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총선일이 가까이 오면서 여야 구분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는 비하 발언 등 각종 막말이 선거판을 휘덮고 있다. 이로 인한 설화(舌禍) 논란이 이어지면서 민심의 이반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야당 예비후보자들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저급한 막말을 뱉어내고 있다.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도 치열해지면서 이들이 쏟아낸 ‘오염된 언어’들이 정치를 혼탁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심이 선거일이 가까이 올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종섭 주 호주대사 내정자의 출국과 관련 윤 정부를 향해 “개구멍으로 도망시키고…” “윤리조차도 모르는 패륜 정권에는 회초리로 치고 안되면 몽둥이로 때려서라도…”라며 독설을 쏟아냈다.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의 말이 이 정도니 선거판의 막말 수준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 식당에서 손님에게 “1번 이재명”이라고 인사하고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의 ‘2찍’ 막말이 알려지면서 “야당 대표가 ‘2찍’ 타령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했어야 되나”라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자 곧바로 사과까지 했다. ‘2찍’이라는 말은 2022년 대선 당시 기호 2번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를 했던 유권자를 비하하는 ‘멸칭(蔑稱)’이다.

민주당 서울 강북을 예비후보인 정봉주 전 의원도 과거 북한 지뢰에 다리를 잃은 장병을 웃음거리로 한 발언논란이 최근 재점화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17년 유튜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스키장 활용 방안을 두고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하하하.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 한 테 목발 하나씩 주는…”이라고 했다. 최근 그는 당시 당사자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했으나 당사자들은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과거 총선 판세를 뒤집어버린 대표적 설화로는 2004년 3월 17대 총선에서 당시 50세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젊은층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취지에서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 그는 이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심이 급격히 기울자 결국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당 의장직과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도 이번 총선에 전주병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했다. 그도 투표를 안 해도 괜찮은 70대가 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도 방송에서 “서울 살던 사람이 이혼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에 가고 부천에 있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으로 간다”고 소위 ‘이부망천’ 발언을 했다가 두 지역 주민들로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지지율이 조금 오르고 있는 국민의힘 후보들 중 도가 지나친 행태와 설화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성일종 의원이 장학금 전달식에서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예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언급했다가 친일론으로 비화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충북 옥천 예비후보인 박득흠 의원은 최근 공천 경쟁에서 승리하자 지지자들이 ‘축 22대 당선 축하’라는 케이크를 놓고 축하파티를 열었다가 경고처분을 받았다. 같은 당 조수연 후보(대전 서구갑)도 일제의 식민 지배에 대해 “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면서 친일파와 이완용을 두둔하는 듯한 글을 2017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대구 중남구의 도태우 예비후보도 과거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로 공천 취소설까지 나오는 등 곤욕을 치렀다. 예부터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 重千金)이라 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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