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쌍화탕은 중국 송나라 태종 때 진사문이 황제의 명을 받들어 지은 의서 ‘태평혜민화제국방’에 처음으로 수록되었으며, 이후 여러 의서에서 피로하거나 허약한 증세에 대해서 ‘쌍화탕’을 처방하는 기록이 등장했다. 특히, ‘동의보감’에서는 잡병편 허로문에서 쌍화탕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쌍화탕은 그 처방의 의미로는 ‘한 쌍의 남자와 여자가 화합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남자와 여자가 합방을 한 이후 그 피로를 풀어주는데 최고의 약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과거 왕실에서 임금이 왕비와 동침을 한 다음날 새벽에 쌍화탕을 전탕하여 부족해진 음기를 보하고 피로를 풀어줄 목적으로 자주 처방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쌍화탕이 단순히 감기약 혹은 몸살약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사실은 피로 회복은 물론 면역력 증강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는 처방이다.

쌍화탕을 구성하고 있는 한약재의 구성의미를 살펴보면 아주 훌륭한 보약임을 알 수 있다. 쌍화탕에는 혈을 보하는데 으뜸 처방인 사물탕을 구성하고 있는 4가지 약재인 당귀, 천궁, 숙지황, 백작약이 모두 들어 있다. 또한 기를 보하는 대표약재인 황기,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계피와 생강, 비위를 보해주는 감초와 대추가 들어 있어서 기와 혈을 보해줄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철 몸을 따뜻하게 하여 면역력을 높이고 비위를 튼튼하게 하여 한겨울을 거뜬하게 날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쌍화탕은 질병으로 인해 몸이 허약해졌을 때, 과로로 인해 지쳐있을 때, 식욕이 저하되어 있을 때, 감기몸살이 있을 때, 근육통이 있을 때, 식은땀이 날 때 모두 좋은 효과가 있다.

모 제약회사에서 몸살감기약으로 홍보를 너무 잘 하는 바람에 단순히 감기약으로만 알려져 있다. 이 처방이 겨울철 면역력을 증강시켜서 추위를 이길 수 있게 해주고, 기와 혈을 보하는 효능이 있으니 커피대신 차처럼 꾸준하게 복용하게 된다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을 것이다.

일전에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찻집에는 늘 커피대신 계란 노른자 하나는 동동 띄워서 잣이나 참깨를 곁들여서 찐하게 달인 쌍화차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쌍화차를 보는 순간 잊고 있었던 쌍화차의 향기가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그리움으로 필자에게 다가옴을 느꼈다.

대구에 알고 지내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대구시내에 있는 옛날 다방에 가자며 안내해줘서 방문했을 때도 입구에서부터 나를 반겨준 것은 바로 요즘 흔한 커피향이 아닌 바로 쌍화차의 향기였다. 그곳은 이젠 마치 희귀한 곳이 되어 어른들의 추억 찾기처럼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모습을 보며 점점 사라져만 가는 쌍화차의 향기에 대한 반증인 것 같아 더욱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제 추억이 담긴 쌍화차의 향기와 우리네 겨울철 건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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