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영덕간 동해고속도로의 개통은 단순한 도로 준공이 아니라, 지역의 꿈과 의지가 국가의 대동맥을 바꾼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지역 발전을 위해 절실한 애착을 가지고 땀 흘렸던 이들의 노력 덕분에 불가능해 보이던 길이 새롭게 열렸다.
지난 시장 재임 시절, 나는 포항 발전의 핵심은 바다와 연결된 교통망 확충에 있다는 확신으로 영일만대교 건설을 추진하였다.
이는 단순한 순환도로망 구축이 아니라, 포항을 해양관광 거점도시로 도약시키려는 비전의 시작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고속도로망은 ‘남북 7축, 동서 9축’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남북 7축의 하나인 동해고속도로는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을 거쳐 오어사 방향으로 포항을 스치듯 지나 경주 위덕대 뒤편을 거쳐 영덕과 삼척으로 연결되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나는 이 노선을 영일만을 횡단하는 해상노선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모든 열정을 쏟았다.
우리 시는 자체 기획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했고, 마침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었을 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더 큰 시련이었다.
조사기관인 KDI와 청와대, 그리고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반대하여 사업 추진은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나는 경제성과 합리성으로 승부하기로 결심하고 실무진을 이끌어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를 수차례 방문해 경제성 분석을 의뢰했으며, 국방부·계룡대·묵호 제2함대사령부 등 관계기관을 직접 찾아가 끝없이 설득했다.
그 결과 포항-영덕구간은 예타를 통과했고(영덕-삼척 구간은 탈락), 이후 국토교통부의 타당성조사 용역 과정에서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환경성 검토 주민설명회는 지금도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으로 남아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동해고속도로 노선은 최종적으로 영일만 횡단노선으로 확정(2011.11.30국토부장관 고시)되었고, 한동대학교에서 영덕까지 31km 구간이 우선사업으로 추진되어 오늘의 개통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기쁨 속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기획재정부가 영일만대교 구간의 총사업비를 장래 계획으로 보류했을 때, 국토교통부 한 관계자가 “영일만대교는 시간이 약입니다.”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당시 중앙부처의 의견은 영일만대교 사업비를 함께 확보하려 하면 정치권의 반발로 전체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결국 그 판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포항~영덕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었지만, 영일만대교 건설이 여전히 착수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영일만대로의 교통체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정치권의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당시 영일만대로가 건설 중이었기에 다소 늦게 착공하더라도 총사업비 변경을 통해 영일만대교를 추진하자는 의견이었지만, 지금까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제는 포항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그때의 열정과 추진력을 되살려야 할 때다.
영일만대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다.
그것은 포항이 대한민국 해양도시로 도약하는 상징이자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희망의 길이다.
이번 고속도로 개통의 감동을 밑거름 삼아, 영일만대교 완공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포항의 대동맥 완성’을 향해 모두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