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도 발 뻗고 자는 도쿄 시민…빗물 54만t 저장 대심도 터널

일본 간다천 환상7호선 지하 43m에 위치한 배수터널 모습. 황영우 기자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재난위기 규모가 확대되고 형태도 다양화 되고 있다.

기후 위기는 포항지역 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이 명백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가 방재정책은 과거 통계와 기준에 머물러 있어 갈수록 강력해지고 예측불가능한 재난 재해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날씨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모든 대도시의 숙명이다.

특히 지상은 공간 확보가 어려운 환경이 대심도에 지하방수 혹은 지하하천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하공간을 개발하는데 대한 안전 문제, 공사 예산과 기간에 대한 압박이 크지만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5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서울은 기온 30도, 대구 33도 등 이례적인 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위 뿐만 아니라 엘니뇨 역시, 올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상기후 징후가 짙어지는 추세다.

경북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현재 스마트안전 대책에 대한 선구 사례, 효과 등을 5편에 걸쳐 조명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일본 도쿄, 스마트 안전도시 선두
2. 간다천 환상7호선 지하조절지, 도쿄 수해 예방 핵심
3. 서울 양천구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국내 재난 예방 모델
4. 서울, 스마트안전도시화 구축으로
5. 재난 잇따른 포항, 정책 강화 통해 안전도 확보해야

일본 간다천 환상7호선 지하 43m에 위치한 배수터널 모습. 곳곳엔 흰색 표기가 돼있는데 관리자들이 터널 이상 유무를 점검한 뒤 새겨놓은 표시라는 현지 설명이다. 황영우 기자

△간다천 환상7호선의 태동

도쿄도는 그간 수해를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대표적으로 1958년 9월 26일 가노가와 태풍 때는 침수된 면적만 1194㏊, 침수 건물은 3만 8356채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간다천 등 일대는 빗물이 모이기 쉬운 저지대형으로, 시가지화로 인한 물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기존에 논, 밭이 절반 가까이 형성되면서 수량 집중을 다소간 막아섰지만 도시 발달로 주거지가 늘어나면서 갈수록 해당 현상은 심각해져갔다.

이에 간다 강 중간 유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홍수에 대한 안전성을 신속하게 개선하고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도코도청은 상류보다 하류에서부터 공사를 진행시켰다.

강폭 확장 공사 영향으로 인해 상류에 물처리량이 급증할 경우, 피해가 더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1단계 프로젝트는 약 24만㎥의 수량을 저장할 수 있는 2㎞ 길이의 지하 터널과 간다천 물을 처리하는 취수시설 등 2가지로 크게 나뉜다.

1988년 착공해 1998년 관리동이 준공되면서 공사를 마쳤다.

취수 부분에선 1997년 4월부터 하천 취수가 실시됐고 하류 유역의 홍수 피해를 줄이는게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약 30만㎥ 물 저장량, 2.5㎞ 길이 터널이 2단계 프로젝트에서 추가됐고 1995년 공사 시작해서 2005년 9월 취수 시작, 2007년 3월 완공됐다.

이로써 간다천 환상7호선은 총 1·2단계 54만㎥ 규모 수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됐고 이 양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심 수영장인 영국 ‘블루어비스’의 13배에 달한다.
 

일본 간다천 환상7호선 가상 시뮬레이션 모델. 황영우 기자

△간다천 환상7호선, 수해 예방 효자 노릇 톡톡

환상7호선이 1단계와 2단계를 거쳐 취수 처리 기능을 하고 있자, 실제 태풍 피해도 감소했다.

1993년 8월 27일 제11호 태풍 경우 총 강우량 288㎜, 시간당 강우량 47㎜를 기록하며 침수 면적 85㏊, 침수 건물 3117채였으나 2004년 10월 9일 제22호 태풍에선 총 강우량 284㎜, 시간당 강우량 57㎜의 비가 쏟아졌음에도 침수 면적 4㏊, 침수 건물 46개에 그쳤다.

도쿄도청은 총 1010억 엔(약 1조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993년 피해 금액인 156억 엔(약 1560억 원) 이후 매년 피해를 감소시켜온 비용을 따진다면 지난 30년 동안 투자비용보다 월등한 비용을 절약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또한 2019년 피해도 과거 대비 줄어들었으며 환상7호선 가동이 중단됐을 경우를 가정해 침수 피해 시뮬레이션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환상7호선은 하천 수위를 유지 또는 낮추는 효과가 있고 최대 1.5m까지 수위를 감소시킨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북쪽 시라코 하천 지하조절 저수지는 지난 2011년부터 공사 시작돼 2016년 완공되면서 취수를 시작했다.

터널 내경은 12.5m로, 간다천 환상7호선과 동일하나 터널길이는 보다 짧은 3.2㎞(물 저장량 21만2000㎥)다.

나아가 2017년부터 이 두 구간을 연결하는 터녈 연결 공사가 시작됐고 오는 2026년 3월 완공 예정이다.
 

컴컴한 간다천 환상7호선 터널 내에 형형색색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 그림은 일본 현지 초등학생들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놓은 그림이라는 현지 설명이다. 황영우 기자

△깊은 터널 속 동심이 자리한 간다천 환상 7호선

경북일보 취재진은 지난 5월 17일 간다천 환상7호선과 연결된 지하 터널을 관리하는 곳 중 하나인 젠푸구지 취수 저장시설을 직접 방문했다.

이날 화창한 날씨 아래 해당 시설에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작업에 임하는 여러 인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쿄도청 관계자와 시설 관계자와 만나 간단한 시설 설명을 들은 후 본격적으로 환상7호선 터널 시설로 향했다.

터널까지 깊이는 지하 43m로, 건물 13층 높이라고 한다.

더욱 아래로는 지하 53m에 펌프실 시설이 위치해 있다.

바깥의 더운 날씨와는 별개로, 터널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자 약간 쿰쿰한 냄새와 함께 서늘한 바람이 감돌았다.

관계자는 이 곳 기온은 14~16도라고 설명했다.

녹색 배관은 지상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용도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일본 간다천 환상7호선 지하 43m에 위치한 배수터널 모습. 실제 가동한 흔적으로 곳곳에 물때가 가득하다. 황영우 기자

타고 내려간 승강장 문이 열리자 컴컴한 동굴같은 터널의 윤곽이 드러났다.

터널 깊이가 하천 가장 낲은 곳보다 약 8m 더 낮다고 했다.

터널로 본격 진입 전 금속통로는 잠수함과 같은 재질이라는 흥미로운 얘기도 부연됐다.

위용을 드러낸 환상7호선 지하터널은 곳곳에 표식이 새져져있었는데 이는 관리자가 벽에 금이 갔거나 콘크리트에 손상이 갔는지 등을 점검한 흔적이라고 했다.

중간 쯤 들어서니 온통 회색벽 일색 가운데서도 유채색을 띈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역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그림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이 벽화는, 2001년도 당시 유명했던 야구선수 이치로와 타이타닉 등 시대상을 반영했다.

그림을 통해 지하터널 건립이 도쿄도민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도쿄도청 설명이다.

실제 환상7호선이 가동한 흔적도 남아 있었다.

다량의 물이 지나간 곳에 물때가 끼어있었기 때문.

도쿄도청 관계자는 “간다천과 젠푸쿠지천이 합류하는 지점이 수량이 가장 많다”며 “해당 터널은 간다천과 묘쇼지 천 가운데에 있다. 간다천 환상7호선은 도쿄 수해 감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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