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포항 Greenway 인문학 토크콘서트’ 성료
저출산 해결에는 '인식'이 중요
혼밥·혼술 프로그램 등 방해도 커
중학교 동창 모임서 '다산 문화' 전파
아이 낳아야 목숨 건 사랑 할 수 있어
“이 시대 아버지가 아이 낳고 사는 행복을 얘기합니다”
6남매를 둔 가수 박지헌(47) 씨는 풍파를 이겨낸 깊은 눈망울로 연신 히트곡을 소화했다.
노래와 인문학 강연이 교차된 ‘2024 포항 Greenway 인문학 토크콘서트’는 21일 초여름 밤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포항 철길숲 한터마당에서 열린 콘서트는 요즘 트렌드이자 건강법인 산책을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한데 모이게 했다.
맨발걷기까지 진화된 걷기 열풍이 포항에 확산 중이면서 불금 저녁에도 수많은 행렬이 숲길을 오갔다.
행사 첫 단추는 4인조 남녀 혼성 그룹인 ‘비스타’가 업템포 위주 세월 묻은 노래에서 근래 곡까지 열창해 어르신과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흥에 겨운 몸짓은 꼬마 아이까지 동참케 했다.
이주영 사회자는 “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모두에게 열린 자리인 토크콘서트를 즐겨주시길 바란다”며 본격 시작을 알렸다.
강연자 박지헌 씨가 등장해 노래와 입담을 풀어내자 300여 명 시민은 좌석에 앉거나 선 채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저출산 해결 위해선 인식 변화가 중요
서울에서 포항까지 차로 4시간 반이 걸렸다는 박 씨는 녹록치 않은 내공을 선보였다.
자신의 곡과 강연 내용을 자연스레 연결해 강연 전반을 생동감 있게 진행했다.
기량이 녹슬지 않은 채 더욱 여유로워진 표정, 성량과 연륜을 선보이며 ‘가장’(家長)이 만들어내온 그 만의 20년 차 예술 경지를 넌지시 드러냈다.
아들, 아들, 아들, 딸, 딸, 딸.
삼남 삼녀를 키우는 박 씨는 ‘저출산 해결’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토크콘서트는 실내에서 열린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야외에서) 노래 많이 들려드리고 좋은 얘기 많이 하겠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첫사랑 아내와 결혼에 골인한 후 현재까지 삶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좌석 맨 앞에서 휴대폰을 고정하고 촬영하는 여성 찐팬에게도, 참여 시민 모두에게도 시선을 나누면서 저출산 해결에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박 씨는 같은 V.O.S 멤버 뿐만 아니라 중학교 동창 모임에도 다산 문화를 전파 중이라고 했다.
실제 동창 모임 13명 중 11명이 결혼하고 아기도 많이 낳고 있는 사례를 들면서 “자주 보고 만나면서 다산 인식이 전달되는 것 같다”라고 경험담을 밝혔다.
△시련 극복과 성공도 아내와 다둥이 덕분.
소속사 없이 10년째 활동하지만 누구보다 행사와 방송 출연량이 많다는 그는 한때 시련도 털어놨다.
셋째 이후 아이가 생기지 않을 무렵, 그룹이 어려워지고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다.
지혜로운 아내는 자칫 좌절할 수 있었던 남편을 설득해 아동복 도매상을 시작했고 고수익을 얻어 가계 형편을 회복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는 어느날 남편에게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 가게 운영도, (가족이 행복한) 삶도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고 아내 선택이 틀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박 씨 또한 동의했다.
이후 넷째에서 여섯째까지 생겼다고 한다.
참여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소리없이 집중하고, 박 씨의 유머에 박장대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오늘날 저출산에는 혼밥, 혼술 프로그램 등도 영향을 받지만 세상의 방해도 크다는 것이 박 씨 지론이다.
주위에서 “딸 키우려면 힘들껀데”라는 등 말에 흔들리기도 했다는 그.
그럴때마다 안전한 세상에서 사랑받고 크는 아이가 좋고 자신이 선택한 남편과 함께하는 삶이 최고라는 아내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가벼운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은.
아이를 낳아야 목숨 거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연인과 가족 사이에선 공감의 제스처가 포착되기도 했다.
박지헌 씨는 “물질을 뛰어넘는 인간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는 것은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룬 사람이 되는 ‘자존감’과도 직결된다”며 “사랑을 이론으로 아는 자와 경험하는 자, 아이와 산책하고 놀이터에 가는 자는 차이가 있다. 생명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막내가 태어난 순간 5시간을 울었다는 그만이 가진 철학이었다.
이어 박 씨는 “6남매가 홈스쿨링을 한다. 부모와 살을 부대끼고 사는 시간이 짧다는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순간 느꼈다”며 “옛날은 물질적 빈곤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관계의 통장이 비면 빈곤함을 느낀다. 반려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과 인식이 아닌 거울 앞에서 ‘사랑해, 잘했어’라는 말은 너무도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여친이 있으면 여사친이 없어야 하고, 남친이 있으면 남사친이 없어야 한다는 비결까지 공개한 그는 무반주 앵콜까지 열창한 뒤 여운을 남겼다.
한편, 2024 포항 Greenway 인문학 토크콘서트는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