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수두와 어른 때 걸리는 대상포진은 동일한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에 의한 질환이지만, 첫 감염 때 나타나는 질환이 수두(chickenpox, Varicella)이고, 피부 병변은 아물었으나 수두 바이러스가 지각신경절에 잠재되어 있다가 면역이 떨어졌을 때 재활성화되어 수시로 질병을 일으킬 때의 질환이 대상포진(Shingles, Herpes zoster)으로 같은 바이러스에 의하지만 상황에 따라 병명이 달라지는 경우이다.

첫 감염일 때의 수두는 호발 연령이 1~4세이고, 무증상 감염은 드물고, 10~21일 간의 잠복기를 지나 1~2일 간의 열, 두통, 복통, 피로감이 나타난 후 발진이 2~4일 지속된다. 이 질환의 특징은 피부 발진의 출현 형태에 있다. 즉, 피부 발진이 단계적(붉은 반점, 구진, 물집, 농포, 딱지)으로 나타나지 않고 모든 양상의 발진이 한꺼번에 나타나 관찰이 되는 점이다. 부위는 흉부를 비롯해서 전신에 발생되며 가려워서 긁으면 이차로 세균이 감염되어 화농이 되어 나아도 굵게 패인 흉터를 남긴다. 면역이 떨어진 경우(장기간 면역억제제 복용, 악성 종양, 장기 이식 등)에는 진행성 수두(progressive varicella)로 심화되어 내부 장기에 침범해서 복통을 유발하고 응고장애에 의한 출혈증상이 나타난다. 합병증으로 2차 세균 감염에 의한 농가진, 연조직염, 패혈증, 골수염 등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단순한 피부병변의 수두가 아닌 경우에는 항바이러스 제제(acyclovir 등)로 치료해야 한다. 신생아 수두, 선천성 수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이 질환은 제2급 감염병으로 질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서 24시간 내 보건소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환자로부터 타인에게 전염 가능한 기간은 발진 나타난 후 최소 5일 간이며 모든 병소가 딱지가 완성될 까지 격리시켜야 된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어린이는 환아와 접촉 72시간 이내에 예방접종을 하여야 한다. 어린이 기본 접종은 생후 12개월에 1회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거나 접종한 수두 백신에 대한 항체 치는 성인이 되면서 급격히 떨어져, 여러 가지 이유로 전신 면역이 떨어지면 수두 발병 후 지각신경절에 잠재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해당 국소부위의 피부에 수포성 발진이 반복해서 발생하게 된다. 발진에 동반한 통증은 타 들어가는 통증, 찌르는 듯한 통증, 날카로운 통증, 옷에 스쳐도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로는 가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 부위에 무감각으로 저리기도 하다. 가끔은 피부 병변 전에 통증이 선행하기도 하고 피부병변 없이 통증만 있기도 하다. 피부병변 출현 후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그래서 50세 이후에는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무서운 질병을 예방하는데 필수적이고 최선의 방법이다.

피부 병변의 부위가 한쪽 귀 근처를 지나가는 안면신경에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안면신경마비와 청력 소실을 일으키는 람지 헌트(Ramsay Hunt) 증후군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가 늦어지면 위 증상들은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나타나는 증상은 한쪽 귀 주변에 수포를 동반한 발진과 발적 그리고 심한 통증이 있으며 같은 쪽 안면 근육이 약해지고 마비증상이 있다. 발적과 수포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안면 마비 증상 전 또는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다른 증상으로 이통, 난청, 귀울림(이명), 해당 쪽 눈을 감기 힘듬, 현기증, 얼굴 비대칭, 미각소실, 안구와 구강 건조 등을 느낀다. 안면 마비 증상과 얼굴 한쪽에 수포를 포함한 발적이 있으면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무서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역시 60세 이상에서 취약하며 이 질환 자체로 전염의 위험은 없으나 과거 수두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수두에 감염된 적이 없으면 수두로 전염시킬 수 있다. 특히 면역저하자, 신생아, 임산부에게는 심각한 전염이 될 수 있다. 합병증으로는 영구적인 청력 상실과 안면마비, 각막손상으로 인한 실명,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이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후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피부병변 자리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하고 가벼운 터치에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낀다. 발생 위험 요소로는 60세 이상, 심한 대상포진, 당뇨, 대상포진 발생 부위가 얼굴과 몸통인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발진 72시간 내 투여하지 않은 경우, 예방백신을 하지 않은 경우이다.

예방접종 백신은 두 가지이며 예전부터 사용했던 생백신(상품명: 조스타박스)과 최근 도입된 사백신(상품명: 싱그릭스)이 있다. 전자는 1회 접종이고, 후자는 2~6개월 간격으로 2회이다. 2회 접종으로 90% 효과가 있다. 아주 비싼 접종 약이지만 질병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50세 이후 접종이지만 면역이 저하되는 기저질환 환자는 19세 이후 접종한다. 주사 부작용으로 통증, 발적, 근육통, 피로, 두통, 떨림, 열감, 구토, 설사, 복통 등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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