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옛날 사람들은 우리 몸이 떨리거나 마비가 오는 질환의 원인을 바람을 맞아서 그렇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이유로 풍을 맞았다는 개념인 중풍(中風)이란 용어를 쓰게 됐다. 즉 나무의 가지나 잎이 흔들리는 현상으로 바람이 부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몸이 떨리거나 경련이 생기는 것은 그 사람의 몸속에 풍의 기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한의서에는 사람의 몸이 떨릴 때는 풍의 기운을 이기는 약을 쓰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그때 ‘거풍(祛風)’의 효능이 있는 약을 처방하게 된다. 거풍을 시키는 약재 중 대표적인 약이 바로 천마이다.

천마의 꽃대가 마치 붉은 색 화살촉과 같다고 하여 적전(赤箭)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그 효능이 풍을 잘 다스린다고 하여 정풍초(定風草)라고 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동안 천마가 자라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사람들이 천마의 특이한 모습을 보고 이런 표현을 했다. ‘유풍무동(有風無動), 무풍이동(無風而動)’ 즉, 바람이 부는 때는 흔들리지 않으며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움직임이 있다는 표현이다. 천마의 생장하는 모습 속에서 바람과는 반대가 되는 기운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였던 것이다. 이에 풍을 이기는 힘을 확인하고서 천마의 맛과 성질을 정의하고 풍과 관련된 각종 마비성 질환에 처방을 하여 효험이 있다는 것을 기록하게 되었고, 그 기록들이 쌓여 많은 마비성 질환을 치료하는 처방의 주된 약재가 되었다.

천마를 마와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둘은 전혀 다른 약재이다. 산약이라 불리는 마는 마과에 속한 약재이며, 천마는 난초과에 속한 식물이다. 천마는 그 덩이줄기를 쪄서 말린 것을 약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맛은 달고 특유의 냄새가 있으며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고 하여 그 성미를 ‘감평(甘平)’하다고 표현했다.

천마의 주된 성분은 가스트로딘이며 간에 작용하여 평간식풍(平肝熄風)하며, 경련을 억제해주는 지경련(止痙攣)의 효능이 있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도 항경궐, 진정, 항우울, 기억력개선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혈액순환개선, 항노화, 항염작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임상에서는 주로 경련발작과 파상품, 소아경풍, 어지럼증, 두통, 신경쇠약 등에 쓰인다.

몇 년 전 필자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과 함께 예천에서 천마를 재배하는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천마가 자라는 해발 700m 이상이 되는 높은 산중턱까지 올라가 보니 맑은 물, 깨끗한 공기를 느끼며 역시 천마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기운만을 받고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라는 모습이나 환경에서 알 수 있듯이 천마가 좋은 기운을 사람의 몸에 전해줄 수 있으리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문헌에서 본 대로 바람과 역행하여 움직임을 발생시키는 천마의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한약재의 원리는 사람에게 부족한 기운을 보충하는 것이다. 몸이 찬 사람이 따뜻한 약재를 통해 온기를 보충하며,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서늘한 성질의 음식이나 약을 통해 몸에 균형을 맞춰준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몸에 바람의 기운 즉 풍기가 있다면 천마를 이용하여 바람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듯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