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1925년에 Dr. Cooley에 의해서 발견된 탈라세미아 증후군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해서 중국 남부 지방과 아프리카 중, 북부 지역을 잇는 띠(belt)에 있는 국가들인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지중해 연안 그리고 유럽 남부의 국가들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아마도 인류 태생의 기원이 아프리카였다는 학설과 유관해 보인다. 이 인류의 한 부류에서 유전질환이 발생하였고 그 조상이 지속적으로 평행선을 그리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새로운 인류(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의 화석이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발견되기도 했지만, 원래 이 질병의 근원은 아프리카였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질환의 결함은 적혈구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인 혈색소(hemoglobin)의 한 부분인 글로빈(globin) 유전자의 이상으로 이상 혈색소가 만들어지며, 이로 인해서 적혈구의 기능이 정상이지 않아서 적혈구 조기 파괴가 발생하는 용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질환은 아주 드물게 발생되는 희귀질환으로 필자도 50년 동안 환자 진료에서 한 례도 진단을 붙여 본 적이 없다.

혈색소(hemoglobin)는 헴(heme)과 글로빈(globin)의 복합체이며 글로빈은 6가지 폴리펩타이드 고리(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제타; α, β, γ, δ, ε, ζ) 중 쌍으로 2개씩 복합되어 구성되어 진다(예; α2β2). 출생 전 조혈은 난황난(yolk-sac)에서 임신 10~14일에 시작되며, 이 시기의 배아 혈색소(임신 8주 이내)는 Gower-1(ζ2ε2), Gower-2(α2ε2), Portland(ζ2γ2) 혈색소로 엄마 뱃속에서는 스스로 호흡기능이 없는 상태여서 엄마에 호흡에 의존해서 각 장기에 산소를 공급하는데 편리한 구조로 글로빈이 형성되고, 출생 시에는 혈색소 F(Hb F: α2γ2)가 우세하다가 자가 호흡이 시작된 후에는 산소 공급 형태에 맞는 산소 친화와 분배의 구조로 바뀌게 되는 복잡한 변화를 거치게 되며 점차적으로 성인의 혈색소(Hb A: α2β2)로 치환되어 평생 유지하게 된다. 성인 혈색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베타 글로빈의 이상은 탈라세미아 증후군과 낫적혈구빈혈(sickle cell anemia) 등을 일으킨다. 물론 두 질환의 유전자 이상의 형태는 다르다. 탈라세미아 증후군의 유전자이상은 HBB 유전자(11p15; 염색체 11번의 단완 15부위에 위치)의 m-RNA 이상으로 발병하게 된다. 주증상은 용혈에 의한 빈혈로 성장 장애를 포함한 황달, 골발육이상 등이 발생하므로 반복적인 수혈 외에는 생명을 연장시킬 수가 없다. 그러나 반복 수혈에 의한 철과다증은 간, 폐 등 주요 기관의 기능 장애를 일으켜 철제거 약물(iron chelating agent) 투여가 필수적이다. 탈라세미아 증후군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한다. 중국 남부지역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의 민족과 결혼이 증가하게 되면 2세대에서 열성 유전인자 이상이 증가하게 되나, 열성 유전자이므로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유전자 이상 3세대에서 이상 유전자끼리 결합하게 되면 열성유전질환이 발현될 가능성이 25%에서 나타난다. 즉 국제결혼이 시작되고 25~30년 지나면 이런 질환의 발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는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경제적 곤경에 처한 독일을 구하자는 명분을 내세워 2차 세계대전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독일 민족의 단합을 위해서 주변 참모들은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고자 노력을 하였으며, 유전적으로 우수한 민족이 세계를 지배하고 이끌어야 세계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외모상 특징을 규정해서 순수 게르만 민족이라고 선정된 건장한 남녀 수백 명씩을 선발하고 합숙을 시키므로 순수한 게르만 민족의 탄생을 타민족과 분리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필자가 1978년에 봤던 영화 ‘25시(The 25th hour)’는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쓰인 소설(원작자; 게오르기우, 루마니아 출생, 1949년 작)을 영화화한 작품(1967년, 프랑스 제작)이다. 안소니 퀸 주연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농부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렸다. 그 당시 국내 개봉에서 ‘스타워즈’, ‘닥터 지바고’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였다. 이스라엘 민족 대량 학살사건 외에도 자국민에 대한 엄청난 집단 장애인 살해 사건인 ‘T4 작전’은 장애인과 정신질환자를 인종 우성학적으로 제거(안락사)하는 끔찍한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 외에도 1932년 단종법은 유전적질환의 자손예방법으로, 1933년 나치정권이 들어서면서 강화되어, 45세 미만의 여성 유전질환자는 의사진단 후 40만 명이 강제 불임술을 받게 하였다. 이처럼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피해는 예나 지금이나 엄청날 수밖에 없으며, 시기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 이전에도 이집트, 로마 등 유럽 왕가들도 같은 우월성으로 근친혼을 강조하다 보면 열성유전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웃 일본도 근친혼이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선조들은 같은 마을에서 짝을 찾기 보다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선견지명을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유전질환이 줄어든 결과를 얻었다. 그래서 옛말에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내려오고 있다. 물론 두 개가 비유되는 의미는 다르다. 그러나 요즈음은 개념이 바뀌어서 결혼한 부부들은 같은 아파트에 친정집이 있으므로, 맞벌이 부부들이 출근한 시간에 어린애 돌봄을 기대하기도 하고, 자립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기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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