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무게 내려놓고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 평안은 가까이 있었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들어 우울증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 현상이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다.

또한 실직 및 소득 감소 등 개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불안 장애 상담 건수는 2020년 상반기 1만8931건으로 전년 전체 1만3067건을 44.8% 추월했다.

2030세대인 MZ세대를 중심으로 심리상담카페 이용은 물론, ‘명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은 우리 일상을 통째로 바꿨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선택했고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서서히 사회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마음을 다스리고 바라보는 ‘명상’.

경북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의 가치와 그 효과, 실제 사례를 5편에 걸쳐 조명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문화도시 서울, 명상의 선두 도시로 꽃피다
2. 4대 종교 성지 모인 전남 영광군, 힐링과 명상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3. 경주 감포, 불교 통해 세계 명상의 중심이 되다
4. 충북 충주 깊은산속옹달샘, 생활명상의 허브 센터 되다
5. 철강도시 포항, 명상 활성화로 힐링도시 정립해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바라보는 한강 모습. 황영우 기자

△서울시의 87곳 사색공간, 시민 힐링에 다가가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10월 ‘서울, 사색의 공간’ 87곳을 선정해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소개했다.

이어 2015년에는 장소 소개·유래·주소와 지도·대중교통 길 안내·연락처·관련 프로그램 등 유용한 정보와 사진을 엮어 동명의 책으로 발간한 바 있다.

한나절 나들이 추천 코스도 돋보인다.

경북일보 취재진은 지난 7월 사색공간 중 석파정, 난지한강공원,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 등 3곳을 방문해 시민들의 반응과 명상 여부 및 효과를 직접 확인해봤다.

석파정은 인왕산 북동쪽 자락의 아담한 숲 속에 늠름한 바위와 계곡이 숨어있고 그 속에 한옥이 가지런하고 단단하게 앉아있다.
 

석파정 서울 미술관 모습. 황영우 기자

바로 앞에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이 자리잡고 있어 방문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흥선대원군이 애지중지했던 별장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석파정이다.

미술관을 통해 석파정에 들어서면 앞으로는 광활한 바위 위로 계곡물이 흐르고, 뒤로는 기품이 느껴지는 소나무 숲이 한옥을 에워싸고 있다.

현대적인 미술관 뒤 계곡 조합은 가히 이색적이다.

미술관이 번잡한 도로와 마주하고 있는 것에 대비하면 석파정의 고요함은 더욱더 값지게 다가온다.

중국풍 정자와 더불어, 비범한 생김새와 영험한 기운을 가진 너럭바위는 ‘화룡정점’이다.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 황영우 기자

난지한강공원은 총 길이 514㎞의 한강 둔치 중에서도 시원한 강바람을 벗 삼아 한강의 다양한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꼬리를 물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있는가하면, 도심 속 ‘신선놀음’을 즐기는 듯한 명상 사색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육조 혜능대사의 종지를 전하는 ‘돈황본단경’(육조단경)을 읽으면서 자연과 함께 녹아들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
 

녹색과 푸르름으로 눈이 시원해지는 서울 난지한강공원 모습. 황영우 기자

시민 정순기(63·여·서울 마포구)씨는 “동네 근처에 공원이 있어 거의 매일 온다. 나무와 잔디 등 주위가 다 녹색으로 단장해있다”며 “코로나19 등 세상에 안좋은 일들이 많은데 여기에 휩쓸리면 안된다. 인간은 누구나 힘들고 세상 탓하기 전에 힘들지만 본인 스스로가 좋은 점을 구할 수 있고 화두 참선하면서 마음에 무엇이 일어날까 살피면서 세상에 끌려가지 않는 것이 이번 생의 숙제다”라고 현답했다.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독서와 함께 명상을 즐기는 한 시민. 황영우 기자

기독교신자인 시민 남연순(70·여·서울 마포구)씨와 이금난(68·여·서울 마포구)씨는 “공원에 오면 앞이 확 트여있어 평안한 마음이다. 최근 1년간 몸이 아파 하나님께 기도드리면서 공원에 매일같이 나왔다”며 “정부에서 공원을 참 잘 조성했다. 공원에서 기도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안에는 선악이 존재하기에 선함을 잘 선택해 활용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했다.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 내 유관순 열사 추모비 전체 모습. 황영우 기자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 내 유관순 열사 추모비. 황영우 기자

유관순 열사 추모비가 함께 자리한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은 현대 마을 중심부에 조화롭게 위치해 있다.

과거 이태원1동에는 공동묘지로 덮여있었는데 유관순 열사의 묘가 이곳에 있었다는 구전이 전해지고 있다.

1년에 4월 1일, 10월 1일 2차례 동네 제당인 부군당에서 제사를 모시는데 제사 후 마을 잔치도 이뤄지면서 역사를 잇고 있다.

유관순 열사와 부군당이 함께 자리해서일까.

기도가 잘 듣기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도 찾는 이가 많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송근무(70·서울 이태원1동)씨는 “부군당 역사공원 근무자로 일한지 3년이 됐다”며 “역사공원은 산책과 명상하기에도 좋고 63빌딩, 전쟁기념관, 미군기지, 인왕산, N서울타워 등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망도 자랑한다”라고 했다.
 

서울에 위치한 마보 본사. 소박하지만 단정한 주택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황영우 기자

△국내 최초 명상 어플 ‘마보’, 코로나19 시대에 또다른 해법을 제시하다

‘마보’. 마음보기의 약자다.

