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외부로 부터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침범을 이겨내는 인체 방어 기전으로는 첫 번째가 피부의 두꺼운 층과 점막의 분비물 내 항균성 효소(라이소자임)이며, 두 번째가 체내에서의 방어 기전 즉, 백혈구 등 탐식세포(phagocyte) 기능과 면역(immune)기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탐식세포의 탐식 기능은 백혈구 중 과립 백혈구에서 일어나며, 과립 백혈구(탐식세포)의 숫자와 기능이 관여한다. 백혈구의 탐식기능에서 이 세포가 체내에 들어온 세균에 접근해서 탐식을 하고 세포 내 살균작용의 한 과정은 세 가지 화학물질인 과산화수소(H2O2), 하이드록시 기(OH-), superoxide(O2-)의 균형에 의해서 탐식 된 세포의 살균작용이 이뤄진다. 여기에서 관여하는 효소가 superoxide dismutase(SOD) 이며 정상인에서는 세 가지 화학물질의 균형이 잘 이뤄져서 원활한 탐식기능이 이뤄진다. 이 효소의 생산을 관장하는 유전자는 21번 염색체의 장완(long arm)에 위치한다. 그러나 다운증후군 환자의 21번 염색체는 정상인의 1.5배인 삼(3) 염색체로 당연히 SOD치도 1.5배로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서 과립 백혈구 내 살균작용에 관여하는 세 가지 물질의 균형이 깨지며 살균작용 기능은 떨어지게 된다. 한 마디로 다운증후군 환자의 과립 백혈구는 기능이 저하된 세포에 불과하므로 감염에 취약하여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므로 세균 감염이 의심이 되면 조기 항생제 치료가 필수적이다. 감염에 취약한 또 다른 원인 질환으로 탐식세포의 탐식 기능은 있으나 탐식능력이 없는 질환인 만성육아종 질환(chronic granulomatous disease)이다. 이 질환은 NADPH oxidase의 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또 다른 유전질환이 있다. 그 외에도 백혈구 접합물질 결핍증, Chediak-Higashi 증후군, Myeloperoxidase 결핍증 등 다양한 질환이 다양한 원인(주로 상염색체 열성 유전)으로 일어난다. 모든 일이 그렇다.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군인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개개 군인의 질적 성능도 숫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미국은 가보기 전에 지도로만 상상했던 나라보다 훨씬 컸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국민의 근면성과 지도자의 영도력으로 1980년대에 경제가 발전하여 중동 수출 등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였다. 1978~1981년 군의관으로 있었을 때 면세로 살 수 있었던 가전제품으로 컬러 TV와 전기세탁기 등이 포함되기 시작하였는데 군의들의 복지 차원에서 시중가의 60~70% 정도의 가격이니 혜택은 컸다. 그 외에도 장갑, 내의, 구두 등도 구매 가능했다. 한 번은 군인가족을 치료했더니 어릴 때 먹었던 건빵을 박스로 선물을 받았다. 봉지 안에는 별사탕이 색깔별로 있었는데 어릴 때 추억의 간식거리였다. 제대 후 진로 선택에 있어서 당시 국립의대 전임강사의 초봉은 28만원었으며 옆 사립종합병원은 80만원이었으나 그래도 모교인 국립의대 교수직을 택하였다. 아마도 부친도, 큰형도, 작은형도 모두 국립대 교수의 길을 가고 있었던 영향도 컸으며, 그 무엇보다도 대학 은사의 요청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경제는 날로 발전해서 국고의 달러가 안정세에 접어들자 해외여행 자유화 전에 대학교수를 시작으로 해외여행이 허가되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각 분야의 대학교수를 해외에 파견 보내 해외의 발전된 문명과 문화를 배우고 오라는 국가 정책이었을 것으로 판단되었고 올바른 정책이 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대학 내에서도 연장자 순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씩 다녀와서 해외의 발전된 의학을 견학하고 돌아왔다. 그러다가 짧은 기간 동안의 해외연수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차츰 1년씩으로 연장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6개월은 자가 부담이었으니 경제적으로 부담은 컸다. 그래도 연수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미국 내 대학을 물색하기 시작하여 편지를 발송하였다. 그 당시에 소아혈액종양학을 전공하면서 내 지식습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의학책이 Pediatric Hematology and Oncology였으며 저자인 Philip Lanzkowsky 교수(현재 Zucker School of Medicine 재직)가 근무하는 뉴욕 주 Long Island Jewish Hillside Hospital을 선택해서 초청 타진의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곧 닥 아 올 차례를 대비하면서 영어회화 준비에도 노력을 하였다. 그 당시에는 민병철 생활영어 카세트가 6 묶음이 있었고 승용차에 카세트를 넣어두고 시동을 걸면 바로 영어회화가 시작되도록 하여 출퇴근 시간마다 30분씩 들었다. 집사람 덕으로 환자 중에 미국 선교사 가족이 바로 이웃에 살았는데 1주일에 하루를 택하여, 1시간씩 2년을 다녔다. 저녁을 먹고 미국인 집에 방문해서 일상생활에 관한 대화를 하다 보니 미국인 대하기가 퍽이나 자연스러워졌다. 6살 어린이가 있었는데 이름은 Matthew이었다. 지금은 45세로 성장해서 아마도 미국으로 귀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주의 대화는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에 관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한번은 여름이었는데 주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었다. 필자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수박에 대해서 좋아하는 점을 설명했다. 맛있고, 계절에 맞게 시원하고, 양이 많아 입에 한 가득 넣고 깨물 수 있다고 설명을 하고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사실은 수박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이 다 맛이 있어서 항상 잘 먹을 수 있는 점을 타고 난 복이라고 믿고 살고 있다. 친하게 만나는 한 분은 식사를 하면서 ‘이 선생 맛이 어때요?’ 라고 물을 때 ‘아주 맛있네요’ 라고 대답을 하면 ‘이 선생은 뭐든지 다 맛있다고 하니,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라고 해서 크게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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