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출신 정형석 작가가 소설집 ‘영강은 증언한다’ 표지.
문경출신 정형석 작가가 소설집 ‘영강은 증언한다’를 최근 펴내고 14일 배포했다.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그의 고향 문경시 가은읍 죽문리, ‘대무이’를 무대로 펼쳐진다.

첫 번째 ‘아버지의 창’은 대무이에 살던 아버지가 4년 전 어머니 돌아가시고 ‘대무이’가 무섭다고 충주로 이사가 사는 모습 속에 아버지가 ‘대무이’를 떠나온 사연이 우리나라 근대사와 맞물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전주이씨 집성촌 ‘대무이’에서 젊어 한 때 서당 훈장을 한 ‘정 선비’였던 아버지 정기용 샌님이 6.25때 좌익으로 돌변한 억돌이에게 당한 사연과 우익으로 자신을 군대에 가게 만든 점용에게 당한 사연이 너무나 기가 막혀 수십 년이 지나도 무서울 뿐이다.

이런 사연은 그 당시 우리들의 이웃이면 모두 알만한 기막힌 사연들이다.

정형석 작가
이어지는 ‘물안개’는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토착비리와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힘없는 자의 죽음을 그렸고, ‘서파재를 넘으며’는 문식이와 김양희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삭지 않는 인연’, ‘가시랑다리’, ‘우 다방 앞에서 길을 잃다’, ‘관산들을 지나며’, ‘방구집 형제들’, ‘대단한 그들’, ‘담 안 통신’, ‘옹이 혹은 삐딱선’이 이어지는데, 문경의 여러 지명이 등장하고, 60대 이상 사람들이 겪음직한 일들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영강은 증언한다’는 주인공인 장우영 선생이 문경출신 6.25 호국영웅 김용배 장군에게 배속되어 문경지역과 경북일대에서 전쟁을 치르며 상이군경이 된 이야기가 겉으로 보는 줄거리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장우영 선생이 겪은 ‘노가리’라는 일제 고등계 형사출신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에 대해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하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노가리는 광복된 조국의 경찰이 되어 그 습성을 못 버리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틈만 나면 비리를 저질렀으나, 그러고도 큰돈을 벌어 똠방각하가 되어 나타나 그를 조롱하면서 끝맺는다.

옥녀봉을 앞두고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와의 처절한 진지전이 좌우로 일렁이는 장 선생 앞에 노가리의 삶은 우리 민족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정형석 작가는 1960년 출생으로 고려대 인문대학원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01년 공무원문예대전 입상, 2004년 시조문학 등단, 2015년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등 시조로 문학적 기반을 다졌고, 2020년에는 월간 조선문학과 문예사조에 소설로 등단해 글쓰기의 산문과 운문을 모두 섭렵했다.

현재는 충북시조 회장을 맡고 있으며, 시집 ‘영강의 사계’등을 펴낸 바 있다.

정형석 작가는 “오늘도 서파재는 비 오고 바람 부는데/빙충맞은 멀건 사내 헤매는 양산개는/왼 종일 흙바람 불고 라일락은 눈멀었다”고 이 책 작가의 말에 적었다.

책은 가로 15cm, 세로 22.5cm, 235쪽에 단편소설 12편을 실어 명성서림에서 펴냈으며, 가격은 1만3000원이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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