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어린 시절 명절 때 큰집에 방문하게 되면 할머니께서는 통조림 속에 들어 있는 백도를 즐겨드시면서 어린 나에게도 나눠주셨다. 그리고 꿀단지처럼 생긴 조그만 항아리에서 검은 빛깔을 띠는 무언가를 나무숟가락으로 한입씩 떠서 드시곤 하셨는데 그게 무얼까 한참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할머니 방에 가면 맛있는 것들, 귀한 것들이 많이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특히 할머니께서 드셨던 그 검은 빛깔의 무언가는 바로 친지분들이 선물해 주신 경옥고를 드셨던 것 같다.

이미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가족들이 먹을 경옥고를 직접 우리 손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동의보감 원방에 의거하여 만들기로 했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어서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된 경옥고를 만들게 되었고, 그 경옥고를 통해 보다 한방처방 약에 대해 더욱 친숙해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지만, 경옥고는 맛도 좋고 효과도 좋아서 한약에 대한 거부감도 덜하고, 먹고 난 이후 기력 회복이나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을 금새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경옥고는 검은 빛깔에 진득하게 생긴 특징에 비해서 약재의 구성은 간단하다. 생지황, 인삼, 백복령, 꿀이 들어가는 처방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경옥고는 정수를 채워주고 진기를 보해줘서 노약자로 하여금 젊음을 회복할 수 있게 해 주고, 기와 혈을 보해줘서 오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하였다. 동의보감의 표현처럼 경옥고를 먹게 되면 실제로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폐와 기관지의 건강에 효과적이다. 급성기침이나 가래보다는 만성적으로 마른기침을 하는 경우에 특히 좋으며, 잦은 감기나 감기 이후 후유증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기와 혈을 보해주기 때문에 만성피로나 체력이 떨어진 경우, 허약한 체질에 효과가 좋다.

그 외에도 뇌수 부족으로 오는 현훈, 건망증을 치료하고 위 점막 보호 작용, 위와 대장의 기능을 개선하면서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기억력, 판단력을 개선하며 폐결행, 폐암, 골수억제 개선효과 등과 같은 질병치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동물실험에서는 경옥고의 항산화 효과가 증명되었으며 노화방지에 유효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도 증명했다.

제조공정에 있어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되어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일단 인삼의 경우 미세입자로 곱게 가루를 내야 하고, 생지황은 가을에 구하여 찧어서 즙을 내고 쇠붙이를 피하며, 백복령은 송진이 고루 분포한 흰색을 구입해야 한다. 꿀은 겨울의 수분함량이 적은 꿀을 구해서 불순물을 제거하여 사용하되 4가지 약물을 골고루 잘 섞어서 정성껏 제대로 달인다면 원하는 효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경옥고의 효능이 각종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고 제조방법이나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조, 포장 방법에 있어서도 보다 현대화, 과학화, 표준화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AI시대에 걸맞은 경옥고의 과학적 변신을 더욱 깊이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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