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형 공유PM은 '정과 정'…친근하고 바람직한 문화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정문 앞에 공유 전동킥보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글 싣는 순서>
1. ‘공유 PM 천국’ 서울의 실상은
2. ‘15분 도시’ 내세운 부산, 공유 PM에도 눈길
3. 세종·대전 속 공유 PM은 ‘호감’
4. 관광도시 제주 공유 PM ‘모다드렁’
5. 공유 PM 선도 국가 사례와 국내 업계 입장
6. 공유 PM 상생 문화 미흡…대구형 친환경 모빌리티는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정문 앞에 공유 전동킥보드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학생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공유 PM ‘방치’·‘헬멧 미착용’ 여전, 사후약방문 우려

대구 도심 내 공유 전동킥보드 방치 사례가 지속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뿐만 아니라 도로 교통섬과 인도 곳곳에 기기들이 세워져 있고, 좁은 보행로를 차지한 채 세워진 공유형 전동킥보드들은 미흡한 PM 이용문화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사례다.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내 보행로에 공유 전동킥보드들이 주차돼 있다. 세워진 전동킥보드가 보행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jjy8820@kyongbuk.com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대구 도심을 살펴본 결과, 관광지와 대학가 곳곳에서 방치된 전동킥보드들이 주로 발견됐다. 특히 동촌유원지 일대는 전동킥보드의 방치 수준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상가와 도로 사이 놓인 보행로가 좁은 탓에 기기 하나만 널브러져 있어도 보행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방문객이 몰리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공유 전동킥보드 주행과 무분별한 주차로 보행불편은 한층 가중된다.

경북대학교는 공유 전동킥보드 ‘천국’을 방불케 했다. 앞서 만난 경북대 학생들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학교를 오가기에 전동킥보드와 같은 이동수단이 최고라며 이동 편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학생들이 출입하는 경북대 정문에 각 업체에서 운영 중인 전동킥보드 수십 대가 세워져 있었고, 교내 건물 주변 곳곳에는 무분별하게 주차된 기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교내를 오가는 학생 대부분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은 휴대가 불편한 점을 헬멧 미착용 이유로 꼽았다. 이용률이 높은 만큼, 안전과 주·정차와 관련된 문제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내 건물 주변에 공유 전동킥보드들이 무분별하게 세워져 있다. 전재용 기자jjy8820@kyongbuk.com

기기 방치와 헬멧 미착용 문제가 지속하면서 안전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3년 사이 대구에서 공유 PM 관련 사고가 크게 늘면서 이 같은 지적의 근거가 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172건이다. 광주(156건)와 대전(108건), 부산(94건), 울산(35건) 등 다른 광역시보다 사고가 빈번했다. 수도권에 속한 인천(106건)보다도 약 1.5배 높은 수준이다.

대구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9년 25건에서 2020년 4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04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발생한 부상자 수도 2019년 27명에서 2020년 46명, 지난해 116명으로 점차 증가했다.

다만, 3년 사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해 사망자가 없는 지역은 대구와 세종, 강원뿐이다. 상대적으로 거주인구가 많고, 도심이 발달한 대구에서 세종·강원 지역과 나란히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안전에 대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하는 이유다.
 

대구 수성구청 인근에 마련된 전동킥보드 주차존.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공유 PM 문제 내년엔 해소될까…대구시 강도 높은 시책 추진 예고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가 도심에 자리를 잡는 동안 대구시도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이어왔다.

