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내년이면 창당 70주년을 맞는 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당 대표로 창당 65주년을 주관했던 이낙연 미래연합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며 탈당했다. 공천권을 쥔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 겪었던 ‘9·21 사태’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이번 총선을 앞두고 철저하게 내 사람 위주의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횡행하고 당 원로와 중진들이 나서서 “공천이 당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성명까지 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시스템 공천”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환골탈태의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환골탈태’는 친명계의 입장에서 보면 비명계 인사들을 제외한 친명 사단으로 채우는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되고 이 대표가 “새술은 새 부대에…” 라고 페이스북에 썼던 글과 일맥상통하는 뜻으로 보인다. 6일까지 친문·비명계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비명계의 중심인물인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경우 지난달 27일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되자 심한 반발을 하면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회동까지 해 주변으로부터 “탈당임박”이라는 관측까지 낳았다. 그러나 공천탈락 7일만인 지난 4일 돌연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그동안의 거센 저항의 기세를 겪었다. 정가에선 임 전 실장의 선택을 “총선 이후를 위한 일보 후퇴며 ‘포스트 이재명’을 노린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트 이재명’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또 한 명의 인물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180석 확보를 정확하게 예측해 ‘엄문어’로 불리는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최근 라디오 대담에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를 할 경우 이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 분위기를 보면 100석도 힘든데 이렇게 민주당이 폭망하면 과연 이 대표가 제대로 당권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조 대표가 민주당 당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 대표는 40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조 대표는 2019년 조국사태 때 당시 민주당의 차기 주자 선두권이었다”며 “그런 상황인 만큼 이 대표가 상처를 깊게 입으면 조 대표로 바로 (당 대표가)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 5일 이 대표와 조 대표가 만나 선거 연대를 발표했다. 조 대표는 자신들은 지역구 후보를 안 내고 비례대표에만 주력할 테니 민주당은 지역구에 전념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 모두 당 대표이면서 형사 피고인이다. 이 대표는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조 대표는 입시비리 등 파렴치 범죄로 2심까지 징역형을 받았는데도 불구속 상태로 ‘비법률적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자기 이름을 딴 당까지 만들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국회의원에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엊그제 옥중에서 ‘소나무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송 전 대표는 서울 노무현센터에서 열린 이날 창당대회 대신 자신의 보석심문에 나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불구속으로 창당한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처럼 정치할 권리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선대 정치인들이 이런 ‘막가자식’ 정치 풍토를 보고 정치판이라 할까 난장판이라 할까.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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