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여지(餘地)없는 이재명가끔은 ‘여지없다’는 말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여지없다’는 ‘더 어찌할 나위가 없을 만큼 가차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발을 딛는 것은 몇 치 땅에 불과하다. 하지만 벼랑에서는 자빠지거나 엎어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냇물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런가? 여지(餘地)가 없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같다. 옳은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혹 의심을 부른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가
“왜 2007년 수구 보수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을까요? 진보 개혁 진영이 한마디로 혁신 결핍증에 걸렸다고 봅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진보 언론 ‘오마이 뉴스’ 오연호 대표 기자가 이명박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내준 이유를 나름 진단하고 묻는다. “‘당신들 그런 식으로 안 된다. 혁신해야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꽤 오래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변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그들도 이제 영주가 됐기 때문이죠. 이들이 과거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겁니다. 386 운동권 출신도 선수(選數)가 쌓이고 당 고
야행성 조류 가운데 부엉이는 밤눈이 밝기로 유명하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100분의 1 정도에서도 사물을 정확히 식별한다. 이 때문에 부엉이는 모두가 잠든 밤에도 홀로 깨어서 진실을 볼 수 있는 지혜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상징이다. 아테나의 라틴 버전인 미네르바는 항상 어깨 위에 부엉이를 올리고 땅거미 지는 황혼녘에 산책을 즐긴다.변증법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자신의 저서 ‘법철학 강요’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개를 편다’는 경구를 남겼다
‘미국인 탱크 기술자를 납치하라!’ 1974년 정보 당국에 청와대의 밀명이 떨어졌다. 심각한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자주국방이 그만큼 다급했다. 납치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1971년 11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내려온 비밀 지시. ‘4개월 안에 주요 군수 장비를 국산화하라.’ 능력이 없는 연구소는 미군 무기를 해체해 역설계 했다. 그리고 조잡한 무기로 다음 해 4월 시사회까지 마친다. ‘번개사업’ 시작이었다. 청와대가 시사회 여세를 몰아 탱크 국산화에 무모하게 도전한 것이다. 당시 군은 미군 탱크를 운용
나폴레옹은 웰링턴 장군이 이끌던 영국 연합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에게는 허를 찌르는 역습이 필요했다. 날쎈 기마 부대 40개 대대가 출동 준비를 했다. 워털루 인근 몽생장의 거대한 언덕을 넘어야 했다. 그는 부근 지리에 어두웠다. 인근 마을 주민 ‘라코스트’를 데려 왔다.나폴레옹이 물었다. 그리고 우렁차게 돌격 명령을 내린다. 기마부대가 일제히 돌격한다. 하지만 기마부대 앞에는 낭떠러지. 날쎈 부대가 순식간에 언덕 아래로 사라진다. 기마부대가 몰사하면서 나폴레옹 몰락의 서막이 시작된다. 이 단 한 번의 지휘가 유럽 역사를 바꿔
중국 남부의 광시좡족자치구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하늘 아래 계림이 최고)’니 ‘신이 그린 산수화’니 흥감을 떠는 구이린(桂林)이 펼쳐져 있다. 연중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구이린의 백미는 리장이다. 이 리장 관광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가마우지 낚시’다. 날개깃이 까맣게 젖은 가마우지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물어 올린다. 뱃전에 앉았다가 연신 물속으로 뛰어드는 가마우지와 쪽배 위에서 긴 작대기 하나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기를 잡는 모습이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멋진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기독교에서 부활절은 성탄절에 버금가는 축일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 다시 살아난 날을 기념한다. 교회는 이날을 뜻깊게 맞기 위해 부활절 전 40일부터 사순절을 지낸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지난 14일)에 가톨릭교회는 신자의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긋거나 머리에 재를 얹는 의식을 갖는다. 이때 사제는 ‘사람은 먼지로 돌아간다’는 점을 환기하며 회개를 통한 자기 정화를 권한다.신자들은 이 기간에 사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고해성사를 한다.
