 시루봉까지 연결하는 총 길이 1㎞의 원목 데크로드로 조성된 산책로는 3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산 정상을 볼 수 있는 걷기 좋은 길로 소문이 나,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이다. 천수누림길 산책로는 가장 높은 곳에 조성돼 있어 푸른 하늘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산 정상에 안개가 자욱이 끼기라도 하는 날에는 마치 구름 속을 산책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보현산댐의 가을-이동훈 작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어느새 길의 끝자락인 시루봉 정상에 도착한다. 웰빙숲관찰전망대에 올라 탁 트인 전망 아래를 바라보면 저 멀리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시 전경과 지난 8월 개통한 보현산댐 권역 관광벨트 사업의 핵심인 보현산댐 출렁다리가 한눈에 보인다. 국내 최초로 별을 형상화한 X자형 주탑으로 건설된 보현산댐 출렁다리는 국내 두 번째로 긴 총 길이 530m, 폭 1.8m 규모이며, 주탑 사이 거리를 나타내는 경간장은 국내 최장 350m를 자랑한다. 대규모 출렁다리가 보현산댐을 가로지르는 멋진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천수누림길만의 매력 포인트이다.

일몰 시간에 맞춰 천수누림길을 방문하면 붉게 물들어 가는 보현산의 하늘을 두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어 더욱 운치 있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 보현산 천문대로 돌아와 어두운 밤하늘을 무수히 수놓은 반짝이는 별도 관측해 보며 보현산의 숨은 비경을 제대로 즐기기를 추천한다.

영천보현산녹색체험터
△계절마다 다른 색깔,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길.

천수누림길은 사계절 저마다의 특색을 갖췄다. 봄이면 연둣빛으로 올라오는 새순과 갖가지 약초, 야생화를 볼 수 있고 여름에는 진한 초록빛의 우거진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잊게 해준다. 가을에는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이 절경을 이루며 겨울에는 운이 좋으면 하얗게 핀 눈꽃과 얼음꽃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천수누림길은 겨울철 등산로 통제 대상이 아니어서 겨울철 산행이 가능하니 겨울이 가기 전 쾌청한 맑은 날에 한 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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