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블루오션 백신산업 선점하라-고인수 포항가속기연구소장
구축사업은 모더나를 배출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벤처, 스타트 업 육성 지원기관인 ‘랩 센트럴’을 벤치마킹해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것으로, 국비 2500억 원, 지자체 부담금까지 합쳐 총사업비 3350억 원에 달하는 한국형 랩 센트럴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랩 센트럴을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공대(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 옆에 위치한 캔들스퀘어에서 시작된다.
2008년부터 캔들스퀘어는 MIT와 자생적으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시작했다.
MIT, 하버드 등의 우수대학과의 연구개발 협력,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하버드 메디컬 센터 등 우수한 병원, 그리고 스타트업 기업을 통해 제약사의 니즈를 파악한 공동 연구협력, 기술이전 등을 통해 개방형 혁신을 끌어냈다.
그 결과, 2012년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랩 센트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랩 센트럴로 인해 입주기업의 네트워크와 창업자금 확보, 투자 유치의 최적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불과 10년 안에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자, 노바티스, 사노피, J&J 등 세계적인 20개의 제약회사 중에 19개가 캔들스퀘어에서 둥지를 텄다.
이는 우수한 연구자와 연구인프라 한 부분만의 특화가 아니라 공동협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형 랩 센트럴을 따내기 위해 포항을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인천시가 구축사업에 최종선정 됐다.
하지만 대전은 공모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 내 중소벤처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클러스터 인프라와 바이오메디컬 규제 자유특구 내 충남대병원 시설을 활용하여 대전형 바이오 랩 허브 구축을 추진한다고 한다.
포항도 마찬가지다. 포항에는 바이오산업 지원과 성장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특히, 포항가속기연구소의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에는 바이오 분야의 3개의 빔라인(실험실)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실험 인원의 약 20%(1218명)가 바이오 분야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실험의 결과는 SCI 논문에 다량 게재되는 등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연구소는 올해 초, 신약개발 과정 중 선도물질 발굴을 위한 방사광 기반 신약개발 기법(X-ray Fragment-based Drug Discovery, X-FBDD)을 이용한 시스템을 구축 완료했다.
신약개발의 과정은 타겟과 유효물질 연구를 위한 기초단계와 선도물질 및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발굴단계, 그리고 동물대상으로 전임상, 인간 대상의 유효성 시험단계를 거쳐 품목허가가 이뤄진다.
이 중 X-FBDD 기법은 수천여 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 중에서 질병 단백질 타겟에 결합해 효능을 보이는 유효물질을 찾아 서로 연결하거나 확장해 유효물질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X-FBDD 기법을 이용하면 신약개발의 초기 단계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X-FBDD 기법이 신약개발의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영국 Diamond, 스위스 PSI, 스웨덴 MAX-IV, 일본 SPring-8 등 방사광가속기에서는 세계 1위 글로벌 제약회사인 로슈를 비롯하여 노바티스, 에브비, 얀센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와 긴밀한 협력과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백질 구조 분석을 기반으로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리보시클립(ribociclib),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의 일종인 베무라페닙(Vemurafenib), 백혈병 치료제인 베네토클락스(Venetoclax), 요로상피세포 치료제인 얼다피티닙(Erdafitinib) 유전자변이에 의한 거대세포종양 치료제인 펙시다티닙(Pexidartinib) 등 성과를 이뤘다.
또한 X-FBDD 기법은 해외 선진 회사들의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매우 높게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 X-FBDD에 의해 발견된 여러 신약이 FDA 승인을 얻어 신약 개발에 대한 X-FBDD를 이용한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X-FBDD 기법을 이용한 연구 인프라가 2021년 상반기부터 시험운전이 시작됐다.
제약회사는 물론이고 연구진들의 많은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분명하다.
기존에 실험기법으로 하루 100여 건의 단백질 분석이 가능했던 것이 4배수 이상으로 단백질 분석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오는 빔타임(실험기간) 3차에는 정식 이용자 서비스를 개시한다.
그뿐만 아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코로나 팬데믹을 종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PCR키트 개발 연구협력, 셀트리온과 협력하여 코로나 치료제 기작 분석 등 국내 유일의 방사광가속기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쉽게도 랩 센트럴 선정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포항은 이미 이전부터 포항가속기연구소의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하여 포스코 체인지 업그라운드 바이오벤처 입주공간 등의 인프라와 극저온전자현미경 등 바이오 핵심 연구장비와 무균동물시설 등이 있으며,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와 40여개의 바이오 벤처·창업기업 지자체 유치 등으로 바이오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주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구축 등 R&D를 위한 충분한 여건을 이용해 또 다른 캔들 스퀘어의 기적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산업으로 최첨단 바이오산업이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역시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산업 및 기반으로써 경쟁력 강화 및 최첨단 연구지원을 약속하고, 앞으로 바이오산업에 든든한 기반이자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포항, 경북 아니 더 나아가 한국 바이오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