“이승만은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의거로 하야한 독재자”우리 국민 가운데 기초교육을 받은 사람은 물론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갖고 있는 이승만(1875~1965) 대통령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는 좀 더 많은 부정적 수식어들이 붙기도 한다. ‘미국 앞잡이’, ‘양민 학살의 주범’, ‘부정선거 방조자’, ‘막대한 비자금 조성자’ 등이다. 과거 정권의 이승만 위상 지우기가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식어들이다.대한민국 건국과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생애에 대한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자유주의가 꽃피는 대한민국을 개혁신당의 당원과 지지자에게 약속하겠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제3지대 통합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통합 이후에 ‘보수정당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에 대한 답을 ‘자유주의’ 한마디로 대신한 것이다.‘자유주의’가 무슨 뜻인가.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학자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로 인식한다. 우리 정체성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
1910년 10월 27일 밤. 한 노인이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집을 나선다. 기차에 야윈 몸을 싣는다. 어둠에 잠긴 자작나무 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길이다.대문호 톨스토이. 명성 뒤에 가려진 그의 삶은 비극이었다. 과도한 물질 소유는 죄악이라 생각한 그는 신발을 만들어 신었고 땔감과 건초를 직접 구했다. 하지만 아내는 물질욕이 강했고 사치를 좋아했다. 톨스토이의 판권 포기 움직임에 갈등이 폭발했다.아내로부터의 탈출 시도였다. 끝내 성공한다. 열흘 뒤 그는 시골 기차역의 한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안보 무임승차’를 주장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원칙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트럼프는 특정하지 않은 한 국가의 대통령이 자신에게 “돈을 안 내더라도 러시아가 침공한다면 우리를 보호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자신은 “아니, 나는 당신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라 답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실 나는 그들(러시아)에 어떤 일이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는 재임 기간 동맹국을 상대로 주둔군에 대한 막대한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며
“정치인에게 권력 본능은 죄악이 아니라 정상적인 자질이고 일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이다.”독일의 사상가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의 권력 본능을 정치의 원동력으로 인정했다. 오히려 ‘객관성과 책임성 결여’를 정치인의 치명적인 ‘죄악’으로 보았다.개혁신당 빅텐트가 쳐졌다. 이준석과 이낙연을 공동 대표로 하는 제3지대가 ‘기득권 양당제 타파’를 내걸고 지난 9일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공동 대표 모두 신당의 타도 대상인 거대 양당의 수장을 지냈다. 동거에 들어간 다른 세력들도 정치적 지향점이 판이하다. 이념 스펙트럼이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바닷길을 걷다가 만난 박경섭 할아버지(75·청림동)는 ‘포항초’ 자랑에 침이 마른다. “포항초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한 금 더 쳐 주니더” 말하고는 뒷짐을 지고 영일만 해풍을 맞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의기양양하다. 포항 시금치, 포항초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달고 맛이 좋아서 한 가격 더 받는다는 것이다.포항 청림, 도구, 일월동에는 시금치 농사를 짓는 수백 동의 비닐하우스가 들판에 가득하다. 이곳이 포항초의 본산이다. 포항초는 영일만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적당한 염분, 통기성이 뛰어난 모래와 점토가 섞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은 1938년 3월 1일 대구시 중구 인교동 61의 1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삼성상회 문을 연다. 