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이수윤 진료과장
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이수윤 진료과장

고령화 사회에 들어섬에 따라 각종 퇴행성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뇌 질환 중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알츠하이머 치매가 있겠고,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들리는 질환인 ‘파킨슨병’이 놀랍게도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 되겠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일반인에게도 꽤 알려져서 본인이 파킨슨병이 아니냐고 걱정하면서 진료실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파킨슨병이라는 어려운 이름은 200여 년 전 이 질환을 처음 발견한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발견한 의사 선생님 이름이 좀 더 쉬웠으면 환자분들도 기억하기 좋으셨을 터라는 아쉬움이 들긴 한다.

손발이 떨리고 행동이 느려지면서 점차 걷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데, 따라서 뇌졸중이나 척추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뇌 질환이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일반적인 뇌 MRI에서 뚜렷한 이상이 잘 나오지 않아 파킨슨병이 다른 질환으로, 반대로 다른 질환이 파킨슨병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많다.

파킨슨병에서의 뇌 MRI 촬영은 파킨슨병 자체보다는 오히려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뇌 질환들을 감별하기 위해 촬영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진단은 아직도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안목이 가장 중요하겠고, 파킨슨병 약물에 대한 효과 유무,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특수한 PET 촬영으로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킨슨병은 아직 완치할 방법이 없고 점점 증상이 나빠지는 퇴행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처음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 분들은 절망스러워하고 불안증이나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게 본다.

하지만 보통 파킨슨병의 진행은 매우 느릴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에 대한 효과가 뛰어난 편이라 누워지내던 환자가 걸어 다니고, 힘들게 걸어 다니던 환자가 뛰어다니는 극적인 모습도 한 번씩 볼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치료를 유지하면 수명에도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이라 파킨슨병에 대하여 이것저것 알아보시고 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왜곡된 정보로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파킨슨 약에 대한 거부감이다. 부작용 걱정 때문에 몸이 힘들어도 최대한 늦게 그리고 적은 용량으로 먹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약을 빨리, 많이 복용할수록 약에 대한 내성이 빨리 생기고 부작용이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힘들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걱정 때문에 약 복용을 미루는 것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오히려 필요한 만큼의 약을 먹고 충분히 운동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쪽이 장기적인 예후가 훨씬 좋다.

파킨슨병은 약물치료 외에 수술 치료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심부뇌자극술 (DBS)이 있는데 아쉽게도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게 효과가 좋진 않다.

대신 특정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매우 효과가 뛰어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약을 먹어도 약 효과가 너무 짧아진 환자나 약을 먹으면 몸이 의도치 않게 저절로 움직여지는 이상운동증이 심한 환자 등이 수술의 좋은 적응증이 된다.

반면 약을 먹어도 아예 일시적인 효과도 없는 환자는 수술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약이 반이고 운동이 반이라고 할 만큼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운동이 파킨슨 증상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권유되는 운동은 주로 유산소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포함한 운동이 되겠고 매일 한두 시간씩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운동이든 본인이 재미를 가지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면 더 좋겠고, 현재 신체적인 능력에 따라 위험할 수 있는 운동, 예를 들면 러닝머신이나 험한 산길 등반 등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에서 식이는 일반적인 건강식이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특별히 제한하는 음식도 없다.

하지만 파킨슨병에 매우 많이 동반되는 변비를 완화하려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섬유질 섭취가 중요하겠고, 넘어짐으로 인한 골절의 위험성이 큼을 고려한다면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 풍부한 한두 잔의 유제품 섭취를 권장할 수 있겠다.

또한, 단백질과 대표적인 파킨슨 약 성분인 레보도파가 만나면 약물의 흡수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어 고기를 많이 섭취할 때는 1~2시간의 간격을 두고 약물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도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는 아무런 치료법도 없는 완전한 불치병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아니다. 아주 효과 좋은 약도 있고 수술도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평생 유지하는 파킨슨병 환자들도 매우 많다.

힘들겠지만, 가능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질환에 적응하고 적절한 약물 복용, 그리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증상을 잘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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