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달리는 공유 PM…'지속 가능한 상생'이 과제

일본 도쿄 치요다구 아키하바라역 앞 공유 전동킥보드 대여장소에 번호판이 부착된 기기가 세워져 있다. 독자 제공

<글 싣는 순서>
1.‘공유 PM 천국’ 서울의 실상은
2.‘15분 도시’ 내세운 부산, 공유 PM에도 눈길
3.세종·대전 속 공유 PM은 ‘호감’
4. 관광도시 제주 공유 PM ‘모다드렁’
5.공유 PM 선도 국가 사례와 국내 업계 입장
6.공유 PM 상생 문화 미흡…대구형 친환경 모빌리티는

일본 도쿄 치요다구 아키하바라역 앞 공유 전동킥보드 대여장소에 번호판이 부착된 기기가 세워져 있다. 독자 제공

△‘샌프란시스코’·‘포틀랜드’ 공유 PM 선도 도시의 대응

세계 최초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의 문제들을 먼저 겪었다. 공유 전동킥보드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도시 내 이동 편의를 높였으나 무분별한 주차로 인한 보행 위험, 도시 미관 저해, 이용자 안전, 보행자·자동차 상충, 불법 보도주행 등 초기에 드러난 문제도 유사하다.

세계적 공유 PM 기업 라임사가 운영하는 전동킥보드. 라임 제공

지난해 6월 발표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버드(Bird) 사가 세계 최초로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다수의 회사가 참여해 2018년 말에는 미국 65개 도시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확대됐다. 당시 미허가 사업이었던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은 해당 도시와의 협의 없이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이용자와 보행자 안전을 포함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한 교통 혼잡과 열악한 대중교통시스템을 가진 샌프란시스코는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한 곳이다. 두 달 동안 19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는데,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보도주행과 불법 주차에 따른 보행자 부상 또는 미관 저해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300대의 공유 전동킥보드를 압류하고,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자에게 법규 준수 방안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영업중단 명령을 내리는 등 규제를 시작했다.
 

라임에서 운영 중인 공유자전거. 라임 제공

다만, 공유 전동킥보드와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을 시행했다.

포틀랜드는 핵심 교통정책 목표가 승용차 분담률 감소를 통한 교통혼잡 완화와 중상 이상의 교통사고 예방, 교통 불편 지역에 대한 이동성 확대, 대기오염 감소다. 이 때문에 공유 PM 서비스 도입 초기 전동킥보드가 도시 교통정책 목표에 부합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공유 전동킥보드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정규 교통수단으로서의 성장 가능성과 도시교통정책에 대한 부합 정도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샌프란시스코와 포틀랜드는 공유 전동킥보드에 대한 검토를 통해 ‘단거리 이동 강점’과 ‘승용차 분담률 감소 및 교통 혼잡 완화’와 ‘대기오염 감소 기여’ 등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안전이용교육과 관리 등 사업자 역할 부여’, ‘전동킥보드 이용자·보행자 상충 해소 인프라 확충’, ‘안전·주행·주차 규칙 사전 마련’, ‘혼란이나 민원 사전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 등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한편, 이웃 국가인 일본은 원동기 통행법에 따라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도록 했다. 번호판 부착과 보험가입도 필수다.

자전거를 주요 이동수단으로 삼고 있는 나라인 만큼,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전동킥보드 면허 필수 조항이 삭제되면서 공유 PM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티어모빌리티에서 운영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 티어모빌리티 제공

△공유 PM 기업이 인정한 ‘오슬로’

각종 규제와 대책 마련에 나선 해외국가와 도시 가운데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대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에 위치한 유럽 최대 전동 킥스쿠터 기업 티어모빌리티(Tier Mobility)가 ‘오슬로에서 배운 교훈 : 서부 개척 시대부터 승리 공식까지’라는 글을 게시하며 인정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9월 5일 티어모빌리티가 자사 블로그에 게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오슬로시는 12개 공유 PM 서비스 회사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도시 내 인구·기기 수를 비교하면 시민 1만 명당 200대의 전동스쿠터가 배정된 상황이었는데, 인구 1만 명당 50대 미만 수준으로 전동스쿠터가 운행된 독일 베를린이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규정이 없었던 탓에 문제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동스쿠터를 주차할 공간의 제한이 없어 도로와 보행로 가운데 주차할 수 있었고, 이는 보행자에게 잠재적 위험으로 인식됐다. 이용자의 연령이나 음주에 대한 제한도 없어 관련 사고가 증가했다.
 