호암은 이곳에서 삼성그룹이 태동하는 힘의 기반을 마련한다. 호암은 대구 근교의 청과물과 포항 등 동해안 수산물을 수집해 중국과 만주로 중개무역을 한다. 한편으로는 제분기와 제면기를 들여 ‘별표 국수’를 팔기 시작한다.삼성상회는 제면기로 강아지풀 대 굵기만 한 가느다란 건면을 뽑았다. 이걸 종이 띠로 어른 팔목 굵기만 하게 포장해 ‘별표 국수’라는 이름으로 상점과 식당에 팔았다. 건면은 불티나게 팔렸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영화 ‘벤허’ 광팬이었다. 수십 번 보았다.주인공 벤허와 라이벌 멧살라의 숨 막히는 전차 경주가 그를 압도했다. 그가 눈여겨 본 것은 경주마를 부리는 두 사람의 방식. 멧살라는 채찍을 연신 휘두르며 경주마를 몰아쳤다. 하지만 벤허는 고삐만 간혹 흔들 뿐 경주마를 믿고 맡겼다. 초반에는 멧살라의 우세. 종반에 벤허가 멧살라를 추월하려 한다. 충돌로 부서진 마차 잔해가 벤허 앞길을 가로막는다. 절체절명의 위기, 모든 게 끝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경주마들이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벤허도 추락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
지난해 12월 포항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포항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열린 2023 비즈니스도시 포럼. 김성근 포스텍 총장이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김 총장은 지역사회와 포스텍의 역할에 대해 자신에 찬 어조로 강연해 박수를 받았다. 김 총장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텍을 ‘포씨 삼형제’라 명명하고, 자치단체와 기업, 대학이 힘을 합치면 한국전 당시 최후의 보루였던 포항이 지방 붕괴의 저지선이 될 것이란 희망을 전했다.김 총장은 우리나라 경제지도를 보면 국내 5대 기업 중 삼성과 현대, LG, SK 등 4대 기업 본사가 서울에 있지만 유일하
페르세포네는 아름다웠다. 곡식과 풍요의 여신, 어머니 데메테르는 딸 페르세포네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시칠리아 섬에 숨겼다. 그녀는 아름다운 꽃들로 수 놓인 꽃밭을 거닐며 행복을 노래했다. 지하의 신 하데스가 그녀를 노렸다. 수선화에 흠뻑 빠진 그녀를 납치해 지하 세계로 데려갔다. 어머니 데메테르는 절망했다. 풍요의 여신이 깊은 슬픔에 잠기자 세상이 황폐화됐다.결국 제우스신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1년에 8개월은 지상에서 살지만 4개월은 지하 세계, 하데스에게로 가야만 했다. 그녀가 지하세계로 떠나면 세상은 황량한 겨울로 들어가지만,
출근 시간. 회사 출입 게이트가 분주하다. 한 중역이 게이트를 통과한다. “김 이사 오늘 일 하겠습니까? 부부싸움하고 이혼을 생각한다면…” 게이트 통과 때 그의 생각을 읽은 사장이 보낸 텔레파시였다. 그도 텔레파시로 답한다. “일은 잘 챙기겠습니다.”뇌파는 뇌 신경세포, 뉴런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다. 영국 생리학자 케이튼이 1875년 동물 대뇌피질에서 처음 관측했다. 뇌파를 만드는 뉴런의 신호는 매우 약하지만 증폭하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뉴로 토크(Neuro Talk), 텔레파시 토크(Telepathy
울릉도 산삼은 조선시대부터도 효험이 알려졌던 모양이다. 조정에서 울릉도에 파견한 검찰사(檢察使)가 약초꾼들로부터 싸게 산삼을 매수하거나 강제로 수탈해 임금에게 진상해 승진하거나, 파면당했다고 전한다. 영조 45년(1769년) 10월에 인삼 상인이 울릉도에 잠입했는데 이로 인해 삼척 부사가 처벌받았다. 실록에 정조 19년(1795년) 6월, 이조 판서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 울릉도 산삼 캐는 달을 3~4월에서 약효가 더 좋은 6~7월로 바꿔 채취할 것을 왕에게 건의해 윤허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울릉도 학포와 마암 중간에 삼막골이란 곳
‘정치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정치는 국가가 작동하는 근본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개혁의 대상이 된다. 군부 정권 시절 정치는 청산의 대상인 ‘악’이었고 집권자에 의한 조작이 일상화됐다. 민주정부 들어서도 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반대 진영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적폐 그룹’으로 내몰리고 청산의 대상이 돼야 했다. 이런 악순환 구조 속에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확장되면서 ‘반정치(反政治)’ 기류가 증폭돼 왔다. 관용과 포용,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 덕목이 숨 쉴 수 없는 토양은 반정치가 싹을 틔우기에 더없이 좋은, 비옥한 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