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안동병원 경북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예방관리센터장

“습관이란 무섭죠. 생각처럼 안 돼요…”

2000년대 초반 가수 이수영은 떨쳐내기 어려운 사랑의 습관에 대한 노래 “라라라”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 노랫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은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단숨에 떨쳐내기 쉽지 않습니다.

‘의사의 말은 듣고, 의사의 행동은 따라하지 마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의사들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하는 말이라 저도 좀 찔립니다. 아마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술·담배 끊고 면이나 탄수화물 섭취 줄이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체중조절을 하라는 것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맞는 말인 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며 연초에 계획했던 운동이나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나 독서는 작심삼일에 그치게 되는 것일까요? 좋은 습관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은 없을까요?

심리학자 카네만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사고 시스템은 시스템 1, 시스템 2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시스템 1은 직관적인 빠른 사고, 시스템 2는 논리적이고 느린 사고를 관장합니다. 뇌에는 일종의 절전 모드가 있어서 대부분의 일상적인 행동과 판단은 시스템1에서 담당하여 어림짐작으로 처리하며 뇌의 과부하를 막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인간 행동에 약점이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면 흡연자는 다른 흡연자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담배를 더 자주 피게 되며(사회적 맥락 압력), 다른 흡연자들보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을 낮게 보고(낙관적 편견), 한 달 뒤의 담배 한 갑보다 당장 지금의 한 개비를 선호하며(현재 중심 선호), 오늘 피우는 고작 담배 한 개비로 폐암에 걸리진 않는다고 믿게 됩니다.(땅콩효과) 그리고 어제의 과음으로 인한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은 다시 술을 먹으면 내가 개의 아들이 되겠다고 말하지만 며칠 뒤 친구가 부르면 똑같이 과음을 합니다.(투사편향) 퇴근 후 저녁 늦게 배가 고프면 늘 그랬던 것처럼 컵라면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현상유지 편향) 설상가상으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인지라 자신의 행동에는 갖가지 이유를 갖다 붙입니다. 오늘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고칼로리의 음식이나 과음을 좀 해도 된다고 변명하기 십상입니다. 또 인간은 배고픔, 갈증, 성적 욕망과 같은 충동적 상태, 기분과 감정이 나쁘거나 육체적 고통 등이 있을 때에는 현재 중심선호가 심해지고 시스템 1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예를 들면 배가 고픈 상태에서 대형마트에 가게 되면 배가 부를 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사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수많은 사고 시스템의 약점을 가진 존재이지만 또한 심사숙고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시스템 1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지면에 저의 건강습관 실천을 위한 다섯 가지 전략 혹은 마음 자세를 공유합니다.

첫 번째는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목표가 없는 저축은 지름신에 쉽게 무너지듯 절실한 목표가 없다면 기존의 나쁜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너무 먼 그러나 꼭 이루고 싶은 건강 목표를 정해 보세요.

두 번째는 “너 자신을 알라”입니다. 가장 먼저 나의 건강상태가 파악이 되어야 합니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이 있는지 근골격계에 문제는 없는지 심장, 뇌의 질환이 없는지를 알아야 자신에게 맞는 실천 전략을 세울 수 있겠습니다. 그 후 자신의 생활 습관 중 좋은 점과 나쁜 점도 체크해 보세요.

세 번째는 “오늘부터 당장 실천을 시작하라”입니다. 오늘까지는 맘껏 음식을 먹고 술도 마시고 내일부터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내일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그 다음날로 실천을 미루게 됩니다.

세 번째는 “첫술에 배부르랴”입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것을 바꾸려 하면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습관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중도에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처음엔 하루 10분 걷기 혹은 하루 식사량 1/4 혹은 500kcal만 줄이기 등의 상대적으로 쉬운 목표부터 세워서 실천하세요.

다섯 번째는 “우보만리”입니다. 처음 며칠은 근력운동을 한 부위에 알이 배기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난 후 발에 물집이 잡히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점점 쉬워져서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됩니다.

한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과 그에 따른 반응이라는 경험이 켜켜이 쌓여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의도나 결심을 한다고 바로 바뀌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제가 드리는 건강 생활습관 실천 전략을 참고하셔서 좋은 습관을 실천하고 유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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