국내 첫 마음챙김 명상앱 마보는 2016년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명상을 즐기는 앱’을 슬로건으로 탄생했다.

2015년 국내 개발팀을 조직한 후 6개월 만에 마보 베타버전을 와디즈(Wadiz)를 통해 안드로이드 버전을 론칭했으며 크라우드펀딩 목표액 723%를 달성, IOS 버전을 출시했다.

마보는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명상앱 시장을 개척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가깝게 연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구글 Play 선정 숨은 보석 앱으로 선정된 마보는 현재 다운로드 수 50만, 가입자 수 30만을 넘기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 약 500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마음챙김 명상 초보자는 물론, 마음챙김 명상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숙련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코스도 제공한다.

마보 콘텐츠는 크게 ‘마보 7일 기초훈련’, ‘주의력 집중훈련’, ‘기분별 마음보기’, ‘상황별 마음보기’, ‘마보에서 온 사연’ 등 총 5가지로 분류된다.
 

서울 마보 본사인 ‘마보홈’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 모습. 마보 제공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명상에만 집중해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며 명상을 이미 해왔던 사람들도 할 수 있도록 숙련자용 명상이 준비돼 있다.

마보의 가치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더욱 커가고 있다.

마보앱 사용자 중 25~34세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 지난해에 이어 가장 높은 사용률을 보였다.

MZ 세대들은 명상 세션과 참여 시간 면에서도 다른 연령층을 압도했다.

25~34세 이용자의 경우, 참여 세션 수는 12.27로, 35~44세(8.80) 및 18~24세(6.57) 그룹 대비 월등히 높았다.

참여 시간 면에서도 평균 32분 19초로, 10분 대를 기록한 다른 연령층보다 최소 3배 이상 길게 명상앱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명상은 고령자들만 한다는 선입견이 정면으로 깨진 셈이다.

마보는 MZ 세대 성향에 맞춰 명상을 통해 동기 부여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챌린지 형태로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MZ 세대들이 명상을 한 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 명상 일기를 자유롭게 작성하며 마음챙김 명상을 인증하는 성향도 파악했다.

실제 100일 동안 꾸준히 매일 미션을 인증해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카카오프로젝트 100’에서 마보와 함께 하는 명상 챌린지는 벌써 7번째를 맞을 정도로 인기다.

마보 활용으로 이른 아침 명상하는 인원들도 늘어났고 점심시간 등 하루 중 여유있는 시간대에 마음챙김 명상을 즐기는 사용자도 늘어났다는 것이 마보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보는 코로나19 시대에 명상의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의 선구자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SK, 현대자동차, LG, 아모레퍼시픽 등 유수 대기업은 물론, 병원과 공공기업, 교육 기관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복지 일환으로 마보앱 구독권 지원과 초청 강연을 실시하고 있다.
 

경북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유정은 마보 CEO가 명상 자세를 하는 모습. 황영우 기자

△유정은 마보 Founder & CEO에게서 듣는 ‘현대 명상의 가치’

코로나19로 지친 세상을 치유하는 명상 컨텐츠를 최초 개발한 창시자는 오늘날 명상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

유정은 마보 CEO는 어릴때부터 사람의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워커홀릭인 아버지는 항상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지만 유 대표 눈엔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퉁명스러웠던 아버지를 보면서 회사를 다니는 삶에 점점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런 내면의 질문 속에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마케팅 리서치 회사를 다녔다.

물품 광고 역시 심리학과 관계가 많음을 일선 현장에서 체감한 유 대표는 ‘리더’가 누군지가 중요함을 재차 확인했다.

리더는 직원들의 마음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형성된 마음이 조직 전체에 중요하다는 것.

영국에서 인사관련 석사학위 공부를 하고 회사에 인사제도 및 개선안을 내는 업무도 하면서 회사 프로세스의 효율화가 일의 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지않을까하는 1차 답안에 도달했다.

결정적인 답을 찾아 헤메던 그는, 구글 엔지니어이자 구글의 명상 교육프로그램을 처음 만들고 도입한 ‘차드 멩 탄’을 만나게 된다.

차드 멩 탄은 구글에서 획기적인 첫 명상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고 이후 실리콘 밸리 전체에 명상을 전파한 선구자다.

유 대표는 차드 멩 탄에게 이메일로 접촉한 후 구글 본사서 만났다.

컨설턴트였던 유 대표가 사업계획서를 건네자 차드 멩 탄은 “이건 대표의 일이고 내가 당신을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즉답했다.

20대부터 명상을 해오고 구글 방문 유명인사와의 기념사진으로 사무실 벽을 도배하던 ‘기행’을 보인 차드 멩 탄은 스트레스로 힘겨워하는 구글 직원들에게 자기 시간과 사비를 들여 명상을 선사했다.

차드 멩 탄의 영향 하에 유 대표도 ‘이성적이고 까칠하던 기독교 신자’에서 삶의 행복을 느껴가는 명상자가 됐다.

세계적인 불교학자이자 미국 통찰명상협회의 공동 창립자인 잭 콘필드 역시, 언제나 등대가 되어주는 든든한 스승이다.

유 대표는 이제 명상을 ‘행복해지는 연습’이라고 정의한다.

유정은 마보 CEO는 “머리로 아는 지식,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명상으로 알게 됐다. 명상을 잘하려하는 것도 분별과 집착에 불과하다”며 “지금 이 순간이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명상은 분명 삶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CEO는 “명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가리고 피하는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명상의 디지털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부터는 마보 명상앱을 더 많은 분들이 접하고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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