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얼마 전 통영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굴을 선물 받고 생으로도 먹고, 삶아 먹으면서 풍성한 가족간 굴파티를 한 적이 있다. 필자의 경우 굴을 너무 좋아해서 주변에 굴전, 굴국밥, 굴수육 등 굴관련 요리를 잘하는 식당을 즐겨 찾아서 간다.

서양에서는 로마의 황제들, 프랑스 나폴레옹,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도 굴을 즐겨 먹었다고 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특별한 듯하다. 특히 영국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굴이 매우 비싸서 쉽게 맛볼 수 없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굴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굴껍질을 모려(牡蠣)라고 하여 평간잠양(平肝潛陽) 효능이 있어서 심계정충, 불면증, 현훈, 이명을 치료해준다. 또 연견산결(軟堅散結) 작용을 하여 나력담핵이나 징가비괴를 치료하고, 수렴고삽(收斂固澁) 작용을 하여 자한, 도한과 같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유정, 몽정과 같은 남성생식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많이 사용했다. 모려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으로 주로 제산작용을 하거나 칼슘성분이 아세틸콜린 합성을 촉진하여 교감신경의 흥분을 완화하고 골격근 마비를 개선하여 중추신경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이처럼 굴은 한방에서도 오랜 세월동안 모려라는 약재로써 질병을 치료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매우 이로운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바다의 왕자,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영양만점의 음식인 굴은 아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부조직을 재생시켜주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피부에 윤기를 더해주고 피부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 굴에 함유된 철분성분은 적혈구 생성을 촉진시켜 주고 빈혈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모려의 효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굴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생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갱년기 여성의 불면증이나 불안증상을 완화하는데에도 효과가 좋다.

그 밖에도 굴은 아연과 정자의 구성성분인 아르기닌이 풍부하여 서양에서 카사노바가 즐겨 먹었었다고 할 정도로 남성의 생식기능을 강화해주며 풍부한 칼슘은 아이들의 성장과 노인의 골다공증에도 도움이 된다. 굴에 함유된 타우린은 뇌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 표현되어 있는 건강을 지키는 비법으로는 소우주인 인간이 사계절의 변화에 맞게 순응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철음식을 적절하게 챙겨 먹는 것도 그 일부분이다. 지금이 바로 겨울이 제철인 완성식품 굴을 먹을 때인 것이다.

결국 보약은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고, 몸상태에 맞게 적절한 음식을 찾아서 꾸준히 먹는다면 굳이 약을 먹을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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