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최대 도시 '이즈하라' 활기 넘치는 모습
섬내 유일 흰모래 해변 '미우다' 해수욕장 인기
한국땅 볼 수 있는 센뵤미끼산 정상 전망 일품

쓰시마 최고의 해변이라 불리는 미우다(三宇田)해수욕장의 하얀모래사장이 눈부시다.

지난 8월12일, 태풍 ‘카눈’이 휩쓸고 간 뒤끝이라 바다 날씨가 궁금했지만 여행사에서 출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새로 단장한 터미널에는 처음이라 낯이 설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최단거리가 49.5km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국경(國境)의 섬이다. 일본을 가장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어 일반 관광객과 낚시꾼 등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이라 필자도 여러 차례 트레킹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코스는 필자도 접해 보지 못한 곳이 몇 군데 포함되어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최근 ‘대마도 둘레길’을 개발했다는 소문이 있어 기대를 했지만 아직은 완전치 못해 현지 사정에 밝은 분의 협조로 우리가 갈 수 있는 3박 4일에 맞는 코스를 잡았다.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 출국장 모습.

오전 9시 10분에 출항하여 대마도 북동쪽 ‘히타카츠’항까지 가는 ‘니나’호에 승선을 완료하고 자리에 앉은 일행들의 모습이 사뭇 긴장감에 싸인 듯 조용하다. 대마도가 초행인 분이 더러 있어 기대에 찬 눈망울이 어느 때보다 더 커 보인다. 이번 트레킹에는 여섯 부부에 싱글 넷, 열여섯 명이 함께한다.

지난 3월 일본 후지산둘레길 트레킹에 이어 5개월 만에 일본을 다시 가게 되었다. 그간 코로나 여파로 닫혀 있던 해외관광이 활성화 되면서 탄력이 붙은 것이지만 아직은 주변 여건이나 환경이 예전만 못해 다소 불편함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배편 운항 횟수가 줄고 대마도 최대 도시인 ‘이즈하라’로 가는 항로가 운영하지 않는 등 대마도 트레킹이 그리 쉽지는 않다.

부산을 빠져나오면 통상 배가 흔들리기 마련인데 조용하다. 잔잔한 호수를 가는 듯 잠잠하니 일행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출발한지 1시간 30분이 채 안되어 일본 ‘쓰시마(對馬島)’ ‘히타카츠(比田勝)’에 닿았다. 오랜만에 보는 히타카츠가 변한 게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대마(下對馬)의 ‘이즈하라(嚴原)’항에 주로 입항하여 시끌벅적한 모습이었는데 이곳은 여전히 조용하다. 변함없는 히타카츠 항구의 모습이 더욱 친숙한 느낌이고 정답게 다가온다. 특유의 꼼꼼한 입국 수속에 지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이국(異國)의 풍경임을 실감하면 흥미로울 수도 있다.

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가까이 있는 식당으로 간다. 조용한 신작로 한편에 있는 나지막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이든 할머니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어서 오라 인사를 한다. 다른 손님이 없는 몇 안 되는 탁자에 우리 일행이 앉으니 꽉 찬 느낌이다. 식당 내부가 소박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정감이 간다. 우리가 간 시기가 일본의 추석 명절격인 ‘오붕(お盆)’ 연휴라 종업원들이 모두들 명절 쇠러 가고 주인 내외가 바쁘게 손님을 맞고 있다.

히타카츠의 한적한 길가에 있는 漁家레스토랑 입구.
어가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나온 음식이 정갈하고 소담스럽다.

간결한 음식이 일본답다. 회덥밥에 우동, 새우초밥 세 쪽이 전부다. 그래도 먹고 나니 포만감이 느껴져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일행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어가(漁家)레스토랑’이라 쓰여 있는 식당이 오래 기억 될 것 같다.

도노사키(殿坂)를 알리는 안내판.

대마도 트레킹의 첫 일정이 시작된다. 히타카츠에서 ‘니시도마리(西泊)’해변까지 이동해 ‘도노사키(殿坂)’ 동백숲길을 걷기로 한다. 러·일전쟁의 격전지였던 곳에 세워진 전쟁기념비와 전후 두 나라가 우호를 맺은 역사를 기록한 안내판이 있는 들머리에서 빼곡히 들어선 동백나무 숲속으로 난 길을 간다. 동백꽃은 이미 오래전에 지고 없지만 하늘을 가린 동백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트레커들을 기쁘게 한다. 이어지는 동백숲길에 특이하게 생긴 연리목이 눈길을 끌고 우리나라 남해안에 있는 ‘지심도’의 동백 숲을 연상케 하는 숲길을 빠져나오니 태평양 푸른 바다가 시야를 시원하게 틔운다.

