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문득 우리나라 건국신화인 단군신화 속 쑥과 마늘과 관련된 이야기가 떠오른다. 단군신화에 의하면 환웅이 아버지 환인께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세상에 내려가 사람들을 다스리고 싶다고 하여 태백산 신당수에 도착했을 때, 호랑이와 곰이 사람이 되고 싶다며 찾아왔다. 환웅은 100일간 어두운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버티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호랑이는 100일을 버티지 못해 동굴을 뛰쳐나갔고 곰은 100일을 견뎌내 여인으로 변하게 됐다.

여인이 된 곰은 환웅과 혼인을 하고, 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훗날 고조선을 세우게 되는 단군왕검이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사실은 우리나라 건국 시에도 쑥과 마늘은 중요한 식품이자 약초였다는 것이다. 곰을 사람으로 바뀌게 할 정도의 신비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대목을 통해 유추해 본다면 쑥과 마늘에 대한 가치부여가 매우 특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즐겨 읽고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나 일본, 중국의 건국신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건국신화 속 약초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민족이 나물의 민족, 약초의 민족임을 가히 확신할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의 특성상 계절에 따라서 수없이 다양한 식물을 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평지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산 중턱에서 접할 수 있는 식물, 산꼭대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물이 제각각이어서 무수히 많은 식물과 약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던 수 천년의 세월 동안 산과 들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의 맛을 보고 그 효능과 부작용을 경험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여 진 기록들을 당시 최고 수준의 어의들이 모여 분석하고 정리하여 의학적으로 총집대성한 책이 ‘동의보감’이다. 물론, 중국의 의서와 고려 시대와 조선 초에 저작된 의서를 참고하고 인용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럽,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는 조상께서 물려주신 문화유산이 국가의 재정을 확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미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나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나오는 지하자원을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이야기로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주신 수많은 문화유산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문화유산만으로는 서양의 관광규모와 견주기엔 부족함이 느껴진다.

단군신화에서 언급되었던 쑥과 마늘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나물의 민족, 약초의 민족’의 신화는 이제 산나물로 만들어 낸 비빔밥이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K-푸드로까지 세계화하면서 발전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WHO의 ICTM(국제전통의약분류체계)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의약의 국제표준화와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약재를 연구·개발하여 한방화장품, 한방 건강기능 식품, 한방신약 등을 생산해낸다면 세계 속에서 진정한 약초의 민족의 진가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사업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