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박물관 100년-도내 박물관을 가다 - 국립경주박물관 울진후포리 신석기유적관

후포리 석부

울진 후포리 유적은 1983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발굴조사한 신석기시대 무덤 유적이다. 이 유적에서는 40명 이상의 사람뼈가 발견되었는데, 지름이 4m 정도 되는 구덩이에 시신을 여러 차례 묻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람들의 뼈를 분석해보니 주로 20대의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묻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신석기시대 집단 무덤이라는 점과 함께, 많은 양의 석기가 발견된 반면 토기가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후포리 유적의 독특한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대롱옥[管玉], 꾸미개[裝身具] 등의 유물과 함께 간돌도끼[磨製石器] 180여 점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돌도끼이다. 돌도끼는 작은 것도 있지만 길이 20cm 이상의 대형이 대부분이며 표면은 매우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다. 신석기시대가 되면 석기의 날 부분이나 표면 전체를 갈아서 만든 간석기가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신석기시대에 주로 뗀석기를 사용하다가 청동기시대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간석기가 사용된다. 따라서 전체를 갈아 만든 후포리 유적의 돌도끼는 신석기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유물이 아니며, 이에 더해 이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는 점 또한 독특하다.

후포리 유적에서 출토된 돌도끼는 표면 전체를 갈아서 만들었다. 단단한 돌을 이처럼 매끄럽게 다듬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기술과 도구가 발달하지 않은 선사시대에는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오랜 시간 작업해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공들여 만든 돌도끼가 나무를 베거나 땅을 파는 등 일상적인 생업활동에 사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무덤이라는 후포리 유적의 성격을 고려할 때 죽은 사람을 덮거나 의식에 사용하는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생각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