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나눔으로 전염병의 공포 극복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박지형 영남식품 대표가 코로나19에 따른 소피패턴 변화에 대응하고자 기존 대량 식당 납품에 더해 도전한 소량 판매용 브랜드 ‘항아Lee’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급감 등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본보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를 만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신뢰와 도전으로 코로나 극복

“코로나19 극복도 결국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남식품 박지형(44·여) 대표의 ‘코로나19 이겨내기 방법론’은 ‘신뢰(믿음)’와 ‘도전’이었다.

포항 구룡포 소재 명이나물·고추채·마늘쫑 등 장아찌 전문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전국 규모 대형 프랜차이즈 고깃집 등 2곳에 고기 쌈용 장아찌 대량 납품을 비롯해 중견 식당 등 수십 곳에 연간 총 80~100t가량 장아찌를 공급하고 있다.

2012년 창업해 ‘사람이 먹는 것을 만들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며, 동종업계에서 비싼 편이지만 품질 좋은 재료를 쓰며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던 그에게도 코로나 19사태는 위기로 다가왔다.

코로나 19로 고깃집 등 거래처에 사람 발길이 뚝 떨어지면서 덩달아 장아찌 매출도 평소 대비 절반으로 급감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다른 업체 중에는 매출이 10분의 1토막까지 난 곳도 있는 등 감소 폭이 훨씬 큰 곳이 많은데, 유독 그의 제품은 매출 절반(50%) 감소라는 마지노선을 찍고, 현재 70%까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박 대표는 “위기가 닥치자 원가 절감을 위해 가짜 간장이나 식초 같은 질 낮은 식자재를 쓰는 곳들이 있었는데, 거래처와 소비자들은 미세한 맛의 차이를 ‘귀신’같이 판별한다”며 “우리 제품은 품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꾸준한 신뢰를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영남식품 역시 초창기부터 함께 성장한 거래처를 동반자로 생각하면서 7~8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고, 납기를 꼭 지키는 방식으로 믿음을 키워간 것도 한몫했다.

소비 패턴의 급변을 초래한 코로나19 사태는 ‘도전’의 계기이기도 했다.

그동안 개인 소비자는 완제품 배달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반조리 음식·신선 채소 등 배달 요청을 비롯해 소량 생산·소비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남편 이도훈 씨의 성을 딴 ‘항아LEE(리)’라는 신규 브랜드를 출시했다.

기존 식당용 대량 공급에서 벗어나, 작은 용기에 담아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아찌 제품을 준비 중이다.

새 제품에 들어갈 국산 명이나물도 구룡포 지역 1000여 평 텃밭에 키우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 사업에 안주하기 쉽지만 ‘위기일수록 망설이지 말고 더욱 투자하고 도전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새 브랜드는 곧 상표등록을 거쳐 올 하반기에 포털사이트 마켓(네이버스토어팜)를 통해 판매되고 SNS로 홍보도 할 예정이다. 또 7~8월에는 남구 인덕동에 판매와 제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주거형 매장 오픈도 준비 중이다.

그 원동력에는 늘 가족이 자리하고 있다.

고향이 서울인 그녀는 남편을 따라 구룡포에 정착하게 됐고, 사랑의 결실로 딸을 얻게 됐다.

박 대표는 “사업 초창기에는 딸에게 군것질거리를 사주는 것도 힘들 정도로 형편이 좋진 않았지만, 복덩이인 딸을 보면 힘을 내 어려움도 극복하고 사업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했다.

회사 동료들과의 유대감도 적지 않은 힘이 된다. 박 대표가 ‘언니’라고 애살있게 부르는 40~50대 여성 근로자 7명 등이 직원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를 통해 가족과 직원에 대한 사랑, 그리고 거래처와의 신뢰의 중요함을 다시금 느낀다”며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더욱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포항 용흥동 포항의료원 앞에 위치한 ‘옛날핫도그’를 운영하는 장형창·서재순 예순살 동갑내기 부부가 갓 튀겨낸 핫도그를 들어보이고 있다.이 가게를 한 지 23년 차인 부부는 ‘IMF때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감소에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고 마음을 비우며 장사를 하는 것에 감사하자”며 서로를 다독이며 힘을 냈다. 손석호 기자
△의료진에 따뜻한 옛날핫도그 기부

포항의료원(포항 용흥동) 근처에서 ‘옛날핫도그’를 운영하는 장형창·서재순 예순 동갑내기 부부도 코로나19라는 ‘긴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올해로 23년째 핫도그 장사를 하면서 IMF 등 그 어느 때보다 매출 감소가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종교 활동 자제에 이어 단체 행사 취소, 학교 개학 연기까지 겹치면서 개인뿐 아니라 단체 배달 주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장 코앞 포항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나마 예년 대비 절반 수준을 유지하던 매출은 4·15총선 선거가 지나면서 더욱 줄어 이제는 30% 수준까지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부부는 주저앉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먼저 코로나19의 빠른 종식과 수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2월께 핫도그 100개를 포항의료원에 기부했다.

장형창 사장은 “우리도 장사가 안돼 마음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종식에 힘쓰는 의료진만 하겠냐”고 되물으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에 가족과 함께 ‘마음을 비우자’고 한 일”이라며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내비쳤다.

미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단골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서재순 사장 역시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한 일에 여기저기서 칭찬받으니 쑥스럽기만 하다”며 “인근 학교 교직원과 관공서 등에서 감사·칭찬 전화를 받기도 했고, 일부 고객들은 주문도 해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순차적으로 학교가 개학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손님이 늘고 매출 회복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도 해본다.

부부는 입을 모아 “어려운 시기에 가게를 접는 곳도 적잖고, 남들은 은퇴하는 나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우리 뿐 아니라 모두 함께 어려움을 이겨 내길 응원한다”고 나지막하지만 힘차게 희망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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