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 극복 독일에서 배운다

지난 10월 26일 열린 대구광역시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식 모습.

윤석열 정부는 지방의 균등한 발전과 이를 위한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지방시대’를 제시했다. 중앙주도의 중앙집권적 체제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 권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하는 고질적인 불균형 문제가 현 정부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에 이양할 권한의 수준과 지역에서 자구적 발전을 위한 재료와 역량은 제대로 가늠되지 않아 지방시대로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10월 30일 출범한 경상북도 지방시대위원회.

지방분권은 민주의 가치를 둔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정부에서 민간으로 ‘권력’을 이동시키는 권력의 소재를 의미한다. 형평에 가치를 둔 삶의 총체적 수준을 모든 지역이 고르게 발전시키려는 지역균형발전과도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점차 힘이 실렸고, 지방분권이 지역균형발전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올해 7월 시행된 ‘지방분권균형발전법’(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도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과 지방자치분권을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어디서든지 균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지방시대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지방이 하나의 경제 중심축을 형성하는 일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방시대를 열어갈 과업으로 제시된다. 지난 2020년 8월 영남권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제2의 경제축’으로 육성하기로 뜻을 모은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영남권 5개 지자체가 해마다 지역별 위기를 진단하고 발전 전략을 공유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 국정목표와 비전·전략

대통령선거에 도전했던 정치권 인사들도 새로운 경제축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6일 포항·대구 방문에서 “저출산과 지역 불균형이 직접 연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구·경북 인구 500만 명 정도면 독립적인 경제 구역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좋은 직장을 다니고, 좋은 시설을 누리면 고향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월 17일 전북 남원 지리산휴게소에서 열린 광주·대구공항특별법 동시통과 기념행사 및 달빛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 업무 협약식에서 “남북으로 이어진 구조(수도권 중심)를 동서(대구·광주)로 잇게 되면 지역균형발전과 국토균형발전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며 ‘철길’ 중심의 신(新)경제축 필요성을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 5대 전략

제주도정을 이끌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시절 “7년간 제주지사로 일한 입장에서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수도권이 비대한 것에 비해 지방은 골다공증에 걸려 있다. 수도권에 대항해 제2의 성장 축이 될 수 있는 곳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정치권과 학계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새로운 경제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북·대구에서는 통합신공항 건설과 서대구역 철도 인프라 확장 등이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존 산업 분야의 발전과 신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낮은 분위기다. 등락을 거듭하는 경북·대구 산업별 광공업 생산 실적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지난달 1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20년 동안 개별적으로 진행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포괄하는 첫 통합계획인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기회발전특구 조성을 포함해 국내 권역별 경제축 조성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가자원 재배치와 대기업 지방 이전 등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달 24일 대전에서 ‘지방시대위원 공동 연찬회’를 개최했다. 지방시대위원회 위원과 17개 시·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등 300여 명이 참여해 지방시대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했다. 지방시대위 제공

이에 경북일보는 ‘지방분권 해외 선진 사례’(독일 볼프스부르크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시대 과제와 방향을 모색, 오는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기사를 보도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일극화 문제는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 경제 중심축을 조성한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선진국들의 환경과 대비되는데, 이 중 대표적인 선진 사례로 꼽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시와 폭스바겐사의 합작회사 설립과 미래 발전 계획 수립 과정을 되짚는다. 기초단위에 불과한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정해진 규범 내에서 함께 자본을 투입,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강력한 지방분권 구조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15일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전국 19곳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파트너 대기업이 참여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우동기 위원장이 지방시대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 제공

지방시대 도약의 주춧돌이자 특별자치도의 맏형으로서 2006년 7월 1일부터 17년간 성과를 쌓아온 제주특별자치도의 경험도 우리나라 지방자치 수준을 끌어올릴 소중한 자산이다. 지방 분권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주특별자치도가 17년 동안 7차례에 걸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이양받은 국가사무 4700여 건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세종특별자치시·강원특별자치도와 더불어 내년 1월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 나아가 새로운 지방분권 모델로 될 지역과 어떻게 연대와 협력을 할 수 있을지도 살펴본다. 강민철 제주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으로부터 17년 동안의 힘들고 지난한 과정 대신 포괄적 권한 이양방식을 실현하는 방안,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등 보다 구체적인 계획도 들어본다.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제시에 매진하고 있는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로부터 기초단위에 불과한 지자체인 독일 볼프스부르크시와 민간기업인 폭스바겐사가 서로 자본을 투입해 합작회사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강력한 지방분권 구조의 힘을 보여준 사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17년 경험에서 대구·경북이 본받아야 할 새로운 지방분권 모델을 들어보고, 진정한 지방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본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