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경북일보 청송객주 문학대전

당신을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
우리의 관계는 적막해진다
가령, 어질러진 방의 내부를 보면서
당신이 먹다 남긴 음료수 캔 하나에 참을 수 없이 날뛰는 말의 통증을 느낄 때,

당신은 화를 내며 반격을 시도한다
문제의 단초를 둘러싸고
당신의 이력을 조목조목 나열하지만
그런 친절에 동의하는 당신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우리의 내전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이런 대대적인 공격에 무너지는 것은 사실은

당신이 아니라 내가 배열한 말들의 목록,
그 형식의 진부함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범인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의 노련한 언어가 아니고
어눌한 말더듬이의 머뭇거림일 수도 있는데,

말은 할수록 가속도가 붙고 거칠어져서
놀랍기는 하지만 감동은 없고
돌아서면 뒤통수만 가려워지고

내가 뱉은 숱한 말들의 진원지를 따라가 보면
그곳엔,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한 소년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성난 말들의 갈기를 붙잡고 유순해지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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