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7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특별대담을 한 지 열흘이 되도록 이 ‘논란’이 사그라지지를 않고 있다. 희한하게도 국민들은 이 사건에 대한 전말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 논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사라지지를 않는가. 지난 설날 때 모처럼 모인 일가친척들의 밥상머리 화제는 총선보다는 ‘명품백’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하지 않은가. 국민들은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언론에 브리핑을 하거나 확인해준 것도 없는데도 사실관계를 대부분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이 특별 대담에서 ‘명품백 사건’에 대해 거두절미식으로 뭉뚱그려 “앞으로 국민께 걱정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히 하겠다”며 재발 방지 약속을 했으나 대담을 들은 국민들의 느낌은 무언가 마뜩잖은 ‘아쉽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국민들은 이 사건의 전말을 지난 대선 기간 때 김건희 여사와 통화를 몰래 녹음해 내보낸 인터넷 매체를 통해 다 알고 있다. 더욱이 이 매체가 김여사 부친과 교분이 있다는 친북성향 재미 목사를 섭외해 함정을 판 것까지와 문제의 가방 브랜드와 가격까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이 사건의 논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나. 그것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부인의 경솔한 행위에 대한 두 마디 ‘사과’라는 단어를 듣고 싶어서였다. 여기서 더 진솔하게 나간다면 그 가방은 현재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기를 바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담에서 “시계에 장착한 카메라로 몰카 촬영을 하고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선거를 앞둔 시점에 와서 이 사건을 터트리는 행위는 ‘정치공작’”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담 내내 국민께 ‘사과’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처신토록 하겠다”고 했지 문제의 백을 왜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었다.

최근 존경받는 한 원로 언론인은 ‘보수언론이 보수정권 더 비판해야 하나’라는 칼럼에서 “…역사적 고비마다 정권, 특히 보수 정권을 퇴진시키는데 크게 작동한 것은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보수 우파 언론이었다. 4·19 때도 그랬고 5·18 때도 그랬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에도 조·중·동은 순기능 했다. 그것이 과연 올바른 역사의 진행이었느냐는 것은 지금도 논쟁의 대상이지만…” 그는 “2000년대 들어서도 보수 언론이 주류(?)인 상황에서도 보수정권의 대통령은 줄줄이 옥살이를 했고 문재인 정권이 태동했으며 지금도 압도적 의석을 가진 좌파정당의 전횡과 그 수장의 건재를 목도하고 있다. 보수언론이 보수정권을 비판해서 결국 좌파 정권의 득세를 도와준 모양새일 뿐이다.” 그는 ‘디올 백 사건’과 관련해서는 “보수언론의 경직성을 본다”며 “선물을 받은 김 여사도, 이 사건을 오랫동안 끌어온 대통령 측의 잘못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윤 정권에 타격을 줄 만큼 큰 정치적 사건인가?”고 되물으며 “대통령이 사과를 할 경우 좌파가 넘어갈 것 같은가? 이 사건은 ‘사과’하면서부터 제2막으로 넘어갈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로 언론인의 논조에 대한 시시비비를 논하기 전에 우리 국민 모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도 대한민국을 굳건히 보위(保衛)하기 위해선 국민들이 걱정하는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사실을 밝히는 담대함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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