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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는 강했다! '학교 살리기' 구슬땀 값진 결실
학부모는 강했다! '학교 살리기' 구슬땀 값진 결실
  • 류상현기자
  • 승인 2011년 02월 13일 23시 22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2월 14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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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경주 사방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의 한 프로그램인 사물놀이반에서 아이들이 강습을 받고 있다.

경주 사방초등학교(경주시 안강읍 사방리)는 지난 2009년 3월 전교생이 24명이었다. 당연히 폐교가 거론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두 배가 넘는 57명. 올해는 60명을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학교가 이처럼 급성장한 데는 이 학교 학부모회의 눈물겨운 뒷 얘기가 있다.

"2008년 3월에 아이를 이 학교에 입학시켰는데 입학생이 달랑 4명이었어요. 2학년은 2명이어서 1학년과 복식수업을 하고 있었고 5, 6학년 역시 복식수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아이가 입학하자마자 이 학교가 폐교된다는 얘기가 나와 기가막혔습니다"

한 학부모의 농장에서 학생들이 딸기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당시 신입생 4명의 학부모 중 한 명이었던 박경애 씨는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켰는데 폐교이야기가 거론되자 모교 선배인 학교운영위원장을 찾아갔다.

"학교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 동창회와 함께 힘을 합쳐 학교를 살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학부모회, 학교 운영위원회, 동창회가 나서기로 했다.

우선 학부모회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때 1주일에 3회씩 영어와 한문, 독서를 가르쳤다. 강사는 물론 학부모회원들. 영어는 학원을 하는 박 씨가 가르쳤다.

박경애 씨

"이렇게 한 달을 해 보니 학부모 회원들은 하면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학교운영위원장님과 동창회장님이 많이 자랑하고 다니셨고요. 학교가 살아나는 하나의 신호탄이 됐다고 봅니다"

다음 해인 2009년 박 씨는 학부모 회장이 됐다. 그리고 처음 한 것이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였다. 레크리에이션, 미술 대회, 체육대회 등의 순서가 진행됐는데 이 학교 모든 학부모들은 물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그 부모들도 소문들을 듣고 참석했다.

여름방학 때는 '학교에서의 하룻밤' 캠프도 열었다. 아이들과 함께 밥을 해먹고, 즐거운 게임도 하고, 외부강사를 초청한 부모교육 강의도 들었다.

이용왕 교장

8월에는 정신검 동창회장이 34인승 스쿨버스를 기증, 학생들의 통학이 한결 쉬워졌다.

동창회는 매년 이 학교에 1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곧 학교 발전의 단단한 디딤돌이 됐다. 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정말 우리 학부모들에게서 저는 어떤 목마름을 보았어요. 학부모회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열기를 보고 저는 학부들의 학교에 대한 사랑과 기대,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 지에 대한 호기심 등이 엄청 크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9월에는 현재의 이용왕 교장이 부임했다. 이 교장은 학부모회의 열기에 감동한 나머지, 학교에서 학부모회 행사가 있으면 직접 야간 행사를 위한 전등을 설치하는 등 팔을 걷었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더 늘었고 학교는 한층 더 활기를 띠었다. 교사들도 전에 없이 열심을 냈다.

2010년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입학예정 인원은 단 1명. 전년에 학생들이 많이 불었지만 이 때문에 위기감은 가시지 않았다.

이번에 7명 이상의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하면 학교는 또 복식 수업을 해야 하고 폐교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회는 현곡면 나원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이곳은 어느 학교에나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자유학구'다.

학부모회는 입학 연령의 아이가 있는 집을 모두 방문하면서 학교 소개자료와 함께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좋은 점을 소개하는 학부모 회장의 편지도 함께 동봉했다. 2월에 개최한 학교 설명회에도 학부모 회원들이 참석해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학교와 학부모들의 열성에 감동을 한 부모들은 기꺼이 아이들을 이 학교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3월이 됐다.

