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조각품 감상하며 연오랑세오녀 찾아 시간여행
푸른 하늘·눈부신 은빛 모래 자연 조명 받고 인생샷 찰칵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라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서로 손을 잡고 반가움을 표현할 수도, 가까이 앉아 식사할 수도 없고, 마스크를 낀 채 서로를 경계의 눈빛으로 지나치곤 한다. 이런 코로나 블루 시대에 더욱 소중한 것은 자연과의 교감이다. 큰 생채기를 남긴 두 번의 태풍이 지나고 이제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 주 경북일보가 추천하는 언택트 관광지는 포항의 주요 해양관광지다. 포항은 철강도시,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영일만과 호미곶 등 천혜의 해안선을 가진 해양관광지다. 성큼 다가온 가을의 해안 관광지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코로나 블루는 날아가고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은 포항의 해변을 걸어보자. 사진은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의 해안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벌써 여덟 달이 넘어서고 있다. 올해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우려로 유통, 관광, 항공 등의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많은 국가 간의 이동이 제한되고 국내여행 조차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예측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여건으로 인해 관광업계는 물론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새로운 도전과제를 떠안게 됐다.

 

지난 5월 이후 국내 여행객들의 수요가 증가세를 보였으나, 8월 중순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당초보다 더욱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관광업계와 지자체들은 국내관광 수요창출을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관광업계를 비롯한 음식·숙박업 등 관련업계의 피해를 복구하고 다중(多衆)이 몰리는 관광에 대한 불안 심리를 다소 해소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내수관광 활성화를 위해 고민과 아이디어를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국내관광 활성화는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수칙 준수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있고, 관광업계와 지자체 등 관광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이 중요하다.

우선 새로운 형태의 관광활동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즐길 수 있는 언택트(untact, 비대면)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관광형태가 대면중심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 관광의 새로운 양상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실내를 벗어나 자연휴양림, 둘레길, 산림욕장 등 관광객들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관련 관광 상품의 개발은 물론 관광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대면(contact) 관광 상품과 비대면(untact) 관광 상품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안 등 관광 상품의 다변화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주요 대상층을 세분화해 보다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동해안 최대도시인 포항시의 경우도 최근 ‘바다’를 이용한 활발한 마케팅으로 ‘철강도시’, ‘산업도시’로만 알려졌던 도시 이미지를 ‘해양관광 1번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정과 힐링을 내세운 ‘호미반도 해안둘레길’과 ‘영일만 해오름탐방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이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바다 위를 따라 걷는 즐거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한반도 지형을 보면서 흔히 호랑이 꼬리라고 부르는 ‘호미곶’. 연중 가장 먼저 해를 맞는 이곳은 특히 매년 12월 31일부터 새해 아침까지 열리는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을 통해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일출의 명소이다.

푸른 동해를 발갛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해돋이가 장관인 ‘호미곶’은 일출을 보기 위한 사람들 말고도 바다 위로 우뚝 솟은 상생의 손과 국내에 하나뿐인 국립등대박물관, 그리고 물회와 과메기, 돌문어를 맛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호미곶 둘레길 이정표

여기에 한반도의 동쪽 땅 끝 ‘호미곶’의 지형적 상징성과 해양 관광자원을 연계해 조성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트레킹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한반도 최동단지역으로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은 트레킹(trekking) 길이다. 일명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어 나와 있는 동해면과 구룡포읍, 호미곶면, 장기면의 해안선을 연결하는 트레킹 길로, 절벽과 파도로 인해 접근이 불가했던 일부 구간을 나무데크 길로 연결했다.

전국적으로 둘레길이 많지만 바로 옆의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해안둘레길은 국내에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 유일하다. 왼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동해를 보면서 오른쪽으로는 수놓은 듯 보랏빛 해국이 펼쳐져 있고 아름답고 기묘한 바위를 감상하면서 파도소리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걸으면 절로 힐링이 된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거쳐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반도 지역의 해안 비경과 석양, 역사와 전설이 깃든 선바위와 힌디기, 하선대를 비롯해 장군바위와 모감주나무군락지, 구룡소, 독수리바위 등이 호미곶해맞이광장까지 이어진다.

특히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는 구간은 2코스인 ‘선바우길’로 6.5km 해안가 대부분에 나무데크를 깔아서 아주 편하게 산책이 가능한 구간이기도 하지만 야외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화산지역 풍화암석들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어느 둘레길 중에서도 선바우길만큼 스토리가 많은 구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갖고 있다. 포항을 대표하는 연오랑세오녀에 대한 이야기를 차치하더라도 선바우길에서 이름을 얻은 해안 바위들의 수가 무려 15개나 된다. 6.5km 구간에 15개가 되니까 400m를 걸을 때마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나는 셈이다.