대구시는 지난해 3월부터 불법 방치된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를 시행했다. 도로법을 근거로 조례를 만들어 보도 중앙이나 건널목을 비롯해 점자블록과 보차로 등 불편이 야기되는 현장에 무단방치된 기기를 거둬들이기로 했다. 수거된 개인형 이동장치 한 대당 수거료 8000원과 보관 장소에 따른 보관료 2000∼5000원(하루 기준)을 부담하게 하고, 사안에 따라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행 초기 일부 구역에서 방치된 공유 전동킥보드 기기 수가 줄어드는 등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뒀지만, 결국 한계에 직면했다. 인력난이 강도 높은 수거 시책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지난해 2월에는 ‘대구형 전동킥보드 이용자 안전 개선 시스템(안전모 보관함)’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전동킥보드 이용 활성화와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대구시와 경북대학교, 공유 PM 서비스 업체 3곳 등 민·관·학이 함께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경북대는 BK21사업(대학원 혁신지원사업)의 하나로 개발팀 구성부터 시제품 제작과 기술 지원을 약속했다. 공유 서비스업체 3개사는 실증·상용화에 노력하기로 했고, 실증에 필요한 행정 지원은 대구시가 맡았다. 1년 6개월 사이 시제품이 개발됐고, 실제 현장에 접목할 수 있을지 공유 PM 업체와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용자 거부감과 시스템 적용 한계, 가격 부담 등으로 20일 현재 실증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추진했던 사업을 매듭짓고 내년부터 강도 높은 시책을 추진해 기기 방치와 헬멧 미착용 문제 해소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북대와 공유 PM 업체와의 협력으로 출시되는 안전 헬멧은 올해 11월 배포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공유 PM 업체를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고, 헬멧 부착을 약속한 업체만 대구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하는 안을 구상 중이다. 기기에 헬멧 적용을 약속하지 않은 업체를 대구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미다.

방치된 공유 PM 수거 시책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무단방치 공유 PM을 수거하는 일이 구·군 담당자 업무의 한계로 대안이 필요하다”며 “다른 기관에 위탁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민원 발생이 많은 구역을 중심으로 공유 PM 전용주차공간을 만들고 있고, 내년부터 운영 대수도 조정할 예정”이라며 “무단 방치나 안전과 관련된 문제들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공유 PM의 길, ‘정(情)과 정(正)’

지난 2020년 대구시는 갑자기 등장한 공유 PM 문화에 당혹감을 겪었다.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무분별한 방치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낯선 현상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PM과 관련된 비전이나 계획을 세울 틈은 없었다. 관련 법이 없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안전 증진 조례’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고, 이후 수거 시책 시행을 비롯해 안전모 개발·부착과 안전교육 확대 등 생활 속에 스며든 PM을 안전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시 관계자는 “개인형 이동장치를 안전하게 사고 없이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들이 추진됐고, 과거에는 PM이 어떻게 정착하고 갈 것인지 큰 틀이 없었다”면서도 “작년에는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해 시범단지구성을 추진해보자는 논의가 이뤄졌고, 최근 실증 시범단지조성을 혁신도시 등에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 PM이 대구의 친환경 모빌리티로 녹아들기 위한 방향으로 정(情)과 정(正)이 꼽힌다. 개인형 이동장치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전문가와 업계관계자가 내놓은 답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확산한 공유 PM 문화를 일상생활 속으로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안전 규칙을 ‘바람직’하게 지켜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다 PM 주차·충전 업종으로 뛰어든 ㈜셰빌리티 우용하 대표는 먼저 공유 PM이 좋은 이미지로 친숙하게 다가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대표는 “단거리를 빨리 이동하고 싶고, 내 집과 멀리 떨어진 버스정류장 혹은 지하철역까지 빨리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의 니즈(Needs)가 반영된 현상”이라며 “공유킥보드 자체를 사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게 된다면 공유 PM 자체의 전망이 밝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방치 문제 해결과 더불어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유 PM 전용 주차장을 고밀도로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 자전거 공유서비스 ‘따릉이’가 스테이션 기반으로 움직였는데, 당시 스테이션 밀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며 “이후 자유롭게 주차를 하도록 허용하면서 결국 문제는 주차가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스테이션이 고밀도로 조성되고, 대중교통 환승이 이뤄지면 도심 모든 곳을 연결하는 편리한,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2월 대경 CEO 브리핑 ‘친환경 교통수단, 공유 PM의 체계적 관리·육성 필요’를 발표한 정웅기 연구위원은 이용수칙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공유 PM 이용자가 안전 규칙을 준수하도록 단속·계도·홍보 활동을 추진하면서 보행자 또한 자전거·전동킥보드가 주행하는 전용도로나 주도로에서 경각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모든 이동수단에서 발생한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가 80% 정도이고, 다수의 시민이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구분 없이 다니는데 도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운전자에게는 단속과 계도를 강화하고, 보행자에게는 캠페인과 공익광고를 계속 해서라도 주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익숙해져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누가 보더라도 신교통수단으로 유익한데, 사고가 나니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대구뿐만 아니라 공유 PM이 활성화된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지자체에서도 PM 특성을 고려해 안전장치와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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