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버스전용차로 득과 실] 3. BRT 존폐 두고 시민공론화…‘부산’ BRT 정책

<글 싣는 순서>
1. 대중교통 중심의 ‘서울’…BRT 성공시키다
2. BRT의 빛과 그림자…‘대전’ BRT 숙의하다
3. BRT 존폐 두고 시민공론화…‘부산’ BRT 정책
4. 교통시책 1위→도입검토…‘대구’ BRT 득과 실은?


브라질 남서부 파라나 주 쿠리치바 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 ‘유엔(UN)이 선정한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등으로 불리며 지구촌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그중 색다른 별칭이 있는데 바로 ‘BRT의 고향’이다. 쿠리치바는 1974년 세계 최초로 도시 중심가의 중앙차로를 이용한 간선급행버스시스템(BRT, Bus rapid transit)을 도입해 대중교통 혁명을 이룬 곳으로 평가받는다. 한 번에 270명을 태울 수 있는 3단 굴절버스가 주변 6개 도시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 시스템은 이후 남미 각국과 미국뿐 아니라 2016년 서울과 대전 부산에도 수출됐다. 대구는 2017년 동대구역 인근 600m 구간에 BRT를 도입했다. BRT는 ‘대구시 교통시책 베스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는 최근 비용 문제로 BRT 도입을 장기검토사업으로 분류했다. 이에 경북일보는 서울과 대전, 부산의 BRT 도입 현황 및 효과를 분석하고 대구의 BRT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부산 최대 중심가인 서면의 중앙버스전용차로(중앙대로)로 부산 시내버스가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BRT, 대중교통 활성화 현실적 대안

부산광역시 간선급행버스시스템(BRT, Bus rapid transit)은 2016년 말 개통됐다. 노선은 원동IC에서 올림픽교차로까지 이어지는 3.7㎞ 구간이다. 이후 2017년 원동IC에서 안락교차로(1.7㎞) 구간, 2019년에는 운촌삼거리에서 해운대 중동까지 연결해 10.4㎞ 구간의 BRT가 완성됐다. 현재는 올해 준공 계획인 서면교차로∼충무교차로 구간(8.6㎞)이 완공되면 총 24.9㎞의 BRT 구간을 운영하게 된다.

부산시도 BRT를 도입한 이유는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매년 승용차는 3∼4만 대씩 급증하는데, 버스 이용률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철도를 연장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다. 도시철도 건설비용이 ㎞당 12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건설비용보다 50배가량 저렴한 BRT(㎞당 25억 원)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부산시 교통전문직 이상용(교통공학 박사) 주무관은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교통정책을 승용차로 한정해버리면 그 도시에 올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는 것”이라며 “시골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도 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우선의 교통정책은 지방도시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최대 중심가인 서면의 중앙버스전용차로(중앙대로)로 부산 시내버스가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중심가 서면에서도 막힘없는 BRT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BRT 구축에 따른 서면지역 대중교통중심 지구형성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BRT 설치 이후 중앙대로 서면 구간의 전반적인 차량 통행속도는 감소했다. 그러나 시내버스의 시간별 통행속도 등락폭은 줄어들어 모든 시간대에서 시속 20∼25㎞ 속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시간이든 버스를 타면 부산 최대 중심가인 서면에서 일정한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은진 선임연구위원은 “BRT 운영으로 소통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버스의 정시성이 확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이용객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중교통 이용 수요가 대폭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면을 경유 하는 42개 노선은 승차자 수가 2018년 대비 34∼38% 감소했다. 하지만 BRT 정류장 이용 승차자는 평일 1.6% 감소했고, 오히려 주말에는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가 BRT 설치 이후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도 버스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17.4㎞에서 22.7㎞로 30% 향상됐다. 버스이용객 수는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시청역 인근 중앙버스전용차로로 부산 시내 버스가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BRT 존폐 두고 시민공론화

부산시의 BRT 도입은 반대 민원의 연속이었다. 2015년 서병수 부산시장이 ‘대중교통 중심도시 부산’을 선포하고, 2016년부터 BRT 공사가 시작되자 가뜩이나 만성 체증에 시달리던 부산도로가 교통지옥이 됐다며 승용차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민원이 폭주했다. 부산의 도로가 대부분 협소하고 굴곡이 많은 탓이다.

결국 BRT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후보가 서병수 시장의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거론하기까지 이르렀다. 오거돈 후보가 부산시장으로 당선되자 BRT 공사는 중단됐고, 결국 부산시는 시민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숙의민주주의로 BRT의 존폐를 가리기로 했다.

2018년 10월 10일 부산 BRT 정책 결정을 위한 시민공론화위원회는 64일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결과 ‘공사재개’로 결정했다.
 

부산역 버스정류장 앞에 ‘부산 중앙대로 BRT 설치공사’로 버스정류소가 이전된다는 안내판이 걸려있다. 김현수 기자 khs87@kyongbuk.com

2585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벌인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공사재개 50.2%(1297명), 공사중단 42.0%(1087명), 유보 7.8%(201명)로 공사재개가 중단보다 8.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참여단은 공사재개, 중단, 유보 뜻을 밝힌 시민을 각각 50명씩 선발했다. 이 중 9명이 불참해 최종적으로는 공사재개 45명(32%), 중단 48명(34%), 유보 48명(34%)으로 공사중단 의견을 가진 시민이 더 많은 가운데 참여단이 꾸려졌다.

이후 오리엔테이션과 TV 토론회, 사전 자료집 학습 과정 등을 거쳐 공사재개가 61%(86명), 중단이 39%(55명)로 나타나 22.0%포인트(31명) 차이로 ‘공사재개’로 최종 결론 났다.
 

부산 서면역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 부산 시내 버스가 정차하자 시민들이 탑승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부산…대중교통 중심도시로

부산시는 올해 서면교차로∼충무교차로 구간(8.6㎞)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298억 원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서면∼사상 구간(5.4㎞·사업비 148억 원) 실시설계도 함께 진행 중이다.

시민들도 BRT 건설에 만족한다. 부산시가 지난해 12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BRT 시민 만족도 조사’ 결과 ‘만족’은 62.3%, ‘보통’은 22.6%, ‘불만’은 15.1%에 그쳤다.

신용은 동의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BRT 만한 게 없다”며 “다만 관점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정책적 결정에서 리더인 시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대 민원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회경 동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BRT의 가장 큰 문제는 도로잠식으로 인한 승용차의 정체 문제”라며 “편도 3차로라도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이 30%만 넘어도 한 차로 정도는 대중교통에 내어줘도 문제가 없다. 해외사례와 같이 정류장에서 요금을 선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시내버스의 속도를 더욱 높여 대중교통 이용률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용 부산시 교통전문직 주무관은 “그동안 부산은 외곽순환도로망, 해안순환도로망 등 도로건설 공급 위주의 교통정책을 펼쳐왔다”며 “이제는 도시공간 구조상 공급 위주의 교통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도심의 경우 도로를 놓을 공간이 아예 없다. 결국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도시를 리모델링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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