쓰시마 최동단 해안의 풍경이 8월 한낮 무더위를 가시게 한다. 길게 뻗어 나간 암반이 특이한 이곳 도노사키 앞바다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러·일 해전의 역사를 설명하는 가이드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끝맺으며 다음 행선지로 이동한다.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 ‘일본 100선 해변’에 든다는 ‘미우다(三宇田)’해수욕장에 닿았다.

그리 크지 않은 해변에 한여름의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대마도 여러 해변 중 유일한 흰모래 해수욕장이라 미우다해수욕장이 특히 인기가 있어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해변에서 멀지 않은 바다에 삼각 섬처럼 생긴 바위가 특이한 풍광을 만든다. 맑고 차가운 옥빛 바다와 고운 백사장이 어우러지는 해변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며 뜨거운 한여름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미우다해수욕장 부근 푸드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

해안가 푸드트럭에서 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타코야끼’(たこ燒き:밀가루반죽에 잘게 자른 문어 등을 넣고 구운 오사카지방 대표 간식)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모습도 재미있다.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입씩 베어 물고 ‘이끼쓰시마국정공원(壹岐對馬國定公園)’에 속해 있는 미우다해수욕장을 떠난다.

바람의 언덕으로 오르는 임도에 삼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의 일행들 모습에 피곤이 묻어나는 듯 하지만 오늘 마지막 트레킹을 위해 부지런히 설명하는 가이드(최문영)의 열정만큼은 식을 줄 모른다. 30여 분을 달려 ‘이구치하마해수욕장(井中濱海水浴場)’과 ‘센뵤마끼야마(千俵蒔山)’ 갈림길에서 하차하여 임도를 따라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정상까지 트레킹하기로 한다.

한국 땅을 볼 수 있다는 센뵤마끼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라고 설명하며 포장로 임도를 힘차게 걸어가는 가이드를 따라 우거진 삼나무 숲길을 마냥 오른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삼나무 숲길이 끝나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임도를 헉헉대며 한참을 오르니 저만치 풍력기 두 대가 느릿느릿 돌아간다. 정상에 올라서니 일망무제 사위가 틔고 파란하늘에 흰 구름이 피어올라 일행을 반갑게 맞는다. 아쉽게도 바람이 없다. 바람 없는 ‘바람의 언덕’에서 기념촬영만 하고 내려선다. 조금은 아쉽다. 힘들여 올라왔는데 그래도 아랑곳 않고 풍력기 아래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웃으며 사진을 찍는 일행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시원한 바람은 없었지만 시원스런 풍광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뒤돌아 내려와 상대마(上對馬)와 하대마(下對馬)를 잇는 382번 일반국도를 타고 오늘의 종착지인 이즈하라(嚴原)로 향한다. 2시간 가까운 차량이동으로 쓰시마(對馬島) 최고의 도시 이즈하라에 당도했다. 그리 크게 변한 모습은 없지만 히타카츠보다는 훨씬 활기가 넘치고 사람이 많다. 우리가 묵을 숙소가 시내 한가운데 있는 ‘만송각(萬松閣)호텔’이다. 오래된 료간(旅館)풍의 4층 건물로 1층에 식당을 겸하고 있다. 이즈하라 시내에 여러 숙박업소가 있지만 가장 일본 냄새가 나는 곳으로 최근 리모델링하여 조금은 현대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2층 방에 여장을 풀었다. 일본 특유의 축소지향문화가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다다미방을 침대 방으로 만들어 더 협소하고 답답하다.

대마도 트레킹의 첫날 만찬에 나온 특식 바베큐의 일부 모습.

다들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대마도에서의 첫 만찬을 즐기러 식당으로 모였다. 오늘의 요리는 일본식 바비큐 특식이라 해산물과 육류가 한가득 불판에 올려진다. 거기에다 미리 시내 마트에서 사온 ‘와규(和牛: 일본 고베지역 흑우를 일컬음)’가 곁들여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의 최고 멘트가 된 박 부회장의 한마디가 만찬자리를 흥겹게 만든다. “오늘 사케(일본술)는 내가 사께”라는 말에 폭소와 함성이 터지며 분위기가 달아올라 첫 날 트레킹의 마무리를 대마도 명주 ‘시라다케(白岳)’ 사케로 푼 밤이었다.

글·사진 = 김유복 前 경북산악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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