무려 8명의 아이가 입학했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복식수업이 해소됐다. 입학식날, 복식수업은 사라지고 정상적인 6학급이 편성돼 학기가 시작됐다는 교장의 말에 학부모들의 눈시울은 뜨거워졌다.

이 학교는 그리고 이 해에도 10명의 전학생들을 받았다. 전교생 24명이었던 이 학교는 올해가 끝나면 70명도 넘을 전망이다.

박 회장은 "이제는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가가호호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통학버스 자리가 모자라, 전학문의가 오면 이젠 오히려 우리가 난처해집니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 살리기는 교장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 학교는 왜 학부모가 먼저 나섰습니까?

"교장이나 교사는 몇 년 있다 가는 분들이지만 학부모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학교잖아요. 다른 학교 학부모들도 우리와 같습니다. 학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다 있지만 그 열망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학부모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라든가, 학부모회 운영에 어려운 점도 많을 텐데요.

"육체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힘듭니다. 하지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어느 아이가 가끔 폭력을 쓸 때가 있습니다. 이 때 다른 학교 같으면 맞은 아이의 학부모가 야단이 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끼리는 모두 아는 사이여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맞은 아이의 부모가 폭력을 쓴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 위로를 합니다"

"학교발전에 모두 한마음…작년 평가서 최우수"

이용왕 교장

-학부모회의 열기가 학교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9월 이 학교에 와 보니 학부모회의 열기가 다른 학교와 달랐다. 학부모회가 어린이날 행사를 학교에서 하고, 방학 중에 캠프도 열고, 졸업식때에도 모두 온다. 어린이날 행사에는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많다. 학생이 늘어나 급식 종사원이 부족해지자 학부모회원들이 설겆이를 돕기도 했다. 2009년 학교 졸업식 때 졸업생이 달랑 2명이었는데 학부모는 37명이 참석해 아이들을 축하해 주었다. 동창회도 남다르다. 학교버스를 사주고,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호텔에서 하던 총동창회를 학교에서 열면서 남는 비용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 학부모회와 동창회가 이렇게 학교 발전에 열심인데 교장과 교사들이 제3자인 것처럼 구경을 할 수는 없다. 적극 돕는다. 지금까지 34년간 학교생활을 해왔는데 지금처럼 맘 편한 곳이 없었다.

-학부모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텐데.

그래서 학교에는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개설해 놓고 있다. 독서, 미술, 원어민 Tolk, 원어민 화상영어, 수학, 골프, 사물놀이, 생활과학 등이 있다. 특히 골프는 교내에 설치된 연습장에 4~6학년들이 외부 전문강사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는데 다른 학교에서는 힘든 것이다. 경주시청소년수련원이 지원하는 학습 프로그램도 다른 학교가 부러워하는 것이다. 6학년들은 몽땅 오후 4시면 매일 학교로 오는 수련원의 차를 타고 수련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예체능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학부모들과의 소통도 학교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학교에는 넓은 부지를 활용한 주말농장도 있어 학부모들에게 분양하고 있으며 체육시설은 주민들에게 개방해서 언제든지 이용토록 하고 있는데 특히 밤에도 이용하기 좋도록 조명을 설치해 놓고 있다. 이에 어떤 학부모는 자신의 딸기 농장을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장으로 제공한다. 이날에는 전교생이 딸기를 맘껏 따 온다.

-학교가 발전되고 있는 것이 가시적으로 확인되는가?

작년에 처음으로 복식수업이 해소되고 10명이 전학 왔다. 모두 경주시내 학교의 아이들이다. 지금도 전학문의 전화가 매일 온다. 올해 입학예정자는 작년보다 7명이 늘어 15명인데 희망자를 9명이나 되돌여보내야 했다. 학교는 지난 해 학교평가 경주시 최우수 학교, 교과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학교 발전 속도를 보면 기적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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