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정리하면 의과대학생으로 장래 전문의 진료과를 선택함에 있어서 소아청소년과는 뭐 하나 매력적인 게 없다는 결론이다. 소아청소년과가 아닌 과를 정하든지 아니면 전공의를 안 하든지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없어도, 자리가 비워져도 소아청소년과는 선택하기 싫다는 것이다. 어떠한 직업군이라도 현재는 힘들어도 미래가 밝으면 감수하지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면 후순위로 밀려 난다. 다시 말하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월급을 올려 준다고 해도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수년 전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가 지속되어 왔지만, 올해 서울의 일부 대학병원까지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커져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원 간판 두 개 중 하나는 ‘진료과목 소아청소년과’ 라고 적혀 있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라고 착각하여 비전문의에 의한 진료가 성행하고 있다. 엄마들은 코 막히고 콧물이 나면 이비인후과 질환인지 알고 찾았다가 호전되지 않고 기침이 나면 그때서야 소아청소년과를 찾는다. 중학생만 되면 ‘다 자랐다’고 내과로 가버린다. 전공의 교육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때만 예방접종을 가르치고 중요시 여겼는데, 실제로 개원을 해 보니 국가가 주도(NIP)해서 ‘무료 어린이 예방접종’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닌 타 전문 의원, 일반 의원, 보건소, 인구보건복지협회가족보건의원이 대부분 가져가 버렸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만이 알고 있는 어린이 발육상태에 대한 ‘영유아검진’도 국가가 몇 시간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형태로 주도가 되었는데도 아무도 잘못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소아청소년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므로 흉곽의 크기가 달라서 청진기도 하나로 해결되지 않아 보통 2~3개가 있어야 정확한 청진을 할 수 있고, 예방접종할 때도 보통 3인이 붙잡아야 안전하게 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는 동일하다. 이러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서 대한소아청소년과 개원의 의사회에서는 눈물로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내리고 다른 진료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현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사라지고 새로 전공의를 선택할 지원자는 아예 외면하면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 갈 소아청소년의 건강은 ‘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되는데 이렇게 되어도 국민은 아무런 느낌과 걱정이 없고 국가는 적절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미래라고 하는 것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획득 후 전문의로서 해야 할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부분을 다른 과(이비인후과,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의 등)에서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라의 미래 정책 방향과도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즉 나라의 정책 방향은 진료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 전문의 제도를 60년 전부터 도입하였으나 실질적 관리가 되어 있지 않고 방치하므로 국민들이 오판하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어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1차 진료 의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다가 병이 중해지면 3차 진료기관인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로 전원을 해야 한다면 그 질환은 첨부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 의해서 진료가 되었어야 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혼란을 피하려면 국민들에게 연령별 애매한 질환은 어느 전문의에 의해서 진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알려 줄 홍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피로한 몸을 풀기 위해서 목욕탕에 물을 담고 잠시 눈을 감는다. 그런데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해결책은 탕에서 나오든지, 더운물 밸브를 줄이든지 찬물 밸브를 올려야 문제가 해결된다. 복잡한 것 같으나 간단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미래에 대한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하는 정부의 결정이 나오면 쉽게 회복될 것이나 근시안적 처방만으로는 소아청소년과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의과대학생들이 먼저 알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근본적 대책은

1.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급감 대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전공의 지원을 한 응시자들을 상대로 직·간접적으로 ‘왜,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파악해야 하며, 해결 방안에 대해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2. 국가는 미래 지향적으로 각 분야의 전문의제도를 활성화해서 1차 진료 의원에서부터 국민 다수가 최적의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계획하여야 하며,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 최소한의 필수 전문 의료인 확보를 최우선 시 할 의무가 있다.

3.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특성상,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는 정상 참작이 이뤄져야 하고, 불구속 수사의 원칙 아래 당황해서 의무기록에서 빠진 진료행위는 추가 기록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 공정한 방어가 이뤄져야 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의사에 대한 진료방해, 폭력, 비방 등은 법에 의한 처리의 원칙이 지켜져서 근절되어야 한다.

4. 전문의 진료가 정착되기까지 소아청소년의 진료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 의해서 이뤄진 경우에 정부는 특별진료가산금제를 도입해서 활성화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환자 부담이 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정부의 조치에 따라 결과는 금년 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상태에서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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