흥환간이해수욕장에서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쪽으로 가면서 군상바위, 신랑각시바위, 미인바위, 비문바위, 먹바우, 하선대, 힌디기, 킹콩바위, 소원바위, 바닷속 주상절리, 폭포바위, 남근바위, 안중근 의사 손바닥바위, 여왕바위, 선바우 등이 모두 자연의 조각품들이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호미곶 일대의 화산암류 생성 시기는 신생대 3기인 4500만년~5700만 년 전이지만 3코스에 있는 구룡소(九龍沼) 일대는 1억50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산암석으로 1억년이 넘는 지질과 화산활동과 풍화로 만들어진 자연지형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연오랑세오녀의 터전인 청림 일월(도기야)을 시점으로 호미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동해면 도구해변과 선바우길을 지나 구룡소를 거쳐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4개 코스의 25km구간과 해파랑길 13~14코스로 연결되는 구룡포항, 양포항, 경주와의 경계인 장기면 두원리까지 전체길이는 58km에 달한다.
 

연오랑세오녀길.

△1코스 : ‘연오랑세오녀길’ (시점 : 일월동 713번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세오녀의 옛 터전으로 보통 걸음으로 1시간30분 거리인 6.1㎞이다. 해병대상륙훈련장과 도구해수욕장, 청룡회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등을 만날 수 있다.

△2코스 : ‘선바우길’ (시점 : 동해면 입암리 359번지)

동해면 입암리에서 흥환간이해수욕장을 지나 흥환리 어항까지 6.5㎞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호미곶 둘레길 구룡소
구룡소

△3코스 : ‘구룡소길’ (시점 : 동해면 흥환리 704번지)

동해면 흥환리 어항에서 호미곶면 대동배까지를 6.5㎞를 연결하는 둘레길로 장군바위, 구룡소와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가 유명하다.
 

독수리바위

△4코스 : ‘호미길’ (시점 : 호미곶 구만리 산39)

옛날에 청어가 뭍으로 밀려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까꾸리로 끌었다는 까꾸리개(일명 독수리바위)와 연중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해맞이광장을 연결하는 5.3㎞의 해안길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SNS서포터즈들과 호미반도 둘레길을 걷고 있다. 지난 자료사진.

■ 바다 위를 걸으며 해수욕과 산림욕을 동시에... 영일만 해오름탐방로

‘영일만 해오름탐방로’는 영일만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천혜의 해안 절경을 볼 수 있는 포항의 또 하나의 해안 트레킹 길로 해수욕과 산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오래 전부터 캠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숨은 명소 중의 한 곳이다.

흥해읍 칠포리 인근.

조선 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謙齋 鄭敾)이 청하현감으로 재직할 당시에 빼어난 풍광을 화폭에 옮겨 담았다는 ‘조경대’를 비롯해 월포해수욕장과 사방기념공원, 오도 주상절리 등 주변 명소들을 연결하는 트레킹과 휴식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고 있는 곳이다.

월포해수욕장 인근

예로부터 물이 맑고 은빛의 모래와 주변에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조건을 갖춘 곳으로 이름난 ‘송도해수욕장’을 시점으로 영일만의 해안선을 따라 영일대, 영일만항, 칠포, 오도, 월포, 화진을 이어 포항시와 영덕군의 경계인 송라면 지경리까지 4개 코스의 39.2㎞ 길이에 달하는 도보여행길이다.

청하면 방어리 인근

전 구간에 걸쳐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사장과 기암괴석, 어항, 군부대 소초 이동로와 같은 현장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하고 인공구조물은 단절구간과 위험구간을 연결하는 정도로 최소화해 생태계와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도보 여행길을 조성했다.

이가리 닻 전망대.

특히 해송 군락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북구 청하면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인근에 선박을 정착시키는 ‘닻’을 형상화한 높이 10m, 길이 102m 규모의 ‘닻 전망대’는 영일만 해오름탐방로를 대표하는 랜드 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하늘을 닮으려고 하늘색을 담았다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해변에는 나뭇가지와 조개, 조약돌 등 추억을 담을 사진을 돋보이게 해줄 아기자기한 소재들이 많아서 더욱 정겹다.

포항 북부지역 해변의 절경을 이루는 기암들과 해송들에 담긴 스토리를 들으며, 전망대에서 더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편안함은 어느 둘레길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아기자기함을 맛볼 수 있다.

△1코스 : 영일대길
송도해수욕장에서 영일대해수욕장, 환호공원을 거쳐 흥해읍 경계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10.1㎞ 구간이다.

△ 2코스 : 주상절리길
죽천해수욕장 입구에서 칠포해수욕장, 해오름전망대, 오도주상절리, 사방기념공원을 넘어 흥해읍 경계까지 13.7㎞를 연결하는 힐링구간이다.

△ 3코스 : 조경대길

사방기념공원을 지나 청하면 경계까지 8.5㎞를 연결하는 탐방로로 거북바위, 이가리 닻 전망대, 조경대, 월포해수욕장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구간이다.

△4코스 : 용치바위길
다양한 야생화와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계곡과 청정해역, 천년고찰이 있는 송라면에서 영덕군의 경계까지 6.9㎞를 연결하는 탐방로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한반도의 가장 동쪽이 열린 길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과 영일만 해오름탐방길은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맞고, 아름다운 석양이 물든 천혜절경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힐링로드”라면서 “오어지둘레길, 구룡포 말목장성, 해파랑길 등 포항 전역을 어우르는 둘레길이 완성되면 살맛나는 녹색생태도시 그린웨이를 통해 회색도시 이미지를 벗고, 바쁜 현대인들이 자연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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