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사업본부 신설…'신성장 동력' 친환경 에너지 사업 박차

한국가스공사 본사사옥 전경. 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가 공개한 올해 예산운영계획에 새로운 사업명이 들어섰다. 전년도 예산운영계획에 없었던 신성장사업이다.

신성장사업에는 거점형 수소생산기지(191억 원)를 비롯해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SPC) 사업(105억 원)과 수소충전소 구축(30억 원), 수소 튜브트레일러(16억 원), 수소거래소 구축·운영(2억 원) 등이 포함됐다. 가스공사가 올해 수소 분야를 포함한 신성장사업에 총 377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방증한다. 가스공사는 기존 화석에너지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되는 시대에 추진된 천연가스사업 인프라와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경제 활성화 또한 선도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내세웠다.
 

LNG 수송을 위한 한국가스공사 국적 17호선 K.Freesia호.

△친환경에너지 전환 과도기 ‘수소로 눈 돌린 KOGAS’.

가스공사는 ‘수소를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사업자’를 목표로, 수소 경제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요소인 생산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다양한 유형의 거점형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해 오는 2030년까지 정부 목표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8월부터 창원(국가산업단지 확장구역)과 광주(평동 3차 일반산업단지) 지역에 천연가스 기반의 거점형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다. 수소생산기지 2개소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연간 5110t으로 예상되는데, 내년 12월부터는 안정적인 수소공급 체계를 확보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수소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충전 인프라와 유통체계 구축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충전소 현장에서 수소를 제조해 충전소에 공급하는 방식의 제조식 수소충전소(충전 50㎏/h)가 올해 11월 운영을 목표로 김해에 구축되고 있고, 가스공사 본사가 위치한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에도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장에서 수소를 제조·공급하는 김해 충전소와 달리 대구 충전소는 외부로부터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오는 2022년 3월까지가 사업 기간이다.

민·관·공과의 협업을 통한 인프라 확충은 원활한 수소 유통·공급을 위해 병행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한국도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물류 화물차 중심의 고속도로 휴게소 3곳에 복합 충전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한 ‘수소 교통 복합기지’ 공모에도 창원·통영시와 협업으로 선정돼 오는 2023년까지 수소 교통 복합 기지를 조성한다.
 

한국가스공사가 LNG 운반선 시운전을 위한 세계 최초 STS LNG 선적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스공사 제공

△수소 사회를 여는 중요한 열쇠 ‘액화수소’ .

수소는 액체로 변환시키면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기체 상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기체수소는 통상 200bar 압력의 저장용기에 300㎏ 정도를 담아 튜브 트레일러로 수송하는데, 이를 액화수소로 바꾸면 그 10배에 이르는 3.5t을 탱크로리 한 대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대량의 수소 수요에 선제로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 바로 액화수소다.

가스공사는 이 같은 이점을 고려해 오는 2024년 12월까지 세계 최초로 LNG(액화천연가스)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평택 LNG 기지의 천연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추출한 후 액화수소로 변환·저장해 수도권 액화수소 충전소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액화수소 1만t은 수소 승용차 기준으로 약 8만 대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많이 감소하는 액화수소는 충전소 소요 면적 또한 기체 방식 대비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도심지역에 설치가 쉬운 장점이 있다. 또 도심에 있는 주유소나 충전소 네트워크를 이용해 액화수소 충전설비를 구축할 수 있어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이 제대로 구축되는 2024년부터는 수도권 주요 주유소에서도 편리한 수소 충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천연가스보다 온도가 훨씬 낮은 영하 253℃에서 액체가 되는 수소는 액화하는 데 높은 기술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국내 산업용 전기 가격(약 100원/㎾h)으로 계산하면 수소 1㎏을 액화하는 데 1000원에서 1500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에 가스공사는 LNG 기화 공정에서 발생해 버려지는 냉열 에너지를 수소 액화에 세계 최초로 활용, 액화수소 생산 비용을 최대 30%까지 낮춰 수소 상용화에 한발 다가가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한국가스공사 제5기지 조감도

△가스공사 기반 천연가스 ‘에너지전환 선도의 다리’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에너지에서 천연가스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에너지 대전환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에 발행한 ‘최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스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가스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들은 이미 에너지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메이저 에너지 기업 또한 사업영역을 천연가스 시장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기존의 화석에너지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재, 천연가스는 가교역할을 하는 ‘브릿지연료’로서 주목받는 것이다.
 

경남 김해에 들어선 한국가스공사의 자사 최초 제조식 수소충전소.

이에 가스공사는 친환경 신사업의 하나로 ‘LNG벙커링’ 사업 추진을 내세웠다.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연료를 넣는 것과 같이 경유 등을 사용하는 선박들에 친환경 연료인 LNG를 연료로 공급하는 것이다.

LNG는 기존 선박용 연료보다 미세먼지를 99% 줄일 수 있고, 황산화물(SOx)과 분진 배출은 100%,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15∼80%, 이산화탄소(CO2) 배출 또한 20%까지 낮출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 평가받는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한국엘엔지벙커링㈜를 설립하고 LNG벙커링 추진에 나서면서 지난 37년 동안 축적된 천연가스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조에 맞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엘엔지벙커링은 2030년까지 선박용 LNG 136만t을 판매하고 매출 약 1조 원을 달성해 황산화물 8315t, 미세먼지 2557t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영 기지의 LNG 선적 전용설비 4기와 국적 LNG 29호선 ‘SM JEJU LNG 2호’ 등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설비를 임차해 사용하고, 올해 2월 벙커링 전용선인 동남2호선도 발주해 오는 2023년 초부터 운행할 예정이다.
 

양진열 한국가스공사 초대 수소사업본부장

△양진열 초대 수소사업본부장...“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온 힘”

가스공사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2개 처와 1개 센터로 구성된 수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수소제조·공급기반 조성을 위한 ‘수소사업처’는 중·장기 세부 추진계획 수립부터 신규사업 발굴, 해외수소도입사업, 안전관리체계 확립, 탄소중립 기반 조성 업무를 수행한다. 수소 인프라 구축·운영을 위한 ‘수소인프라처’에서는 수소생산기지·수소충전소 구축사업과 연료전지·LNG냉열을 활용하는 인프라 구축사업을 맡았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수소유통센터’를 두게 됐는데, 이곳에서는 수소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소거래소 구축·운영과 국민 편의성 향상을 위한 정보제공, 유통질서 확립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초대 수소사업본부를 이끌게 된 양진열 본부장은 “수소는 풍부한 동시에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라며 “수소산업 선도 공기업으로서 수소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 참여자와 함께 상생하면서 국내 수소산업생태계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본부장은 특히 △자생적 수소 네트워크 구축 △연료전지 발전 확대 △그린수소 생산 △수소 핵심기술 확보라는 전략과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소공급가격 목표인 4000원(㎏당)을 달성하고, 수소생산기지와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양 본부장은 “공사는 LNG 생산기지와 배관망을 통해 발전용, 도시가스용으로 전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는데, 향후 수소제조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며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밸류체인에서 수소인프라 구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토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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