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설렘과 기대 속에서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작은 그동안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잘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새해 첫날부터 금연과 같이 잘못된 습관을 고치거나 운동과 같이 보다 건강한 생활 방식을 도모하려고 결심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것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런 작심삼일 현상은 비단 우리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얼마 전에 읽은 인터넷 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새해 결심 중에서 작심삼일로 그치는 가장 흔한 여섯 가지가 운동하기, 건강한 식사하기, 페이스북 이용 시간 줄이기, 금연하기, 술 적게 마시기,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하기라고 한다. 내용으로 보면 우리네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해가 바뀌는 시점을 전기로 해서 보다 더 잘 살고 싶어 이런저런 결심은 하지만 결국은 그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이 행동패턴은 인종과 문화는 달라도 인간에게는 공통적인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새해 결심이란 게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해 동안 우리들 생활습관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결심의 동기를 새해라는 시간의 위치에서 찾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신년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잘 해내야만 의미가 있다는 강박관념이 작심삼일의 심리적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처음 며칠간은 결심하고 잘 실천해 나가지만, 어쩌다 하루 이틀 실패하게 됐을 때 계획이 '이미 망쳤다'는 실망감이 들면서 중도에 포기하게 되고 노력은 무기한 연기되다가 다시 내년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반복된다.

해와 달의 주기에 따른 연월(年月)이 인생사에 단락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단락의 시작에 맞춰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는 착각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사실 순환 없이 연속되기만 하는 인생에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그것이 캘린더 상에서 1월 1일이든 혹은 8월 15일이든, 아니면 12월의 어느 날이든 상관없이 늘 새로운 날이며,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 그러니 오늘보다 더 좋은 시작점은 없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굳이 새해 첫날을 기회로 삼을 것이 아니라, 언제든 필요를 느끼는 때에 다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건강관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개인의 웰빙 상태에 부익부 빈익빈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미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 자기 관리를 통해 건강 상태를 더 증진시키는 반면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이가 잘못된 생활습관에 빠져들면서 자신을 더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한 해를 맞아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다짐을 한 게 있다면, 특정한 날에 의미를 둘 필요도 없고, 완벽한 목표 성취를 이루지 못 해도 문제삼을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 자신을 위해 크든 작든 뭔가를 행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작년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금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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