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정의

하버드대 교수였던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와 공정 개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저서 ‘정의론’은 수많은 논쟁과 파생 이론들을 낳았다.

그는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개념을 제시했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신분이나 재력 등 사회적 조건을 장막으로 가린 채 판단하고 합의를 거쳐 계약하는 것이 정의의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인이나 계층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막아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절차의 원초적 평등성과 판단의 엄정한 중립성이 보장돼야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검찰독재 종식’을 내걸고 출범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당 지지율이 단번에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번 총선에서 10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잡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은 민주당 황운하 의원의 합류로 원내 정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조국 대표도 비례대표로 출마하기로 해 여의도 입성이 눈앞이다. 이 추세라면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 최대 파란을 몰고 올 전망이다.

조 대표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몇 차례 사과했지만 법원은 차가웠다. “범죄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는 진지한 반성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조국’이란 이름을 ‘무지의 장막’으로 가려보자. 자녀 입시를 위해 불법으로 다른 학생의 기회를 빼앗아 2년 형을 선고받은 강남의 ‘내로남불’ 학부모, 선거 불법 개입 혐의로 수사 중인 피고인이 만든 정당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어떨까. 여론의 뭇매에 간판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장막 밖의 그는 ‘돌아온 영웅’이다.

롤스 교수는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좋음’에 대한 선호가 아니라 ‘옳음’의 범위 안에서 시민들이 ‘좋음’을 추구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는 ‘좋음’보다 ‘옳음’이 우선이다.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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