해외 공유 PM 기업 티어모빌리티가 노르웨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동킥보드를 탄 이용자들. 티어모빌리티 제공

이에 노르웨이 정부는 공유 PM 업계와 협의한 후 새로운 규칙과 규정을 마련했다. 올해 6월부터 운전면허증을 소지할 수 있는 연령 이상의 국민이 전동스쿠터를 사용할 때 차량 운전과 같이 음주 운전 법규를 준수해야 하고, 12세 미만은 스쿠터를 운전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15세 미만은 헬멧을 착용해야 하고,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 사이에는 대여를 못하도록 하는 ‘통행금지령’도 시행했다.

여기에 오슬로시는 도시미관 저해, 안전문제 등을 우려해 과잉공급된 전동스쿠터 비율을 낮추고자 지난해 9월 대여할 수 있는 도심 내 전동스쿠터 수를 3만 대에서 약 8000대로 줄이기로 했다. 좁아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유 PM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오슬로시는 기기 수를 제한하는 안이 문제 해결과 거리가 있다고 판단, 입찰제를 도입했다. 입찰을 통해 낙찰된 공유 PM 업체에만 운영권을 준 것이다.

이후 티어모빌리티를 포함해 총 3개 업체가 입찰에 성공했고, 이들 업체는 올해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각각 2667대의 기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티어모빌리티는 입찰을 통해 동종업계 운영자들과 소통·협력이 가능했고, 이해 관계자와의 토론을 통해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오슬로 거리에 통합되는 최선의 방법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3개 운영사가 수요에 맞춰 기기를 공급해 선순환 구조를 확보했고, 제품 품질에 대한 투자로 안정성과 안전기능을 개선한 기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며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통합하고자 하는 다른 도시에 훌륭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PM 협회 이동근 사무국장이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규제와 관련해 업계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정훈진 기자

△국내 업계 ‘PM 전용 면허’ 신설 필요

국내 PM 업계에서는 전용 면허를 먼저 신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전수칙과 이용규칙을 제대로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확실한 수단이라는 이유다.

한국PM협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지난 9월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시작된 각종 규제가 실효성 논란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 PM 전용 면허 신설’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공유 PM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동기(오토바이) 면허 소지가 필수지만, 실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방식과 차이가 있어서다.

이 사무국장은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주행방법과 주차방법이 모두 다른데, 그런 차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안전하게 사용하고, 사고를 줄이려면 해당 이동장치에 맞는 교통안전수칙을 제대로 교육해서 도로로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전동킥보드는 좌회전이 안되지만, 오토바이는 된다”고 부연했다.

헬멧 착용을 필수안전수칙으로 규제한 현 법규도 업계의 고충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서울 지역에 약 4만2000대 기기에 헬멧을 보급했는데, 대부분 분식했다고 하소연한다. 이 사무국장은 배달업계 종사자가 업계에서 공급했던 안전 헬멧을 착용하고 다니는 실정이라며 해외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강제규정을 두고 성인에게는 권고사항으로 하고 있는데, 국내 상황에 맞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행로나 도로에 방치된 기기를 견인하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올바른 PM 주차문화를 홍보하거나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행된 견인제도가 업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이용자들은 어디에 주차를 하는 게 올바른지 안내를 받지 못했는데, 먼저 이런 부분에서 지자체가 함께 도와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면서 “견인제도로 PM 관련 민원 감소와 같은 효과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견인되는 기기 70%가 업체 스스로 신고해 가져가는 기기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견인조치 완화 이후에도 이면도로에 있는 기기도 업체가 수거한다”면서 “해석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이용자와 업계 모두 부담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끝으로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밑바탕을 만드는 일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 문화가 확산한 상태에서 제도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일차적으로 기업이 피해를 보고, 해외업체 철수 등과 같이 소비자가 편익을 누리지 못하는 피해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동근 사무국장은 “업계도 제도 개선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을 찾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PM이 기존 교통수단의 체증, 환경 오염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만큼, 이동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되도록 업계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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