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중도·무당파 표심을 끌어안아 거대 양당을 심판하겠다고 출범한 개혁신당이 11일만인 지난 20일 파국을 맞았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 미래’, ,이원욱·조응천·김종민 의원의 ‘원칙과 상식’,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4당이 지난 9일 합당 선언을 했을 때 여의도 정가에선 정치적 뿌리가 워낙 달라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 20일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통합 좌절로 크나큰 실망을 안겨 드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이준석 공동대표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파탄의 발단은 19일 당 최고위원회서 앞으로 있을 총선을 이준석 공동대표가 총괄 집행하도록 전권을 위임 결의한 데서 비롯됐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자신을 ‘뒷방 늙은이’로 제외 시킨 데 대한 배신감과 최고위원회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금태섭 최고위원마저 이준석 대표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을 보고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과 함께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결별 선언을 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전두환이 국보위를 만들어 모두 위임해 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르냐”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준석 편에 선 금태섭 위원은 ‘새로운 선택’당을 만들 때부터 이낙연 대표와 관계가 밀접하지 못한 김종인 전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뒷배 역할을 해왔다. 여기다 김 전 위원장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도 정치적 고비마다 조언을 해와 개혁신당이 이번 주 안으로 구성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김 전 위원장을 추대할 것이라는 소문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급히 손잡은 것은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에 나선 영향에 크게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비례대표 의석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제3지대 정파들이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전격 합당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정치 노선이 달라도 선거 때까지는 뭉쳐서 나갈 것으로 이들은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4당이 강령도 정강정책도 없이 당명만 이준석 당의 ‘개혁신당’으로 간판을 내걸고 합당을 선언한 것을 두고 사실상 헌법 8조가 상정한 ‘정치적 의사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 결사체’이기에 앞서 개개인의 입신양명이 앞세워진 감이 많다는 지적들이 나왔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이준석 두 사람에게선 애당초 ‘반(反)윤석열’ ‘반(反)이재명’ 말고는 어떤 공통점도 찾아보기 어려운 관계였다. 4당이 이념과 철학, 정책과 지지 기반이 딴판인 이들이 뭉친다고 할 때부터 정치권에선 ‘총선 기호 3번’을 노린 야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혁을 내건 이들이 짧은 동거 기간 보여준 것은 기존 양당에서 보여준 꼼수 정치부터 먼저 보였다. 부동산 문제로 민주당으로부터 제명된 양정숙 의원을 선거보조금 지급기준일(2월 16일) 하루 전날인 15일 부랴부랴 입당을 시켜 소속 현역의원을 5명으로 만들어 선거보조금 6억6000만 원을 받았다. 현역의원이 5명 이상이면 선거보조금이 크게 오르는 점을 노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종민 의원이 지난 20일 개혁신당을 탈당함에 따라 현역의원이 4명으로 줄어들어 지급 받은 보조금을 반환해야 될 형편이 됐다. 당초 빅탠트를 친다고 큰소리친 통합 개혁신당의 파탄의 주원인은 정체성의 합의도 없이 만든 ‘묻지마 통합’이라는 분석이다. 중도·무당층에게 한껏 기대를 줬다 실망을 안기고 합당 11일 만에 끝나버린 개혁 신당의 파탄은 정당은 뜻과 이념의 정체성이 맞는 사람들끼리 결사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교과서적 논리를 다시 한번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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