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인간의 두뇌로는 이해하기도 따라 하기도 힘든 유전자의 작용과 이상의 원인과 시기 그리고 결과 분석은 앞으로 질병 예방의 대책에 대해서 어느 정도 근본 해결책에 접근할 수 있다. 세포주기란 하나의 세포에서 두 개의 세포로 나눠지고 유전자를 증식하는 기능적인 면에서 두 가지 역할이 있다. 즉, 세포분열기(Mitotic phase)와 세포 분열을 위해서 유전자(DNA) 양을 두 배로 증가시키는 합성기(Synthetic phase)이며, 두 기(phase)의 사이에 각 두 개의 휴식기(Gap 1, 2; G1, G2)가 있어서 다음에 해야 할 작업에 준비 시간을 갖는다. 림프구의 예를 들면 M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1 시간, G1기는 10~12시간, S기는 6~8 시간, G2기는 2~4시간으로 합해서 총 24시간이 한 주기이다. 세포분열기인 M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들을 모두 합하여 간기(interphase)라고 하며, M기는 1) 전기(prophase), 2) 중기(metaphase), 3) 후기(anaphase), 4) 말기(telophase)로 나눠져서 총 5기로 대별된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한 기(phase)가 존재하는데 휴식기(G0기)이다. 각각 23개 염색체의 난자와 정자의 결합 후에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이 만들어지며 어머니 뱃속에서 280일 동안 100회의 세포 분열이 진행되어, 출생 시 각 장기를 갖춘 형태의 정상 신생아가 출생하게 된다.

이렇게 성장하면서 세포 분열하는 세포군을 크게 두 개의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하나는 피부세포, 혈구, 장 내막세포 등과 같이 평생 동안 늘 새로운 세포로 대치되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세포군과 심장의 근육세포나 신경계를 이루는 신경세포는 발생 초기, 태생기 또는 어린 나이까지 일정 기간 동안 평생 필요한 세포 수로 세포 분열하여 장기를 만들고 그 후에는 세포 분열을 하지 않고 개체가 성장하면서 세포의 크기만을 증가시켜 기능을 충족시키는 장기가 있다. 즉, 피부를 이루는 세포군과 심장을 이루는 세포군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포 분열이 조절된다는 것이다. 전자에 속하는 피부세포의 줄기세포는 평생 동안 세포 주기에 들어가 기능을 다한 선배 세포가 죽으면 그 뒤를 이어 새로운 피부세포를 만드는 과정을 죽을 때까지 지속한다. 이럴 경우에는 G0기는 필요하지 않으므로 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처럼 일단 필요한 수의 세포로 세포분열을 이룬 심장 근육세포는 신체가 성장을 하면서 필요한 만큼의 세포 크기만을 증가시킬 뿐, 더 이상 세포분열에 의한 세포 수 증가는 없다. 이런 경우에 세포는 세포 주기에 연속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G0기에서 멈춘 상태로 평생 지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정상 세포군에서 만 일어나지 않는다. 암세포는 G1기에 들어가기 전에 G0기가 존재한다. 특히, 암 환자가 치료를 위해서 항암제를 투여받을 경우에 일어날 수가 있다. 대부분의 항암제의 암 세포 공격의 작용기전은 세포분열에 들어 간 세포를 여러 방면으로 공격해서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세포주기가 빠른 암세포로 구성된 암은 상대적으로 느린 암세포에 속하는 암보다 암세포 제거가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독성의 빈도는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암세포들 중에는 주변 환경이 암 세포 증식(세포 분열)에 좋지 않을 경우에 바로 G0기에 들어가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 휴식(resting)을 취하다가, 주변 환경이 회복되면 ‘이 때다’ 싶어 다시 암 세포 주기에 합류하므로 암 세포 수가 증가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임상적으로는 ‘암 재발’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때 G0기의 기간은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몇 년이 될 수도 있다. 신문에 ‘2,000년 전 볍씨에서 싹 틔워’라는 기사나 동면하는 동물이나 얼음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개구리 영상도 이와 유사한 현상일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가 1986년 UCLA 소아혈액종양분과에 연수 갔을 때 이야기이다. 3월 1일부터 시작된 근무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단지, 여기에서 입고 다녔던 의사 가운은, 형태와 약간 달랐지만, 굳이 새롭게 사야 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아서 그대로 입고 다녔다. 그 병원의 주니어 스텝이었던 Carl Lenarsky 조교수는 친절하게 일주일 스케줄에 대해서 설명하였고, 처음 도입되었던 디지털 도서관 활용방법과 카페테리아 위치와 쿠폰 사용방법 등을 직접 동행하면서 안내해 주었다. 우선 흥미를 가진 곳은 도서관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논문을 쓸 때 참고문헌을 찾으려고 하면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UCLA 의과대학 도서관은 미국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었으며, 없는 문헌은 도서관 직원에게 신청을 하면 미국 내 다른 도서관과 연락해서 수 일 내에 복사본을 쉽게 구할 수가 있어서 별천지를 실감할 정도였다. 매주 금요일은 Grand Round라는 형태로 미 전역(가끔은 해외)에서 한 분야의 유명 교수를 초청하여 1시간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야말로 최첨단 연구의 현주소를 한눈에 직감할 수 있는 뜻 깊은 강연의 연속이었고, 이런 것이 진짜 산교육이라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정말 노력만 하면 많은 것을 배워 올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침 환자 보고시간에 면역학 저자인 Stiehm 교수와 자유롭게 의견교환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면역학은 1970년대에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저서 ‘어린이들의 면역질환(Immunologic disorders in infants & children)’ 책은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