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염색 脫 탄소화 속도…글로벌 그린섬유소재산업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도 4월 27일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국정과제’에 대구의 현안을 해결하는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46개 세부과제를 포함해 발표했는데, 섬유·염색산업단지 첨단화 공야과 섬유·염색의 탈(脫)탄소화 추진이라는 정책과제를 포함했다.
△ ‘脫탄소화’ 시급한 도심 염색산단.
금호강을 낀 대구 서구 비산동 일대에 1980년 조성된 대구염색산업단지는 침염, 나염, 사염 등 127개 섬유업체가 입주한 세계 최대규모의 염색 산업단지다. 주요 기반시설인 열병합발전소와 공동폐수처리시설이 입주업체를 지원하는 구조인데, 시설과 장비가 낡아지면서 악취와 백연 등 환경오염이 계속돼서 환경중점관리대상 단지로 전락했다.
유연탄을 때는 주보일러(1987년 준공)와 신보일러(2004년 준공)와 LNG보일러(2014년 준공)를 갖춘 열병합발전시설은 127개 업체에 열을 공급하는데, 석탄의 한 종류인 유연탄을 연간 31만5000t, LNG 323만㎡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염색산단의 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 대구 전체 탄소 배출량 934만t의 8.6%에 해당하는 80만t에 달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대구 총배출량 5382t의 9.8%에 해당하는 527t이나 된다.
대구 북서 관문지역인 염색산단에 열병합발전시설과 대기오염물질 다량 배출업소가 밀집돼 있어서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13일 경북대 산학렵력단에 ‘도심산단의 탄소중립 첨단산업단지 전환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의뢰, 9월 말까지 염색산단의 열병합발전소를 수수연료전지발전소로 바꾸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성주현 대구시 기후대기과장은 “궁극적으로 화석연료 대신 수소연료전지로 열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LNG와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용역에서 살펴볼 예정”이라면서 “대구 전체 산업단지 연료전환을 위한 기본계획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 굴뚝 산단→탄소중립 랜드마크.
대구시는 대구염색산업단지를 친환경 탄소중립산업단지로 전환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해 산업화시대 굴뚝산업 산업단지를 친환경 탄소중립 산업단지로 전환해 탄소중립 랜드마크로 조성하고, 석탄발전시설을 수소 기반 열병합발전시설로 바꿔 도심 탄소중립 산업단지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국비 4000억 원, 민자 5600억 원, 시비 400억 원 등 모두 1조 원의 사업비를 상정하고 있다.
우선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그레이수소 등의 청정수소와 바이오가스 등 연료공급을 통해 유연탄 발전설비를 대체하는 수소연료전지 기반 산단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비 2000억 원을 들여서 매립시설과 같은 환경기초시설의 바이오가스, 폐플라스틱과 같은 폐자원을 활용한 수소 생산 등 신재생에너지를 수소연료전지 보완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염색산단 입주업체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폐기물, 유해화학물질 등 4대 오염물질을 감축하는 생산설비를 보급하고, 스마트그리드와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통한 최적의 에너지 수요·공급을 통한 에너지 관리 효율화도 꾀할 예정이다. 에너지자립 탄소중립 건물 전환, 에너지 공유시설 설치사업도 포함돼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뤄져 수소연료전지 발전 의무화 범위에서 제외되면서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산단 대개조사업과 스마트 그린산단사업,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 등 연관사업을 패키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변명희 대구시 기후환경정책팀장은 “염색산단 첨단화는 인구 밀집 대도시 지역 내에 친환경·탄소중립 산단을 조성하는 청사진을 구현하는 일”이라면서 “미세먼지, 악취, 백연을 다량 배출하는 대구 북서지역 관문의 산업시설을 친환경 청정산단으로 개선하고, 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도시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도시구조가 바뀌는 점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염색산단을 대구로 편입되는 군위 등 외곽으로 옮기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탄소배출저감 그린섬유소재산업 육성.
지난 3월 2일 ‘2022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에서 만난 친환경 섬유소재 제조 전문기업 건백의 박경택 대표이사는 “500㎖ 생수병 15개로 1장의 티셔츠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리사이클 최장수 기업(47년)을 운영하는 그는 폐페트(Pet)병을 조각낸 플레이크(Flake)를 활용한 다양한 섬유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폐페트병을 활용해 목화나 양모와 같이 짧은 섬유(단섬유)를 만들어내는데, 건백이 제조한 폴리에스터 단섬유는 국제 재활용 섬유 표준(GRS) 인증을 획득해 스웨덴의 유명 생활용품 브랜드인 이케이, 독일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시의 협력업체에 대량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디자인소재개발은행(MCX)의 친활경 리사이클 페트 소재로도 공식 등재됐을 정도다.
코로나19, 패스트 패션(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빠른 패션브랜드) 등으로 생활·산업용 섬유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폐기물이 대량 발생해 환경문제가 대두한 상황에서 국제적인 탄조중립 및 국내 그린뉴딜 정책에 따른 그린섬유소재산업 생태계 기반조성이 시급하다.
세계 그린섬유소재 시장규모는 2010년 142억 달러에서 2020년 268억 달러로 성장했다. 환경규제 강화 때문에 나이키와 애플, BMW 등 RE100 캠페인(국제단체인 CDP 위원회 주도로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캠페인)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도 급증하는 상황이다. 그린섬유소재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업체 수로 보면 전국 대비 섬유산업 비중이 12.7%에 달하는 대구는 원사와 직물 등 중간재(소재부품) 섬유생산 특화지역인데, 환경규제 대응과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린섬유소재산업 육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모두 2000억 원의 사업비를 필요로 하는 윤 당선인의 탄소배출저감 그린섬유소재산업 육성 공약은 그린섬유소재 기술개발, 탄소배출적마 RE100 섬유공정 인프로 구축 및 기반기술 확립, 그린섬유소재 산업표준화 기술개발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구체적으로는 그린섬유소재기술개발과 관련해 지질 형성 또는 화석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물유기체 자원의 한 종류인 바이오매스 기반 생분해 섬유소재 원천기술 개발과 자원순환형 섬유소재를 개발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탄소배출저감 기술확립과 관련해서는 생분해성 섬유소재 전주기 지원 오픈랩 기반 구축과 RE100 산업 간 융합 기반 조성을 추진하고, 그린섬유소재 진위 여부 평가와 표준화 기술개발 인프라를 만들어 그린섬유소재 산업표준화 기반을 조성한다.
배매신 대구시 섬유산업팀장은 “탄소중립, 기후변화, 폐플라스틱 등 국제적인 환경규제에 대응한 그린섬유 산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지역 섬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RE100 캠페인 참여 섬유기업 300곳 확보, 글로벌 강소기업 50곳 확보를 통한 그린섬유소재산업 육성을 통해 생산유발효과 2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200억 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