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 극복' 전문가에게 듣는다
“서울 중심의 메가시티는 윤석열 정부가 선언한 지방시대 정책과 역행합니다. 서울시가 인근 도시를 편입시켜 몸집을 부풀리면 지방은 속수무책입니다. ‘메가 지방’이나 ‘시·도 행정통합’을 추진해 권한과 재원의 대폭 이양을 통해 지방에도 서울에 버금가는 기회를 줘야 수도권 소멸과 지방소멸을 멈출 수 있습니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논의의 선봉에 선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듯이 서울과수 도권보다 지방의 시·도 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중앙의 권한과 재원을 넘겨 지방의 자족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 일극 집중의 근본 원인이 일자리, 의료, 문화 등 기회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면서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지방분권’은 수도권과 지방 간 기회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지방의 풍부한 기회 창출을 통해 인구의 서울 쏠림을 줄여 지방소멸 방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례’ 주목.
제주특별자치도는 17년 동안 원하고 기대하던 수준의 완벽한 특례는 받지 못했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매우 획기적인 특례를 받았다. 기구정원 조례화, 지방의회 특례, 지방교부세 3% 정률 특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57% 정률 특례, 교육 및 산업 특례는 중앙집권 국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세와 공항, 면세점 관련 특례를 받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7차례에 걸친 제도 개선을 통해 4700건이 넘는 이양받았다. 사무 이양의 내용을 보더라도 장관 권한의 도지사 이양, 시행령 사항의 도조례 이양, 법률 사항의 도조례 이양을 합하면 77.8%에 달하는데, 이를 통해 제주도의 자치역량과 주민자치 기반을 강화할 수 있었다. 하 교수는 “개별적인 사무 이양보다는 관련된 사무를 한꺼번에 이양하는 포괄적 지방분권이 요구된다”면서 “국세 이양과 도 전역 면세지역화 등 제주국제자유도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권한의 포괄적 이양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2006년 7월 1일 출범해 17년의 경험을 쌓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이양 받은 특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인구 250만 명에 가까운 대구와 경북은 각각 2006년의 제주도보다 4.5배가 많지만, 행정통합이나 특별자치도를 추진하지 않는 한 현행 제도에서는 제주도와 유사한 특례를 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안은 있다. ‘경상북도 권한이양 특별법’을 제정하면 경북도가 잘할 수 있는 강점 분야에 대한 사무 이양 특례와 이양된 사무에 대한 조례 제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대구·경북이 통합을 추진하면 인구 500만명(2006년 제주도의 9배 정도)으로서 제주자치도보다 훨씬 높은 특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 교수는 “특행기관 이관, 지방교부세 정률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률제, 조례제정권 특례 등은 물론,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배분 특례, 국책사업 우선 배정 특례, 기회발전특구 우선 배정 특례, 글로컬대학 우선 선정 특례 등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 “이 정도의 특례를 받아야 주민들이 동의할 것이고, 지역의 미래도 열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방정부-민간기업 협력, 규제완화 등 권한 이양 필수.
독일 통일 이후 시작된 경기침체에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자동차 생산량과 매출이익도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폭스바겐이 소재한 리더작센주의 소도시인 볼프스부르크시도 실업률이 늘어난 데다 폭스바겐의 해외 이전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폭스바겐과 볼프스부르크시가 5대 5 비율의 공동출자로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Wolfsburg AG)를 설립해 위기를 극복했다. 민·관이 협력해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든 ‘아우토비전 프로젝트’(AutoVision Project)다.
하혜수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정부와 기업의 상생을 통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애로와 생리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게 인·허가권 등 규제완화 관련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면서 “지방정부와 기업의 유착관계 형성과 관련해서는 지방의회, 시민단체의 감시로 방지할 수 있고, 중요한 결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방 소재 기업이나 지방 이전 기업이 지방정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국세인 법인세와 소득세 지방세인 취등록세를 감면하고, 기업활동에 필요한 보조금과 융자와 같은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지방의 합작법인에 대해서는 정부의 위탁사업을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하 교수는 “볼크스부르크시 성공사례처럼 서울시와 롯데그룹, 대전시와 한국타이어, 경기도와 현대자동차의 조인트벤처회사와 같은 제3섹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자본을 투자해 설립한 특수법인을 지칭하는 개념)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기업은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경영수익 실현에 기여하고, 지방정부는 조세와 인·허가 등 정책적 지원에 기여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데,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제3섹터가 설립되기 위해서는 세제와 재정지원이 더 강화돼야 하는 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허가 등 규제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대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