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에스포항병원 혈관외과 진료과장. 에스포항병원
김종빈 에스포항병원 혈관외과 진료과장. 에스포항병원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70대 환자분이 엉덩이와 허벅지의 통증으로 혈관외과 외래를 방문했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의 통증이 느껴지고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나아졌으나 이내 걸으면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고 했다. 그동안 허리디스크에 대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달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돼 치료받았던 환자분의 이야기다.

위의 환자처럼 하지의 통증이 발생할 때 일반적으로 관절이나 근육의 이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막힐 때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며 이를 모르고 지나치거나 방치하게 될 경우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말초동맥질환은 팔과 다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인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말초동맥질환은 90% 이상이 주로 하지에 발생하며 나머지 10% 정도는 상지에 나타난다.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며 주로 비만,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등이 주요 위험인자다. 특히 50세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등을 동반하고 있고, 걷거나 쉴 때 다리 통증을 자주 호소한다면 말초동맥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다리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지고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이 차단되어 “허혈” 증상이 발생한다. 주로 다리를 사용할 때 통증이 발생하며 200미터 혹은 심한 경우 50미터도 걷기 어려운 통증을 호소하게 되며 이와 같은 증상을 “파행증”이라고 한다. 동맥의 질환이 더 심해질 경우 가만히 있어도 다리에 통증이 생기거나 다리에 생긴 상처가 아물지 않아 결국 다리가 괴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말초동맥질환의 증상은 척추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매우 비슷하므로 구별하기가 어려우며 오인하기 쉽기 때문에 디스크나 관절 수술을 하기 전 말초동맥질환의 여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먼저 말초동맥질환의 경우 근육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다리를 사용할 때 증상이 발생하며 자전거를 오랫동안 잘 타지 못한다. 반대로 척추질환의 경우 주로 자세와 관련하여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똑바로 서 있거나 걸을 때 증상이 발생하지만, 자전거는 오랫동안 불편감 없이 잘 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초기에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방문해 문진하고 발목상완지수(Ankle-brachial index), 도플러 초음파, CT 검사 등을 시행해 말초동맥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특히 발목상완지수는 말초동맥질환이 의심될 때 가장 쉽고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이며 팔과 발목의 혈압을 측정 및 비교하여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치료는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금연, 고혈압, 당뇨 등의 위험인자 교정과 약물치료 등의 비수술적인 치료를 먼저 진행해 볼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치료법 중의 하나는 운동요법이다. 운동요법은 다리 통증을 느낄 만큼의 속도와 거리를 1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30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다. 이는 증상의 완화뿐만 아니라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한다면 결국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풍선이나 스텐트를 이용해 넓혀주는 말초동맥중재술이나 건강한 혈관으로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동맥우회수술 등을 고려해야 한다.

말초동맥질환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으며 반대로 하루아침에 좋아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평소에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흡연은 매우 강력한 위험 인자이기 때문에 금연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맥경화가 의심되거나 걱정이 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발목상완지수 검사를 시행해 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