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된 졸업학점 규정 제대로 안 알려 18학번 5명 졸업장 못 받아
교수·교직원 재수강 등록금 마련 조건으로 각서까지 쓰게 해 공분

국립안동대학교 음악관.
국립안동대학교에서 학교 측이 졸업학점 안내를 잘못해 학생 5명이 졸업을 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특히 학사관리의 책임을 해당 학생들에게 떠넘기면서 대신 한 학기 더 수강하는데 드는 등록금을 이번 사태가 벌어진 관계자들이 마련해주겠다는 각서까지 쓰게 해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졸업을 앞둔 18학번 재학생 등에 따르면 졸업을 20여 일 앞두고 5명의 학생이 지난달 24일 학교 측으로부터 졸업을 위한 최저 이수 학점을 채우지 못해 졸업을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졸업을 못 하게 된 5명의 음악과 학생들은 학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졸업학점 관리 안내표에 나온 대로 졸업 이수 학점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학교 측은 18학번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전공선택 최저 이수학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기존 이수해야 할 졸업학점 130점 이상 중 전공 60학점(전공필수 12, 전공선택 48 이상)이 72학점(전공필수 12, 전공선택 60 이상)으로 전공선택이 12학점 올랐는데 최근까지 기존의 60학점으로 안내한 것이다.

이 때문에 18학번 21명 중 24%에 해당하는 5명이 오는 18일 예정된 학위수여식에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된 처지에 놓였다.

해당 학과 졸업학점 관리표. 현재는 삭제됐다.
해당 학생들은 “학과 조교도 매년 학기 초 졸업학점을 학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졸업학점 관리 안내표대로 알려줬다”며 “결국 그 내용이 틀린 것이라면 분명 학교 측 잘못이고, 학교가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은 학생들의 잘못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마지막 학기 방학 전에 미리 알려줬다면 계절학기라도 들어서 어떻게 든 졸업 학점을 채울 수 있었다”며 학교의 허술한 학사 행정을 지적했다.

학교 측의 황당한 학사관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졸업장을 못 받게 된 학생들이 한 학기 더 학교에 다니게 될 상황에 놓이자 학교 측은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교수와 교직원들이 등록금을 마련해 줄 테니 모든 책임은 학생에게 있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해달라고 했다.

문제의 기간에 재직한 학과장과 조교 등 모두 7명이 나눠 등록금을 부담하기로 하고 해당 기간 2년간 조교를 맡은 A 씨는 다른 관련자들보다 2배 더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각서 마지막에는 ‘위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아 이 같은 황당한 사태를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기도 했다.

안동대 음악과에서 학생들에게 내민 각서
이에 대해 해당 학과의 학과장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해당 학생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럽고 미안하다”며 “학교 측의 단순 실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충분히 유감표시를 했다”면서도 “각서를 강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동대 측은 “변경된 졸업학점 규정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5명의 학생을 구제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2월 졸업이 불가해 1학기를 더 수강해야 하는 상황이라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