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사준다 꼬임에 경북체중시절 펜싱 전향 두번째 AG 무대서 金 사냥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개인 사브르 결승전에서 홍콩의 오신잉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김혜림. 연합

"햄버거 사준다는 꼬임(?)에 넘어가서 시작했는데 금메달까지 따게 됐네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펜싱의 첫 금메달리스트로 우뚝선 김혜림(25·안산시청)이 '2인자 설움'을 털어내고 여자 사브르 1인자로 올라섰다.

김혜림은 18일 광저우 광다체육관에서 치러진 대회 여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오신잉(홍콩)을 꺾고 두 번째 나선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4년 전 도하 대회 단체전 은메달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었다.

김혜림의 금메달은 '깜짝'에 가깝다. 국내 무대에서 김혜림은 3년 선배인 김금화(익산시청)와 치열한 경쟁을 치렀지만 늘 한 걸음 뒤에 서 있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도 쟁쟁한 언니들에게 밀려 개인전 대신 단체전만 출전해 은메달 확보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나고 김혜림은 당당히 언니들보다 한 발 먼저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김혜림은 공교롭게도 준결승에서 김금화를 만나 접전 끝에 15-11로 승리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동안 김금화에게 가려 있던 그늘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언니를 이기고 결승에 나선 김혜림은 결승에서도 빠른 선제공격을 앞세워 오신잉(홍콩)을 15-7로 완패하고 이날 시작된 펜싱 종목 1호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펜싱의 달인'으로 인정받았지만 김혜림의 첫 검객 인생은 우연히 시작됐다.

포항초등학교 시절 800m 장거리 육상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혜림은 경북체중에 입학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당시 경북체중에서 펜싱을 지도하던 선생님이 김혜림의 날렵한 동작과 체형을 보고 전격적으로 스카우트를 단행했다.

김혜림은 "선생님이 펜싱을 하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준다고 해서 꼬임에 넘어갔다"며 "선생님이 햄버거와 피자를 사주셨다. 그게 인생을 바꿨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펜싱을 처음 하면서 재미없어서 여러 번 그만두려고 했다"며 "어느 순간 대회에 나가 우승도 하면서 재미를 붙여 결국 지금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육상을 통해 다져진 체력과 타고난 민첩성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한 김혜림은 2001년 마침내 대표선수 후보로 뽑혔고, 2005년 1월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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